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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월호·팬데믹·그리고 학교… ‘K고딩좀비’에 전 세계가 주목한 이유

[트렌드 Talk]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글로벌 열풍

입력 2022-02-03 18:30 | 신문게재 2022-02-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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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우리학교는_메인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의 좀비쇼는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英 가디언)

또다시 좀비물이다. 한류스타도, ‘갓’같은 전통복식도 없다. 그럼에도 단숨에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고리즘의 힘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열기가 거세진다. 지난 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 ‘7급 공무원’, 드라마 ‘추노’ 등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썼고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한 이재규PD가 김남수 감독과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넷플릭스의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부사장)가 올해 한국 신작 콘텐츠 중 가장 기대작으로 꼽기도 한 이 작품은 공개 전 영미권에서 예고편 누적 조회 수 160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2일 OTT 콘텐트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의 조사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54개국에서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종합 순위에서도 지난달 29일부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세 번째다. 넷플릭스의 공식 집계 사이트인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서도 29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부문의 글로벌 톱 10 TV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28일부터 사흘간 시청 시간은 1억 2479만에 달한다. 이는 같은 시기 영어권 글로벌 톱 10 TV 1위를 차지한 ‘오자크’ 시즌4 파트1의 시청시간 9634만을 압도한다. 

 

 

◇‘학폭’이 만든 좀비…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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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세계적으로 좀비물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꼽힌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여기에 ‘학교’라는 전 세계 공통의 배경과 ‘세월호’를 비롯한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이입시켰다. 

 

드라마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효산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의 아들이 자살하면서 비극의 서사가 출발한다. 아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 교사가 실험 중이던 ‘좀비 바이러스’의 일종인 ‘요나스 바이러스’가 사고로 학교 외부로 퍼지면서 도시는 삽시간에 좀비떼에 점령당하고 만다. 

 

드라마는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과 시선을 담았다. 병찬의 아들 진수가 폭력을 당하는 건물 옥상에는 십자가 첨탑과 절 깃발이 동시에 걸렸지만 신도 ‘학폭’ 피해자를 구원하지 못한다. 진수에게 학폭을 가한 학생들은 여학생의 옷을 벗기고 디지털 성폭력을 가하지만 피해자보다 외부 시선을 중시하는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유야무야 넘어가고 만다. 임대 아파트 거주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게시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기생충’이라고 조롱하는 ‘금수저’ 나연(이유미)의 대사에서 학생 때부터 빈부격차로 인한 혐오가 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좀비떼가 출몰할 때도 “학교 일은 학교 안에서 처리해”라는 교장의 발언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묻어버리는 한국 기성세대의 답답함이 읽힌다. 

 

 

◇세월호 아픔…그럼에도 아이들 구하는 어른들에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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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21세기 한국사회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곳곳에 등장한다. “얘들아 모두 살아있어야 해”(담임교사), “엄마랑 아빠는 저 구한다고 학교 앞까지 왔는데 경찰도 소방관도 아무도 안 왔어요. 나중에 누군가 이 영상을 보면 관계자들 꼭 처벌해주세요”(지민)라는 주인공들의 대사, 추모 리본과 메시지에서 8년 전의 악몽이 겹쳐진다. 굳이 좀비떼 투성인 효산시를 찾아간 유튜버, ‘효산시민 수용 결사반대’를 외치는 인접도시의 모습에서는 코로나19 초창기 확진자를 혐오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사회의 어두운 단면만 들춰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갇혔을지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이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소수의 어른들을 통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학생은 미래고 어른은 노하우인데 누구를 먼저 구할까?”라는 학생들의 대사는 미래 세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을 줄이는 통합의 시도를, “앞으로 누가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하겠어요”라는 청산(윤찬영)의 대사에서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희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층 빠르고 강력해진 K좀비, 학교 통해 경쾌한 볼거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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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학교와 K좀비의 결합은 놀랍게 경쾌한 리듬감을 안긴다. 보건실, 급식실, 방송실, 음악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속출한 좀비떼들은 ‘킹덤’에서 보여준 그것을 넘어 한층 역동적으로 활보한다. 도미노 게임을 하듯 도서관 책장 위를 달리며 좀비를 피해 다니는 학생들, 좀비들을 향한 K궁사의 힘찬 화살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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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비로 인한 신체훼손이나 폭력 묘사, 청소년 성폭력 문제 등 수위를 넘어서는 일부 장면은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았던 임신 청소년의 출산 장면 역시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즌 12회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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