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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코이'라는 물고기

입력 2023-06-27 14:07 | 신문게재 2023-06-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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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까지 넘게 자라는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런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얼마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예지 의원이 질의 과정을 마치면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이다. 답변에 나선 총리와 장관이 답변석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그리고 도착 알림 멘트에 감사하다는 김 의원의 인사에서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다른 국회의원들의 거칠거나 과시형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진지함까지 느꼈다.

그날 김 의원을 통해 학대장애인에 대한 보조인 선임이 법에만 보장돼있고 실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을,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해 42%를 집행유예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을 알게됐다.

오랜만에 고성이 오가지 않고 쇼잉 없는 국회 질의응답 장면을 봤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 의원이 정상인이고 겉만 멀쩡한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비정상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출퇴근길에 마구잡이 지하철 점거 농성으로 수십만 시민의 발을 묶는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폭력적 모습을 연상시키는 대부분 국회의원의 거친 언행과 대비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김 의원에게 찬사를 보낸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집나간 장애인에 대한 마음이 다시 돌아왔다. 김 의원은 스스로 1m 이상 큰 강물 속의 ‘코이’였다.


- 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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