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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 “곰표밀맥주 사태, 진흙탕 싸움 아닌 주류업계 좋은 선례로 만들것”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누적판매량 6000만캔 ‘곰표밀맥주’ 성공 주역, 세븐브로이 김희상 부사장
곰표 뗀 ‘대표밀맥주’ 출시 두달 만에 누적판매량 50만캔 돌파 ‘선방’
김 부사장 “동일한 레시피, 독창적이라 우기는 건 소비자 우롱 행위“
하반기 ‘대표’ 브랜드 정착이 목표...제품 다각화로 외형 확대 계획

입력 2023-07-10 07:00 | 신문게재 2023-07-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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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부사장이 ‘대표밀맥주’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철준PD)

 

“곰표밀맥주(현 대표밀맥주)가 한국 수제맥주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만큼, 쉽게 묻혀질 맥주가 아닙니다. 브루마스터(양조기술자)의 자존심을 걸고 원조 타이틀 레시피를 되찾을 것입니다.”


‘곰표밀맥주(현 대표밀맥주)’의 성공 주역인 세븐브로이맥주(이하 세븐브로이) 1세대 브루마스터 김희상 부사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현재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는 지난 3월 대한제분과 상표권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수정된 디자인에 맛은 그대로 계승해 제품명만 ‘대표밀맥주’로 바꿔 지난 4월 말부터 편의점 CU를 통해 단독 출시되고 있다. 출시 약 두 달째인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50만캔을 돌파했다.

‘대표밀맥주’는 김 부사장의 노력과 자부심이 함께 담겨있는 맥주다. 제품의 최초 개발 단계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쉽지만 특별한’ 맥주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에서 시작했다. 특히 20~30대 여성 취향을 반영한 수제맥주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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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 겸 브루마스터가 ‘대표밀맥주’에 대한 개발 초기 단계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김 부사장은 “우선 알코올 도수(ABV)부터 맥주의 기본 원형을 지키면서도 부담없이 음용할 수 있는 4.5%로 정하고, 사용할 맥아의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며 “그 후에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로 윤곽을 잡은 뒤 꽃향기와 자몽, 멜론보다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3가지의 향기를 기본 아로마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열대과일 향을 맥주의 주된 줄기로 잡았으나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달콤하고 향긋한 아로마가 지배적인 이 제품이 주스나 청량음료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 것이다.

그는 “‘이거 맥주야’라는 도장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보통 유럽식 밀맥주에 흔히 쓰이는 ‘바이젠 효모’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대신 밀맥주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당분의 함량을 낮춰주는 ‘벨기에 세종 효모’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밀맥주에 세종 효모를 사용한 건 국내 최초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거의 찾기 어렵다.

