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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전세난 완화됐다고 안심하기엔 좀 이르다

입력 2023-08-08 14:05 | 신문게재 2023-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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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전세수급지수가 모처럼 90선을 회복했다(90.6). 기준선 100에는 미달하지만 1년 전(90.2) 조사 때를 처음으로 살짝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60.4, 2월 첫째 주 60.5까지 떨어져 역전세난 경고등이 켜졌던 걸 감안하면 완화된 것이고 많이 좋아진 것이다. 전세가격도 상승세다. 불안심리가 완전히 걷히지는 않은 가운데 점진적인 회복 국면이다.

변수도 잠복해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넓게 보면 아파트 전세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 전셋값 하락 폭이 컸거나 주거단지가 양호한 단지 위주로 반등하는 양상은 상당히 추세적이다. 기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역전세·깡통전세 우려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월세 선호 현상이 좀더 지속되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깡통전세 위험성은 물론 아직 잔존한다. 여파가 국지적이라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될 부분 중 하나다.

하반기 강남권 중심으로 대량 입주가 진행되면 전셋값은 조정될 것이다. 다만 일시적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임대차 시장의 생리상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곧 회복될 수는 있다. 낙관론을 편다면 하반기에서 내년 초반까지는 폭등 수준으로 오를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올랐던 전셋값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역전세난은 완화됐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뜻도 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 등 시장의 위험 수위를 낮추는 정책이 제대로 힘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대출 금리도 다소 진정돼 상반기보다는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서울 단독·다가구 거래량이 12년 만에 바닥을 친 데서도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가늠된다. 하반기에는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를 해소하는 데 경제정책방향의 역점을 둬야 한다. 조심할 것 또 하나는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에 전·월세 물량이 쑥 줄어들 경우다. 역전세난이 전세난으로 전환되거나 역전세난과 전세난이 혼재하는 양상을 띨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현재만 걱정해서도 안 된다.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4% 감소했다. 이렇게 반 토막 나면 몇 년 안에 전세난을 또 걱정할 상황이 도래한다. 가령 2025년과 2026년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면 그때는 전셋값 급반등 요인이 된다. 지금은 물론 미래까지, 못해도 다음 전세 계약 시기 정도는 내다보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가까이도, 멀리도 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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