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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여, 가장들이여…40대엔 마음의 쉼표를 찍고 나를 위한 장밋빛 설계를 하라

[인터뷰]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0년간 남성 은퇴자 1000명 면접

입력 2014-10-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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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만큼 남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은퇴 남성들은 은퇴로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정 내에서는 가장의 역할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도 발전해 일본에서는 ‘은퇴남편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1000명에 달하는 남성 은퇴자를 만났고 그 중 300명은 심층 면접을 했다. 그는 수많은 면접을 통해 알게된 은퇴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안과 건강한 은퇴 생활을 위한 준비 등 다양한 조언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한혜경 호남대 교수
한혜경 교수(60)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 학사를, 동대학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와 사회복지학 석사,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6년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역임하고 대통령직속 삶의 질 향상기획단 정책위원, 여성부 공동협력사업 선정위원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등의 저서를 집필해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100세 시대를 위한 삶의 쉼표를 찍자

한 교수는 한창 일할 나이에 장기휴가를 떠나는 것이 은퇴생활 준비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2008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인생 85년 비전 간담회’ 보고서를 통해 ‘40대 장기휴가’를 제안했다. 40대에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장기휴가를 줘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구체적인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이 진정한 100세 시대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0세까지 살던 시대에는 중간에 긴 휴가 없이도 열심히 살수 있었지만 100세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의 쉼표가 없다면 지치기 마련이다. 인간이 태어나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 생활을 하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으로 은퇴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한 교수는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40대 장기휴가’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년을 늦추거나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 준비 못한 베이비붐 세대, 좋아하는 일에서 답을 찾자

“베이비붐 세대들은 취직 걱정은 없었지만 은퇴를 준비한 세대가 아니었습니다.”

한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시점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기였기 때문에 대부분 먼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고 일만 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열심히 일해 돈만 모으면 노후는 어떻게든 지내겠지라는 생각이 만연했고 이렇게 오래 살게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금, 은퇴를 앞두거나 막 은퇴를 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한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한 길만 팠었다”며 “은퇴 후 살 날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무리하게 자영업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그는 은퇴를 1~2년 앞둔 시점에서 은퇴 생활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때론 그 고민이 뜻밖의 사건으로 해결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한 교수는 “은퇴를 1년 앞둔 한 남성이 부인에게 명품 가방 같은 값비싼 선물을 줬다. 평소 검소하게만 지냈던 부인이 비싼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뤄왔던 사진 공부를 하며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은퇴하기까지 여유가 있는 30·40세대의 경우에는 오래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로 여러 직업을 갖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미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미래에는 직업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라며 “좋아하는 일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모든 직업에 전문성을 다 갖추긴 힘들어도 준전문성은 갖춰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가장,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라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정에 대한 책임감은 상당하다. 그 책임감에 눌려 스스로를 ‘돈 버는 기계’로 전락시킨다. 가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은 결국 퇴직 후 은퇴 생활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교수는 “내 한 몸 희생해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남성들이 은퇴와 동시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며 “결국 계획 없이 퇴직금을 사용해 망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손해를 보고 남성은 혜택을 입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그 시대에는 남성이 혜택을 받은 만큼 가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가 남녀평등 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에 남성들도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야 현명한 은퇴 생활을 준비하고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경인 기자 mkibrd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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