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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 배추 공구하고, 새우젓 산지 공수… 엄마들 '김장 쇼핑' 전국 누빈다

변화하는 김장 준비 풍경
동네 주민·인터넷 지인끼리 재료 공동구매

입력 2014-10-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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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일산에 사는 한정희(45)씨는 매년 김장 시기가 되면 12인승 봉고를 빌린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끼리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절임배추 공구(공동구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발단은 지방에서 농사를 짓는 시어머니의 푸념에서 시작됐다. 배추값이 세 포기에 1000원도 안될 정도로 폭락해 밭을 그냥 갈아 엎기로 했다는 소리를 듣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한 씨가 엘리베이터 앞에 ‘무공해 배추 팝니다’를 붙여놓자 하루만에 “절여서 배달되느냐?”고 묻는 전화가 쇄도했고, 서너 집이 먹기 시작한 게 소문이 나면서 아예 날을 잡아 근처 5일장을 돌며 무와 고춧가루, 마늘 등을 한꺼번에 구매해 단지 입구에서 나눠서 헤어진다.


# “올해도 김장 셔틀(?) 부탁해요.” 워킹맘인 차유미(32)씨는 자주 가는 푸드 블로거의 사진에 애교 섞인 댓글을 남겼다. 평소 자주가는 이웃 블로거가 직접 다녀 온 새우젓과 배추밭 사진을 본 뒤였다. 지난해 자신과 달리 야무진 살림 솜씨를 지닌 그가 추천하는 김장 재료를 함께 구입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도 한 몫했다. 차씨는 “내년엔 휴가를 조절해 같이 나서 볼 생각”이라며 “하는 일과 사는 동네는 다르지만 이렇게 만나 또 다른 인연도 쌓고, 안전한 먹거리도 확보 할 수 있어 1석2조다”고 말했다.

 

김장관광
강화도 새우젓 축제에 몰린 주부들.(사진제공=강화 새우젓축제 추진위원회)

 

 

김장철을 앞둔 주부들이 ‘매의 눈’으로 전국 유랑에 나서고 있다. 미리 산지에 가서 재료를 직접 확인하고 계약, 공구를 통해 가격을 저렴하게 계약하려는 소규모 집단이 점차 늘고 있다. 과거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1사1촌 운동이 회사가 아닌 개인간의 거래로 변모한 것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강화새우젓축제는 그중 필수 코스로 뽑히고 있다. 오는 10월10일부터 12일까지 단 3일간 외포리 젓갈어시장에서 진행된다.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이 합류하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강화도 새우젓은 전국 새우젓생산 3대 어장으로 내륙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염류를 섭취, 감칠맛을 자랑한다. 특히 껍질이 얇고 높은 영양가를 함유한 강화도 새우젓은 옛날에는 한강 마포나루 등으로 공급되어 임금님에게 진상될 정도로 그 품질이 유명하다. 외포리 어촌계 정찬요 사무국장은 “올해에는 체험행사와 상설행사로 케리커처&페이스페인팅, 사진전시회, 가훈 써주기, 먹거리장터, 농경문화 체험행사를 마련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가족 고객들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배추만 잘 절여도 김장의 반은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질 좋은 소금 확보는 주부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김장철 시즌에는 중국산 소금이 포대갈이를 해서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천일염 생산지인 충남 태안은 이 때가 가장 바쁘다 .타 지역에 비해 바닷물 염도가 25% 정도 낮아 단맛이 많고 쓴맛이 적어 김장에 쓰려는 주부들이 몰린다. 특히, 염전 근처에 펼쳐진 넓은 소나무 숲 덕분에 송화소금 생산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금 특유의 쓴맛을 제거해 각종 요리에 사용됐지만 이곳 양반들이 김장 담글 때 송화소금을 사용했다고 전해지면서 김장용으로 대규모 구매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 구매에 대한 욕구는 유통 판로까지 바꿨다. 전국 배추생산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해남은 배추농가가 김장용 절임 배추 브랜드를 만들어 직판에 나선 것이다. 해남 배추는 황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해남 화산면에서 배추 농가를 운영중인 김승주(57)씨는 “현장에서 직접 배추를 보고 주문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농가간의 경쟁도 치열해 졌다”면서 “지난해 1000여 명의 절임배추 생산자가 500여억 원의 소득을 올려 지난 7월 ‘한폭애’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신안의 명물인 천일염과 지하 암반수를 사용해 쓴맛이 나지 않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김씨는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고 팔 수 있어 소비자들은 물론 농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김장 관광’이 가을 농·어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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