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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단편이 이렇게 치명적이면 어떡해요?

[#OTT] 디즈니+에 공개된 디즈니픽사 단편애니메이션 4편
다양한 장르,소재,상상력의 총집합

입력 2022-08-24 18:00 | 신문게재 2022-08-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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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캡쳐
(사진제공=디즈니+)

 

디즈니+가 한국에 상륙한 뒤 가장 반가운 건 무엇일까. 저마다 다르겠지만 디즈니 덕후들은 의외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편히 볼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준다. 1921년부터 디즈니 스튜디오의 실사+애니메이션 합성 단편들이 선보여졌고 이후 픽사를 통해서도 1~2년 간격으로 제작되고 있는 보물같은 존재들이다.


본 편에 앞서 짧게 등장하는 이 작품들은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7분 정도. 귀여움과 감동은 물론 다양한 인종과 소재, 주제를 아우르는 힘이 상당하다. 디즈니+에서는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은 물론 그중 일부는 한국어 더빙으로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린 4편을 소개한다. 킬링 타임용 영화를 보느니 이 단편들을 찾아보는 게 당신의 영혼을 위로해 줄 거라 확신한다.



◇ 룩소2세 (Luxo Jr,1986)

 

룩소2세
1986년작 ‘룩소2세’의 스틸컷.(사진제공=디즈니+)

 

픽사의 상징이자 모든 작품의 포문을 여는 스탠드가 있다.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이 스탠드가 통통 튀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룩소2세’를 보면 답이 나온다. 고작 2분이지만 알파벳 ‘I’를 짓밟고 서는 스탠드의 서사를 소개한 달까. 책상 위에 머리를 조아리고 서 있던 스탠드 룩소는 어디선가 굴러오는 공을 발견한다. 무심하게 툭 쳐버리는 공은 곧 자신에게 돌아오고 곧 룩소 2세의 장난임을 알게된다.

공을 차는 게 마냥 즐거운 두 스탠드의 모습도 잠시 곧 바람이 빠져버린 공에 실망하는 룩소 2세의 행동이 화면 가득 잡힌다. 겉모습이 스탠드일뿐 흡사 어린아이같은 행동이 웃음을 더한다. 픽사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존 라세터 감독의 초기작으로 ‘토이스토리 2’ 상영 전에 최초 공개됐다. 

 


◇번 E(Burn-E,2008)

 

번E
원작과 다른 번외의 이야기에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디즈니. ‘번 E’역시 그 정점을 보여준다.(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월-E’를 보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지구에 홀로 남겨진 청소 로봇과 식물을 탐색하기 위해 지구에 온 탐사 로봇의 사랑을 다룬 ‘월-E’는 픽사에서 언제나 상위에 랭크되는 불후의 명작으로 뽑힌다. 수리공 로봇인 번-E의 시점으로 바라본 월-E와 이브의 사랑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번-E는 고장난 우주선의 안테나를 고치기 위해 잠시 우주로 나가고 거기서 두 로봇이 치는 사고(?)의 희생양으로 동명의 단편은 그의 고군분투가 주된 내용이다. 제목의 ‘E’는 실용 나노 수리공(Basic Utility Repair Nano Engineer)의 약자로 ‘월-E’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용인 만큼 DVD와 블루레이에 삽입돼 있어 웃음을 더한다.



◇라일리의 첫 번째 데이트? (Riley‘s First Date? 2015)

 

라일리의 첫번째 데이트
아빠의 머릿속이라 그런지 모두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감정들이 웃음을 더한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춘기 딸의 머릿속이 궁금한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인사이드 아웃’의 번외편이다. 주인공 라일리의 집에 남사친이 등장하며 당황한 부모의 머릿속 감정들이 그야말로 포복절도할 만큼 재미있다. 딸이 처음으로 데려온 이성친구에 대한 반응을 쿨하게 인정하려는 엄마의 감정은 온데간데 없다. 제목은 딸의 이름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빠의 감정들이다. 멍한 눈빛에 예절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어린 남자를 대하는 어른 남자인 아빠의 머릿속은 시종일관 불만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라일리의 첫 번째 데이트’란 제목의 끝에 왜 물음표가 붙어있는지는 이 단편을 꼭 봐야 하는 이유다. “그저 남자사람친구”라는 딸과 사심은 커녕 같이 스케이트를 타러가는 게 전부인 12살 짜리 남자아이는 그저 거들 뿐이다. 끝나기 1분 전 밝혀지는 진실과 엄마의 진심은 왜 디즈니 픽사가 전세계를 사로잡았는지 가늠될 정도로 기발하고 공감만땅이다.



◇바오(BAO, 2018)

 

비오1
어쩌면 ‘그저 만두’일 뿐인데도 흡사 자식처럼 키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빈둥지증후군을 겪는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인크레더블 2’의 오프닝 애니메이션 ‘바오’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도미 시 감독은 픽사 최초로 여성감독이 만든 오리지널 단편인 ‘바오’를 통해 아시아의 전통문화인 ‘효’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당당히 드러낸다.

주인공은 한 중년 여성. 장성한 아들이 떠난 집에서 쓸쓸하게 식사하던 주인공은 만두를 먹다 어린아이처럼 생긴 바오를 만난다. 직접 만든 만두에 손과 다리가 생기며 하나의 생명을 얻게 된 바오는 곧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품안의 자식이 다 그렇듯 바오는 점점 자라고 백인 여자친구를 만나 독립한다.

엄마는 또다시 다 자란 자식을 떠나보내기 싫었던 듯 만두로서의 삶을 강요하지만 바오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아시아 이민가정을 소재로 기존의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세대와 적응하고 더 나아가려는 자식 세대의 충돌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공개 후 “인크레더블을 보기도 전에 울었다”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아시아 관객들과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서사”라는 외국 관객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지만 결국 ‘미워도 가족’이라는 주제만큼은 꼿꼿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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