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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오자경 심사위원장 “테크닉과 음악성 그리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창출하는 예술가!”

입력 2023-09-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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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경 교수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바흐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오르간을 접하게 됐어요. 바흐라는 음악가는 오르간 없이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오르간이라는 악기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어떤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그 시대와 작곡가의 문화를 익히는 거거든요. 악보에 있는 건 아주 일부일 뿐이에요. 악보에 써있지 않은, 그 많은 인포메이션을 직접 공부해서 자신만의 스토리와 스타일 등을 만들어야 하죠.”

2020년 롯데문화재단이 론칭해 두 번째를 맞은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9월 18~27일)의 심사위원장인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음악원 교수는 파이프 오르간(이하 오르간)에 대해 “재밌고 흥미로운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정답이 없다고 할까요? 피아노는 물론 음색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크게 다른 소리를 내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오르간은 천차만별의 소리를 내요. 조용한 소리도 낼 수 있지만 완전히 떠내려갈 만큼 큰 소리를 내기도 하죠, 스펙트럼이 크다 보니 연주자 본인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악보에 없는 걸 어떻게 칠 것인가, 일종의 원칙 하에 그걸 발전시켜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악기죠.” 

 

2차 본선용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본선 2차가 치러질 롯데콘서트홀 오르간(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오 위원장이 전하는 오르간의 매력은 콩쿠르의 심사기준이 되기도 한다. 오 위원장은 “기본적인 원칙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는 동시에 어떻게 자신의 것을 만들어 창의적인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지가 심사 기준”이라고 밝혔다.

“아카데믹한 것, 음악성 등을 고려하는 건 다른 콩쿠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더불어 오르간만의 특징적인 것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고려해 심사하고자 합니다.”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는 2020년 오르간 문화 확산을 위해 롯데문화재단에서 출범했다. 하지만 본선 진출자들을 정한 상태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면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한 채 2회를 맞았다. 

 

1회 본선진출자 중 올해 세인트 올번스에서 1위를 거머쥔 노선경, 지난해 생 모리스 콩쿠르 우승자 이민준, 2019년 세인트 올번스 콩쿠르 2위 톰 리우는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본선에도 진출해 경연을 준비 중이다.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오리엔테이션 중인 참가자들(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50여명 지원자에서 엄선된 본선진출자 11명 중 건초염으로 대회 직전 기권한 독일의 헨드릭 부르카르트(Hendrik Burkard)를 제외한 10명이 경연을 치른다. 18일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이들은 21일 한예종 이강숙홀의 고아트(GoArt) 오르간으로 본선 1차(지정곡 25분)를 치르고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본선 2차(롯데콘서트홀, 19세기 낭만주의 주요 작품을 포함한 25분)를 거쳐 뽑힌 5명이 26일 결선(롯데콘서트홀, 바흐 작품과 1960년 이후의 현대곡을 포함한 50분)을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자에게는 1100만원의 상금과 향후 2년 동안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 출연 기회가 주어지며 2, 3위에는 각각 500만원,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더불어 청중상, 바흐 특별상, 현대음악 특별상 등 3개의 특별상도 주어진다.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의 차별점은 피스톤, 메모리 등이 전혀 없는 옛날 악기 그대로인 한예종의 고아트 고아트와 현대화된 롯데콘서트홀의 리거(Rieger) 오르간을 모두 연주해야한다는 것이다.

“유럽 콩쿠르에 위촉받아 심사를 하다보면 한 악기로 같은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여러 악기를 이용하기도 해요. 그 시대에 맞는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콩쿠르가 훨씬 더 학구적으로 느껴져요. 저희 콩쿠르는 두 악기를 연주하죠. 그야 말로 옛날 그대로의 악기는 굉장히 아카데믹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어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오자경 교수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경연 뿐 아니라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되는 것도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의 특징 중 하나다.

 

27일 시상식과 갈라 콘서트를 비롯해 특별강연(9월 23일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과 2회의 마스터클래스(9월 27일 롯데콘서트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오 위원장의 전언처럼 “참가자들의 성장과 배움의 기회 그리고 관객들이 좀더 친밀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콩쿠르는 경쟁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통해 참가자들이 조금 더 성장하고 마스터 클래스 안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기를 바랐습니다. 관객들 역시 결선, 마스터 클래스, 특별강연, 갈라 콘서트 등을 직접 공연장에서 관람하시면서 오르간에 대해 조금 더 친밀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콩쿠르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오르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오 위원장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너무 힘들다. 피아노, 바이올린 전공자도 줄고 있는데 오르간은 더 심각하다”며 “일본의 무사시노 콩쿠르는 1981년에 창설됐고 중국 상하이 국제 오르간 콩쿠르도 2017년에 시작했다. 일본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2000여개에 이르지만 한국에는 전국 교회, 성당을 포함해도 180여개에 그친다”고 전했다.

“유럽은 콘서트홀 뿐 아니라 교회에서 굉장히 많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어요. 매주 음악회와 축제가 있고 교회가 늘 열려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열려 있는 교회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비싼 콘서트홀을 개인이 빌려야만 음악회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연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저 역시도 거의 외국에서 연주를 많이 하는 편이니 젊은 음악가들은 더 힘들고 음악으로 삶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이어 “젊은 연주자들이 계속 음악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콩쿠르 등을 통해 오르간의 저변을 확대하고 많은 기관들이 오르간을 설치해 연주기회가 많이 생겨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것에만 기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인들의 클래식 관객들은 모르는 곡을 하면 좀 싫어하는 경향이 짙죠. 음악이라는 것이 익숙한 데만 기대야 하는가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익숙하지 않지만 좋은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정말 가치 있고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하는 음악일까를 이 기회에 좀 느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더불어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클래식 음악인들, 특히 우리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격려 받고 힘을 받을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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