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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악덕사장 프랭클린 역의 숀 니덤 “여전한 문제의 잔재들, 지속적으로 얘기해야죠!”

입력 2023-05-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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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니덤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

 

“2015년 ‘포비든 플래닛’(Return to the Forbidden Planet, 2015년) 이후 8년만인데 여전히 다들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얼마나 따뜻하게 맞아주는지 대구라는 공간에 왔을 때 느끼는 기분은 전혀 안바뀌었어요.”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9 to 5, 2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로 다시 대구를 찾은 숀 니덤(Sean Needham)은 이렇게 답했다. ‘나인 투 파이브’는 1980년대 퍼트리샤 레스닉과 콜긴 히긴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돌리 파튼 히트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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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
“영국에서 (2019년 리프로덕션된) ‘나인 투 파이브’ 첫 공연날 돌리 파튼이 전용기를 타고 참석했고 모두를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러 술도 한잔씩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는 본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지만 그는 당당하게 맞서 ‘그게 원래 나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이죠. 그 마인드가 고스란히 노래에, 가사에 담겨 있어요. 그래서 이 공연이 (200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보다 더 나쁠 순 없다! 프랭클린 하트

이 작품에서 숀 니덤은 악덕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한다. 프랭클린 하트는 주디(레아 세인트 루스), 바이올렛(루신다 로렌스), 도랠리(조지나 캐슬)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성차별적이고 이기적인 사장이다.

 

숀 니덤은 “주변에 그런 사람도 너무 많고 영화 등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인물들도 많았다. 대본에 충실하면서 그런 인물들을 참고했고 제 색을 가미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여직원들을 “내 여자들”이라고 칭하는 프랭클린 하트에 대해 숀 니덤은 “그게 프랭클린의 근본”이라고 표현했다.

“본인 스스로가 모두의, 특히 여성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죠.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작품에서 프랭클린은 그 시대의 남자를 대표하고 있어요.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저 역시 끔찍하게 싫을 거예요. 물론 사연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려서부터 그런 것들을 보고 자랐거나 불행한 가정사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극에서 굳이 그의 그런 얘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상대역들의 리액션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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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제공=딤프 사무국)


이어 “기본적으로 저는 그렇게 못된 사람이 아니다”라 웃으며 “다만 배우로서는 프랭클린 같은 역할을 통해 화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눙쳤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한 캐릭터다 보니 어쩌면 심각한 차별, 노동 등의 사회문제를 희화하거나 주제를 흐릴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그는 “그래서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이런 연기를 TV나 영화처럼 했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우스꽝스럽게(Silly) 보이거나 메시지가 허투루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균형을 찾아가면서 연기 중이죠. 그게 극장 연기의 특성같아요.”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1부 마지막부터 2부 내내 말 못할 고통을 느낄 법한 고난에 처한다. 극의 스포일러이자 통쾌한 지점이 되는 이 고난에 대해 숀 니덤은 “극 내내 그런 고통 속에 있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 역할을 거의 3년 가까이 했기 때문에 굉장히 익숙한 상태예요. 그리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오래 그런 상태로 있거나 하진 않아요. 재밌는 건 사실 1막 마지막 장면이긴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도 된다는 공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관객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제 이름을 태그해 공유한다는 사실이죠. 그런 게시물에는 제가 답글을 달기도 하는데 제가 인터미션 동안에도 그 고난 속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나인 투 파이브 “저 역시 바이올렛, 주디, 도랠리이던 시절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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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

 

“배우들이 연기만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죠. 저 역시 16살 때 사무실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커피를 타고 차를 만들고 복사를 하는 매우 낮은 직급이었죠.”

굳이 성별, 직급 등이 아니라도 부조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들은 어디에나 발생하곤 한다. 배우라는 직업 역시 ‘선택’이라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면서 바이올렛, 주디, 도랠리처럼 불공정함, 차별 등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는 극의 배경인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제기돼 오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

“그런 잔재들이 오늘까지도 이 공연이 계속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극 중 이슈들이 현재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그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남겨지는 또 다른 문제들이 파생될 수도 있죠.”


이어 그는 가장 마음에 와닿는 곡으로 ‘순박한 바비’(Backwoods Barbie)를 꼽았다. 그는 “(도랠리 역의) 조지나가 노래를 너무 잘하기도 하지만 가사 자체가 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는지를 알고 부르는, 굉장히 슬프기도 한 노래죠.”

숀 니덤은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운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남자다움 등에 빠져드는지, 성차별적인 행동들이 얼마나 산재돼 있는지, 분명 잘못된 행동인데 무의적으로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지 등을 깨닫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저 스스로에게도 해서는 안되는데 그냥 지나쳐 버리는 행동들을 누누이 되새긴다” 덧붙인 숀 니덤은 “예술과 극장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예술 극장이나 예술에 좀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좋은 공연들이 좀더 많이 무대에 오르면 좋겠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술적 지원이 많은 도시에서는 범죄율이 감소한다고 해요. 예술 활동들을 통해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술, 특히 극장에 많은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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