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人더컬처] ‘다시, 배우다’ 폴 김 교수 “하위 1%였던 나를, 60번 실패의 법칙을 믿어요!”

입력 2021-12-21 1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폴 김 교수
‘다시, 배우다’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학교 교육의 큰 영향을 못받았어요. 하위 1%였거든요. 그래서 마음대로 질문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죠. 학교 공부는 엄청 못했지만 집에서 뭘 만들고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고 창작하고…. 수학, 영어 등은 ‘양가양가’였지만 발명 관련 상은 엄청 많이 탔어요.”

미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폴 김 교수와의 온라인 인터뷰 중 인상적인 것은 “하위 1%여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고백’이었다. 명문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이며 비영리 국제교육재단인 ‘시드 오브 임파워먼트’(Seeds of Empowerment) 설립자로 이미 성공한, 엘리트 코스만을 밟았을 것만 같은 삶이 아니던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만든 애드 아스트라 노바 스쿨 등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사립학교들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이 아니라 창업, 창직, 창작 등을 가르쳐요. 저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그런 학교를 만들어 다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요.”

이어 김 교수는 “질문도 없고 주어진 답만을 해야 하는, 창의가 아닌 카피 앤 페이스트를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며 “질문 중심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뉴 이퀼리브리엄’ 등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최근작 ‘다시, 배우다’에서 왜 다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설파한다.

“지식과 경험, 배운 것이 있으면 선입견이 따라와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죠. 세상은 급변하고 있어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술과 세상의 변화속도가 2~4배는 빨라졌죠. 새로운 마음가짐, 시각으로 봐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훨씬 많아져요.”

이에 김 교수는 “다시 배우기, 리런(Re: Learn)은 ‘언런’(Unlearn), 배운 것들 털어내기”라 표현하며 “책에서 말하는 ‘다시 배우기’는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방법 또한 새로 시도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새로운 기술들이 엄청 쏟아지고 있어요.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것이 쏟아지는 상황에 항상 부정적인 부류들이 있어요.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도 온라인 상거래, 지불시스템, 금융 및 대출 등은 말이 안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일상이 돼버렸죠.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메타버스도 현실이 되는 때가 올 거예요. 결국 다시 배우기의 반복이죠.”

다시,배우다_입체
폴 김 교수의 ‘다시, 배우다’(사진제공=한빛비즈)

 

그리곤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질 ‘다시 배움’은 21세기 서바이벌과 성공 그리고 리더의 필수 역량”이며 “이는 고집과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비행을 통한 다섯 가지 깨달음 5C


고교 졸업 후 도미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교육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폴 김 교수는 1996~2000년 미국 최대 온라인대학교인 피닉스 대학 최고기술경영자로 재직하다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학교에 몸 담기 시작했다.

 

부임과 더불어 20여년 간 강의를 비롯해 교육혁신 과정 및 프로그램 개발, 실험적 온라인 수업 개발 등을 진행하며 멕시코,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페루, 인도,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등 20여개국을 오가는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 중이다.

2009년 설립한 ‘시드 오브 임파워먼트’ 등을 통한 교육 봉사의 효율성을 위해 ‘부시 파일럿’(Bush Pilot, 경비행기 조종사)에 도전하며 ‘다시 배움’에 나섰다. 그렇게 가르치기만 하던 그가 학부생으로 배운 비행에 필요한 5가지 C(Climb, Circle, Conserve, Communicate, Confess)는 살아가는 데, 급변하는 시대의 서바이벌과 성공에, 꾸준히 발전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불확실할 때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게 중요해요. 비행 중 밤이 돼 시야가 안보이면 고도를 상승시켜야 해요. ‘클라임’(Climb)죠. 산에 부딪힐 수도 있으니 더 높은 시야로 바라봐야하죠. 하지만 사람은 경험이 쌓이고 안정될수록 편한 사람들만을 만나고 싶어해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안주하지 말고 ‘클라임’해 ‘서클’(Circle)을 확장시켜야 하죠.”

