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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찾아요? 백수오? 말벌?" 정이 넘치는 경동시장 나들이

경기·강원도 농촌민 토산물 팔면서 형성…약재상 등 1천개 성업
백수오·모과 어성초 발모제 중년들 많이 찾아

입력 2014-10-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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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이미지5

  

 

#1.“거 사지도 않을 거면 만지질 말든가.”

노점에 내놓은 백년초 선인장을 만지다 가시에 찔린 70대 손님을 타박하는 80대 할머니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시골 장터의 인심을 바란 건 잘못이었나 싶어 지나가려는데, 이내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훑어가며 가시를 뽑아준다. 겉으로는 툴툴대지만 속 깊은 정에 감동해서인가. 관절에 좋다는 말에 지갑을 여는 할아버지 손이 정겹다.


#2.“아이고 또 오셨네. 반가워라. 날씨 쌀쌀한데 이것부터 마셔요.” “사장님 나 기다렸나보네?호호.”

파는 물건은 각종 약재인데 건네는 건 다방 커피다. 물건은 고르지도 않고 의자 구석에 엉덩이부터 붙인다. 지하철 1호선 제기역 입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에서 흔히 있는 풍경이다. 주름진 손으로 맞잡은 두 손은 자매 사이에서나 볼 법한 친근함이 묻어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내놓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경동시장은 본래 서울의 동쪽 경기도와 강원도의 농촌 주민들이 농산물, 특히 토산품이나 특산물을 내어다 팔면서 형성시킨 큰 노점상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의 영향으로 상업적 농업이 시작되면서 출하되는 산물이 지역성을 반영해 특종상품시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주된 상품은 산채류·인삼·건어물·기타 농수산물 및 생필품이지만 특히 한약재상이 번창해 전문시장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는 약재상, 한의원, 한약국 1000개가 성업중이다.

올해로 35년째 경동시장을 지키고 있는 광성 약재상의 김재분(65)씨는 국산 한약재를 다룬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처음 구경했을 때가 엊그제 같다며 말문을 열려는 찰나,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이 백수오를 갈아 달라며 들이닥친다. 매년 반복되는 인기 한약재가 있듯이, 음용 방법에도 유행이 있단다. 매장에서 만난 권순자(60)씨 역시 백수오 효능 예찬론자였다. 권씨는 “5년 전부터 여성 호르몬 부족으로 발생하는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효과를 많이 봤다”면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고 해서 꾸준히 먹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백수오는 경동시장을 찾는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한약재다. 중년 여성들은 거의 70%가량이 백수오를 찾는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반면 남성들은 천연 발모제를 많이 구입해 간다고 했다. 실제로 길가에 위치한 수많은 약재상 문 앞에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만든 어성초 발모제가 진열되어 있었다.

김씨는 “약재가 싸기 때문에 직접 구입해 담그는 사람도 많다. 어성초 50g과 자소엽 30g, 녹차 30g을 담금주에 타 3개월간 숙성시켰다가 머리에 바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뿌려보니 진한 쑥 향이 향기로웠다. 숙성되면 독하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번 발라주면 실제로 잔털이 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백수오 외에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을 묻자 ‘모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직접 썰어주기 때문에 한번 구입해 간 주부들은 그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기꺼이 이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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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에 좋다는 말벌집, 계란집이 그대로 살아있는 닭똥집까지, 경동시장에서 심심한 순간은 없다. 직접 만든 발모제를 뿌려주는 상인의 넉살에 웃음꽃이 핀다.

 


이외에도 시장 곳곳에서는 이 시기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이 시선을 잡았다. 바로 땅벌과 말벌집이 살아있는 벌들과 함께 그대로 묶여 있는 양파망이었다. 기본 가격이 50만원부터 시작되는 고가지만 진열되는 즉시 팔린다. 먹는 방법도 신기함 그 자체다. 냉동고에 서너 시간 넣어 기절시킨 뒤 술을 담그거나 바로 내려 먹는다. 집 안에 들어 있는 애벌레들이 얼면 로열젤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쫀득한 단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고.

말벌은 남성들의 정력에, 땅벌은 폐와 기관지에 좋아 효과를 본 사람들이 앞다퉈 구매한다. 실제로 구경한 지 15분만에 가판에 놓인 양파망 4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젊은 세대들에게 ‘경동시장=약재상’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이곳의 판매 물품은 한약재 외에도 다양하다.

