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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첼리스트 양성원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앨범 “내 음악 삶, 어느 시절의 아카이브”

입력 2022-08-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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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

 

“인생은 한번 사니까요. 두번 녹음하고 싶었어요.”

2007년 EMI에서 발표한 첫 번째 베토벤 첼로 작품 전곡집 이후 15년만에 데카를 통해 발매한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Beethoven Complete Works For Cello and Piano, 이하 베토벤 전곡집) 앨범 녹음에 대해 23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솔직히” 답했다.

“첫 번째 녹음 후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명곡이란 250년 전 혹은 300년 전 쓰여진 곡들이지만 그 많은 전쟁과 혁명, 사회 변화에도 아직까지 깊은 감동을 주죠. 더불어 우리에게 디딤돌이 되죠. 그리고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공기와 음식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이어 양성원은 “그 변화란 외적인 게 아니다. 소리는 깊어지고 내면적으로 더 성장한다는 느낌”이라며 “내면적인 성장이란 생물학적으로 소나타와 제가 더 가까워지고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곡들과 저의 만나야 할 때가 와서 다시 녹음했다”고 밝혔다. 

 

양성원 사진 (4)
양성원은 이번 앨범도 오래 인연을 이어온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했다(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오늘(23일) 발매된 ‘베토벤 전곡집’에는 첼로소나타(Cello Sonata) 1~5번을 비롯해 베토벤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8개의 곡과 앙코르로 주로 연주하던 ‘소나티네’(Sonatina in C minor WoO 43a)도 담겼다.

이번 앨범의 파트너 역시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Enrico Pace)로 두 사람은 소나타 외에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과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연인이냐 아내냐’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가지 변주곡을 함께 연주했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거트 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과 ‘스틸 현’을 반반 섞어 연주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연주에서는 거트 현을 적어도 두개, 3개까지 쓰기도 한다”며 “15년 전 앨범은 스틸 현으로만 연주했다면 이번 앨범은 반반 섞어 연주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성원
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

“주로 저음의 두선, G와 C를 거트 현을 써요. 바흐의 첫 앨범은 올거트 현(네줄 모두 커트 현)이었고 두 번째 앨범을 반반 섞었다면 베토벤은 첫 앨범에 올스틸 현이었다가 두 번째 앨범에서 반반 섞어서 연주했어요. 스틸 현과 거트 현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요. 스틸 현은 파워가 있지만 단순하죠. 커트 현이 좀더 섬세하고 사람의 목소리와 가까워 색채를 바꾸는 데는 더 좋아요.”

이어 “제가 항상 원하는 건 악기로 노래를 부르는 듯 연주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목소리에 좀더 풍부하고 깊게 들어가는 소리가 거트 현에서 나오기 때문에 파워를 희생하고 다양성과 섬세함을 추구했다”고 덧붙였다.

“악기와 연주자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요. 네줄을 모두 스틸 현으로 하면 악기의 압력이 높아져서 울림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연주자들에게는 부상의 위험도 있죠. 거트 현을 쓴 지는 몇년 됐어요. 이 역시 단점이 있죠. 너무 섬세하고 예리해서 습도에 매우 민감하거든요. 튜닝이 금방 바뀌니 정확한 음정을 추구하기가 까다롭죠.”

그리곤 “네줄을 다 거트 현을 쓰기도 하는데 1년에 딱 2~3주, 봄과 여름 사이 2주, 초가을 2주 정도다. 안팎의 습도가 같을 때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단점에도 음의 색채가 훨씬 다양하고 인간에 다가가는 소리를 추구하는 데는 거트 현이 유용하다. 결국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말을 보탰다.

스틸 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올거트 현으로 연주했던 걸 고려하면 “베토벤 시절에 좀더 가까워진 셈”이다. 그는 “추구하는 건 올거트 현”이라며 “그랬을 때는 자꾸 끊어지곤 해서 녹음시간을 두배로 잡아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엔 반반 섞어 연주했다”고 털어놓았다.

“2007년 보다 두 번째 녹음이 더 혹독해요. 첫 번째 녹음은 잘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하지만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혼을 담는 작업은 많이 달라요. 곡에 대해 아는 만큼 더 혹독하죠. 비유(메타포)를 하자면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과 같아요. 젊어서, 중기, 후기의 베토벤에 어떻게 더 가까워질까 고민하듯 제 연주를 들으시는 분들이 어떤 차이를 느끼게 할까를 훨씬 더 깊이 고민하게 되죠.”

 

양성원은 이번 음반이 음악인생에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대학이 인생을 시작하는 첫 단추라면 음반은 저희들이 하나의 과정을 기록으로 담는 것”이라며 “녹음을 하던 그 시점의 기록물이자 아카이브”라고 표현했다.

 

양성원
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앨범은 2021년 9월에 녹음했는데 절대 마지막 버전이 아니에요. 그 후로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앨범녹음은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생각하는데 음악활동은 장편소설같아요. 제 나름대로의 음악 삶을 써내려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챕터마다 하나의 레코딩으로 아카이브를 만든다는 느낌이죠.”


앨범 발매와 더불어 9월 23일 부산부터 통영(9월 25일), 대전(9월 27일), 서울(9월 29일), 여수(10월 1일) 등에서 리사이틀 투어, 런던심포니와의 협연 녹음 후시작업, 그가 7년째 함께 하고 있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 축제(10월 13~16일) 등을 계획하고 있는 양성원은 “이걸로 끝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인디애나 수학시절 스승인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처럼 세 번째 녹음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녹음을 할수록 바흐와 베토벤에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느낌이에요. 두 음악가의 곡들을 계속 연주하면서 새로운 레어어가 보이고 새로운 각도가 생겨나죠. 연주하면서도 변화가 느껴지고 그 변화를 통해 좀더 깊어진다는 걸 느껴요. 음악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제 소리와 표현하고자하는 게 하나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죠. 세 번째 앨범을 지금은 생각 안하고 있지만 자연스레 된다면 못할 이유가 없죠.(Why Not)”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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