이어 김 교수는 “새롭고 다른 부류, 잘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불안하고 불편한 일”이라며 “하지만 그 불편함을 친구 삼아 서클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김
효율적인 교육 봉사를 위해 부시 파일럿 라이선스를 취득한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모든 분야를 ‘인문학’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새로운 언어라고 여겨도 돼요. 언어 하나만 더 해도 엄청난 역량을 배가시키거든요. 투자랑 비슷해요. 개발 역량, 능력, 자원 등이 풍부하고 경제 성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데 투자하는 게 낫거든요. 예를 들어 1억원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아닌 아프리카 르완다, 중동 등의 은행에 저금하면 이자가 12~20%예요. 영어, 프랑스어 등 선진국 언어는 경쟁이 심하지만 경제성장, 개발을 계속할 아라빅, 스패니시 등 개발도상국의 언어를 배우면 그만큼 유리하죠.”

이어 “지출을 줄이고 효율화에 힘쓰는 ‘컨저브’(Conserve)는 자원을 막 쓰지 말라는 의미”라며 “모두에게 닿도록 끊임없이 얘기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e)과 자신의 잘못, 부족한 부분 등을 고백하는 ‘컨페스’(Confess)는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나만 알고 있고 얘기하지 않으면 알아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자꾸 스스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피드백을 받고…진솔하게 얘기할 때 도와줄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죠. 스타트업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예요. ‘우리 회사 잘 나간다’ 자랑만 하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잘 나가는 회사를 도와줄 사람은 없어요. 부족한 부분을 진솔하게 고백하면 직접 혹은 아는 사람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도와주려 하죠. 서클 확장은 어렵지 않아요. 당장도 할 수 있죠.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이면 돼요.”


◇다시 배울 수 있는 원동력, 질문
 

탄자니아 아이들과 스탠퍼드 학생들
탄자니아 아이들, 스탠퍼드 학생들과 함께 한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어려서부터 질문이 많은 아이였어요. 제가 끊임없이 다시 배울 수 있는 원동력은 호기심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랄까요. 그것이 안알고 싶으면 호기심도 없고 경험도 해보고 싶지 않고 시도도 해보고 싶지 않아지니까요.”

폴 김 교수는 “학업, 변화, 혁신을 위한 기본은 질문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해야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고 뭐가 필요한지를 알고 움직이는데 그런 질문이 없으면 그저 살아가는 일원으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중요하죠. 질문이 없으면 나도 바뀌지 않거든요. 아주 작게 나의 발전에 대한 가정적 질문들을 하라고 조언해요. ‘영어를 잘하게 되면’ ‘구글에 다닌다면’ ‘코딩을 잘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는 거죠. 그러면 바로 배우게 되고 실천하게 돼요.”

그리곤 “작은 성공을 했을 때 좀더 큰 성공을 하게 되는 것처럼 단계적인 질문이 중요하다”며 “10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질문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저 역시 처음부터 ‘스탠퍼드 부총장이 된다면’이라고 질문하진 않았어요. 그저 황당한 것으로 치부되고 말 질문이죠. ‘토익이 몇점이면 어떨까’ 가정하고 그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 살면 어떨까’ 또 물어요. 미국에서 살면서는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 어떨까’, 학부를 마친 후에는 ‘교육공학을 연구하면’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정형 질문을 단계적으로 계속 하는 거죠. 질문 후 실천으로 한 단계씩 성공을 맛보면 자신감을 찾게 되고 못할 게 없어져요. 그렇게 한번에 4, 5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기에 이르죠.”

어려서부터 습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정형 질문을 스스로에 던졌던 그는 “아이들이 과감하고 황당한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그래서 중요하다”며 “부모도, 교사도 질문이 많은 아이를 귀찮아해서도, 막아서도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는 교육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교육공학자로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멋진 강의, 엄청난 이론 발견 등 보다는 궁극적으로 모든 교육의 목적은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함임을 얘기하죠.”