이렇게 레시피 개발부터 원부자재 수급·샘플 제작·생산까지 총 5개월을 거쳐 탄생한 ‘곰표밀맥주(현 대표밀맥주)’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6000만캔을 돌파됐다. 그러나 ‘곰표밀맥주’는 상표권과 레시피 도용 문제로 대한제분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최근 제주맥주와 함께 선보인 ‘곰표밀맥주 시즌2’ 제품이 세븐브로이가 선보인 ‘곰표밀맥주’와 사실상 같다며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유통사에 납품된 ‘곰표밀맥주 시즌2’에 표기된 원재료 목록, 함량 비율 등이 (기존 곰표밀맥주와) 매우 유사한데다, 원재료 공급사를 통해 시즌2 제품이 기존 제품과 동일한 ‘벨기에 세종 효모’를 사용한다는 게 세븐브로이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세븐브로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제분은 “재출시된 ‘곰표밀맥주 시즌 2’는 새로운 파트너사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된 제품”이라며 “레시피가 기존 곰표밀맥주와 동일하다는 (세븐브로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대한제분과 제주맥주가 선보인 ‘곰표밀맥주 시즌2’는 밀 함량을 늘려서 밀향을 더욱 강화했다고 하지만, 자사 기존 제품(밀 3.19g 함량)보다 겨우 0.1g의 밀 함량(32g)이 증가한 정도”라며 “이는 관능적으로 전혀 무의미하고, 적어도 기존 밀 함량의 5~10%는 더 증량해야 소비자가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맛이 더 강화됐다는 대한제분 측의 주장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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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부사장이 대한제분과의 ‘곰표밀맥주’ 레시피 도용 관련 법적 분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김 부사장이 개발 당시 독창적으로 사용한 ‘벨기에 세종효모’에 대해서도 대한제분은 측은 해당 효모가 이미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효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국내 수제맥주에서 사용되는 효모 중 캘리포니아 에일 효모(US-05)라는 것이 있는데, 국내 150여개 브루어리 중 100여 군데가 이 효모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했던 적 있다”며 “이 정도는 사용돼야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효모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편의점에 출시되는 캔 한편에 적혀있는 혼합제제 표기 부분 역시 기존 ‘곰표밀맥주(현 대표밀맥주)’와 동일하게 사용한 점도 레시피 도용의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곰표밀맥주는 만들 당시 법적으로 제품에 사용된 혼합제제 하위항목까지 상세 내용을 모두 담아야 했지만, 현재는 법이 변경돼 제품명과 향료만 표기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브루마스터들은 제조 공법이 오픈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주류업계 트렌드는 혼합제제를 상세하게 표기하고 있지 않다며 “제주맥주가 곰표밀맥주를 새로운 레시피로 제조해 독창적으로 출시했으면 레시피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상세하게 표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굳이 기존 곰표밀맥주와 동일하게 하위항목을 다 넣은 것은 해당 맥주가 그전과 다름없이 똑같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소비자들은 세부 내용이 사라지거나 성분표가 달라지면 저렴한 원료로 대체했거나 이전과 맛이 달라졌다는 등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는 이번 대한제분과의 법적 분쟁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이나 실익을 바라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다. 명백하게 도용한 레시피를 자사의 독창적인 레시피라고 주장하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기에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번에 출시된 곰표밀맥주 시즌2가 대한제분과 제주맥주가 직접 만든 독자적인 레시피라면 그 쪽의 해당 브루마스터도 분명 저처럼 억울할 것”이라면서 “이번 곰표밀맥주 시즌2를 개발한 레시피 개발자와 직접 일대일로 토론할 의향도 있다. 레시피를 도용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한 “디자인이나 상표 관련 도용 문제는 조금만 비슷해도 민감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잘 돼 있지만, 식품의 레시피나 내용물은 보호받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법정 싸움이 향후 업계에 좋은 선례로 남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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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부사장이 ‘대표밀맥주’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세븐브로이는 향후 ‘대표밀맥주’는 물론 제품 다각화를 통해 외형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존 대표밀맥주에 집중됐던 생산역량을 다양한 제품군으로 분산해 ‘곰표’를 떼고도 매출 상승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대표밀맥주를 비롯해 대표하이볼, 대표골든에일, 대표로제에일, 대표제로논알콜 등 총 5가지 시리즈를 구성하고, 나머지 4종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하반기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생활 패턴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맥주에 국한하지 않고 맥주 원료를 활용한 비알콜 제품들도 연구 개발 중에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주류 문화 자체가 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알코올을 싫어하는데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사람들, 살이 찔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을 공략한 ‘비건 맥주’나 ‘유기농 맥주’ 등 다양한 맞춤형 맥주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맥주 원료를 사용한 탄산수나 논알콜 비어를 만드는 공법이 위스키를 제조하는 방법이 거의 비슷하다”며 “자체 개발한 위스키를 활용한 하이볼 등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해외시장 공략계획도 밝혔다. 세븐브로이는 코로나 이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수출을 재개하고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등 14개국에 해외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세븐브로이의 연간 수출 매출은 1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수출 성적이다.

김 부사장은 “해외에서 한국의 지역명과 한글을 사용한 맥주가 반응이 좋다”며 “14개국에 걸쳐 지금까지 쌓아온 수출 경험과 판매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올해 미국과 중동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 수출 제품인 맥주와 함께 하이볼과 홉파클링(홉+탄산수 조합) 제품도 추가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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