그는 이미 정해진 ‘생일과 사망일’, 그 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선택과 질문들에 대해 강조하곤 한다. 그는 “어차피 우리는 죽는다. 하지만 누구도 사망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망일을 인정하며 미리 생각한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강연에서 꼭 하는 말이 ‘라이프 이즈 저스트 대시(문장 부호 -)‘(Life is Just Dash)예요. 우리의 삶은 작은 대시의 연속일 뿐이거든요. 그 대시를 어떻게 의미있게 채울까 질문하면서 선택들을 하고 사망일을 향해 가야 하죠. 그 질문들은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교육,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생일과 사망일 사이의 대시를 의미 있는 것으로 채우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자기주도형 ‘외계인 학습법’

모바일 교육 프로젝트, 르완다에서
르완다 모바일 교육 프로젝트(사진제공=한빛비즈)

“제가 하고 싶은 건 ‘하이퍼 셀프 레귤레이티드’(Hyper Self-Regulated), 극단의 자기주도형 학습입니다. 옵션이 아닌 필수인 그 역량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고 성공확률도 높죠. 학교 뿐 아니라 재택근무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거든요.”

그는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해야한다. 어려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회생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수업으로 25%는 ‘자기주도적 배우미’가 됐어요. 스스로 스케줄을 짜고 시간을 활용해 관심 가졌던 취미를 살리고 가고 싶던 곳에 가고. 또 다른 25%는 망했죠. 수동적인 아이들이에요. 누군가 미션을 주고 데드라인을 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들이죠. 스스로 생각도, 계획도, 결정도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더 힘들어질 거예요. 성공 뿐 아니라 학교 공부에서 조차 도태될 거예요.”

이를 그는 “허송세월”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곤 2005년 멕시코 원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모바일 러닝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질문해 해결하는 기회”의 중요성을 짚었다.

“집을 지어주러 갔는데 아이들이 학교도 안가고 일만 하는 거예요. ‘왜 학교에 가지 않냐’고 물어보니 학교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죠. 제 위치에서 학교를 지어주고 교사를 고용해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스페인어 단어를 배우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게임 등 모바일 교육 프로그램을 탑재한 디바이스를 잔뜩 가져다 나눠줬죠. 그저 주기만 했어요. 절대 가르치지 않았죠.”

그곳은 아예 전기도 없는, 그 흔한 TV도, 라디오도, 휴대폰도, 세탁기도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기계를 나눠주며 “우리도 모른다. 너희가 똑똑해서 알려 줄 수 있다는 소문이 우리가 사는 그 먼 곳까지 들렸다. 너희들이 배워 우리한테 가르쳐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기계를 받은 아이들은 돌로 찍거나 깨부수고 열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이리저리 뭔가를 해보던 아이 중 하나가 파워버튼을 3초 정도 눌러 켰죠. 기계가 켜지고 화면이 나오고 소리가 들리자 다른 애들이 달려가 묻고 답하면서 20개가 넘는 기계가 한꺼번에 켜졌어요. 그 안의 프로그램들도 스스로 발견하고 배우면서 서로 가르치기도 했죠.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마스터했어요.”

절대 가르치지 않는 이것을 김 교수는 ‘외계인 학습법’이라고 칭했다. 그는 “몇주가 지나 다시 가 ‘알려달라’고 해 설명을 들었다”며 “그 후엔 ‘기계 안에 있던 콘텐츠를 다 봤다.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되냐’는 아이들의 질문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나를 이해하는 ‘자기중심’…Right Place, Wrong Place

모바일 교육 프로젝트, 코스타리카에서
코스타리카에서 모바일 교육 프로젝트 중인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중요한 것은 자기중심적인 삶이에요. 스스로를 믿으며 나의 독창성, 내가 왜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찾는 게 먼저죠.”

이어 김 교수는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더더욱 이해하는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깊은 질문을 하며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부족한 것, 필요한 것 등을 인지해야 한다. 좋아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가 필요한지, 자신이 가진 역량 중 보충할 건 뭔지 등을 꾸준히 성찰하고 배우는 자세를 가질 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울 게 없으면 인생도 끝이에요. 저에게 ‘살아 있다’는 건 배우고 싶은 열망이 아직 남아 있음을 의미해요. 알고 싶은 질문거리들이 있다는 게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끝없이 추락 중이다. 포기해야할 것들이 많아졌고 젊은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 또 어떤 이는 말한다. ‘너무 늦었다’거나 ‘이번 생은 틀렸다’고.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이 그렇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바로 그 환경, 조건에서의 경험 때문에 나를, 내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겁니다.”

이것이 그의 ‘Right Place, Wrong Place’다. 그는 “서울인지, 탄자니아인지 제한을 두지 않으면 좋겠다”며 “뉴스나 미디어로 접한 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기 보다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며 스스로 펼칠 수 있는 역량, 잘하는 것들을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번 생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독보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Right Place’를 찾는 질문을 시작하세요. 분명 있어요. 세계 구석구석 어딘가에는 나를, 내 지식을, 나만의 경험과 실패를 필요로 하는 ‘Right Place’가 분명 있습니다. 스스로를 믿으세요.”


◇‘실패’는 자랑거리…60번 실패의 법칙

조종석에서 사전 점검 중
비행기 점검 중인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저는 ‘60번 실패의 법칙’을 믿어요. 제 학생 중에 60번을 실패한 사람이 있어요. 펀딩을 받으려던 프로젝트를 59번이나 거절당했죠. 그러면서 머리는 다 빠지고 야위고 시력도 안좋아졌어요. 결국 60번째에 펀딩을 받아 엄청난 성공을 거뒀죠.”

이에 그는 실패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60번 해봤냐?”고 묻고는 “60까지 숫자를 적어두고 거절당할 때마다 지워나가라”고 조언한다.

“60번째도 안됐다면 그 지운 증거를 가지고 저한테 오라고 해요. 제가 투자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한명도 없었어요. 그만큼 자신있어요. 60번 안에 다 됩니다. 지울수록 성공에 가까워지는 셈이니 살이 빠지고 흰 머리가 생길 이유도, 마음 상할 일이나 우울증에 빠질 일도 없죠.”

김 교수는 실패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곤 한다. 그는 “실리콘밸리 인터뷰에서도 ‘뭘 실패해봤냐’고 묻곤 한다”며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패를 많이 했다는 건 자랑거리예요. 실패가 많았다는 건 그만큼 시도를 많이 했고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니까요. 그 실패에서 노하우, 인사이트를 얻었을 테니 다양한 분야에서 실패할수록 그 가치는 엄청난 셈이죠.”

그리곤 스스로 실패한 것으로는 ‘건강’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다른 사람이 책을 한번 읽으면 전 10번을 읽어야 했다. 그들이 한 시간 공부하면 전 10시간을 공부해야 했다”며 “운동도 하지 않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도서관의 딱딱한 의자에 쳐박혀 지내던 그 시절에 ‘한 시간이라도 운동을 했다면’이라고 묻곤 한다”고 토로했다.

“지금도 허리와 엉덩이가 아파요. 하지만 그 고통도 친구 삼게 되면서 익숙해졌죠. 건강을 챙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통증에 일가견이 있다 보니 병든 사람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어떤 고통과 고난을 겪는지를 마음 깊이 이해하니 오지 등에 봉사하러 갈 때의 진정성부터 달라지죠.”


◇그는 여전히 질문 중 “자가 비행기가 생긴다면? ”
 

폴 김
‘다시, 배우다’ 폴 김 교수(사진제공=한빛비즈)

 

“파일럿 라이선스를 딴 이유도 자주, 쉽게 교육봉사를 가기 위해서예요. 이제 자가 비행기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질문하고 상상하고 있죠.”

코로나19는 일년에도 수차례 교육봉사를 위해 세계의 오지를 방문하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가고자 하는 오지들,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도 많아서 더 효율적인 교육 봉사를 위해 2022년 내에 비행기를 구입해 몰고 다니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게 코로나19 상황과는 별개로 저 나름의 일들을 할 겁니다. 이미 함께 하고 있는 NGO단체들과의 협력은 강화하고 교육 봉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실제로 만날 수 없으니 교육봉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요. 블록체인, NFT, AI 등을 활용한 교육모델,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프로젝트 등을 고민하면서 그 다음은 무엇이 돼야하는지, 어떻게 더 혁신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어떤 사람을 만나면 도움이 될지, 그러기 위해 내가 해야 하고 배워야할 부분은 뭔지를 끊임없이 질문 중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