인삼과 견과류, 청과부터 축산, 생선까지 신선식품은 없는 것이 없다. 각종 길거리 음식과 소소한 가게들도 정겨움을 더한다. 시장 안쪽에 위치한 죽 집은 간판도 이름도 없지만 사람들이 넘쳐났다. 한 집에서 죽이 떨어지면 옆집 음식을 가져와 먹어도 흔쾌히 자리를 내줄 정도로 사이도 돈독하다. 밥알과 새알이 잔뜩 들어간 팥죽 한 그릇이 3000원, 같은 가격의 노란 호박죽은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인기 메뉴다.

시장 안쪽에 들어선 인삼 거리를 지나면 닭과 우족, 돼지 부산물을 파는 축산 거리가 사람들을 반긴다. 부위별로 조각 내어진 살점들이 잔인하기는커녕 정감이 간다. 고소한 튀김 냄새가 사람을 돌려 세우는 곳도 이곳이다. 신선한 닭들을 바로 튀겨 팔기 때문에 맛 집 고수들이 쉬쉬하며 혼자만 찾는다는 통닭집이 즐비하다. 흔히 닭똥집이라고 불리는 근대위를 양념해 튀긴 한 접시가 6000원. 양념튀김 한 마리는 두 마리를 튀긴 것처럼 푸짐해 포장해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주말에는 20분 이상 기다려야 되지만 식어도 맛있는 튀김 양념이 끊임없이 손님을 불러 모은다. 축산거리 맞은편에는 각종 간식거리가 넘쳐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천연 재료로 옛날 방식 그대로 직접 엿을 고아 만들어 파는 한과집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강이금(53)는 “예로부터 씹어 먹는 게 아닌 입에 녹여 먹는 천연 엿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간식”이라면서 “어렸을 때 직접 만든 엿을 먹어봤기 때문에 소화도 잘되고, 위에 부담이 없다는 걸 잘 아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입수능시험을 치르는 손주들을 위해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과거의 지혜와 따듯한 정이 넘치는 곳. 현재 경동시장의 모습이었다.

 

 

◇ 경동시장 한약상 강력추천 푸드 3

 

비싼 한약을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평소에 꾸준히 먹을 수 있는 메디푸드에는 뭐가 있을까. TV방송으로 인해 반짝 인기를 얻는 ‘떴다형 푸드’가 아닌 경동시장 상인들이 강력 추천하는 메디푸드 세 가지를 음용 방법과 함께 알아봤다. 

 

여주
경동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뜨는 상품으로 꼽힌 식품은 바로 여주였다.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인 여주는 천연 인슐린, 비타민C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식욕촉진, 피부병, 통풍, 다이어트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1. 말린 여주

 

경동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뜨는 상품으로 꼽힌 식품은 바로 여주였다.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인 여주는 천연 인슐린, 비타민C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식욕촉진, 피부병, 통풍, 다이어트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생으로 먹을 때는 쓴맛이 강하지만 건조시키면 쓴맛의 강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말린 여주를 차나 보리차처럼 끓여 먹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 2~3리터에 말린 여주 약 300~400그램을 넣고 약한 불로 약 1~2시간 끓여서 물처럼 수시로 마시면 된다. 생여주는 효소를 만들어도 무방하다. 깨끗이 씻고 물기를 빼낸 후 적당한 크기(3~5cm)로 썰어 병이나 항아리에 넣은 후 같은 양만큼의 황설탕(혹은 유기농설탕)을 버무려 넣고 3개월 정도 숙성킨 뒤 물에 타 마시면 된다. 

 

 

작두콩2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작두콩의 인기가 남다르다. 콩깍지가 작두를 닮아 이름 붙여진 작두콩은 비염이나 축농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 작두콩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작두콩의 인기가 남다르다. 콩깍지가 작두를 닮아 이름 붙여진 작두콩은 비염이나 축농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콩깍지 크기가 보통 콩의 최대 10배에 달하고 콩 낱알도 5∼6배 커 외관상으로는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지만, 쌀과 섞어 밥으로 지어 먹거나 콩깍지와 콩대를 말려 차로 마시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작두콩 가루를 된장찌개에 넣거나 어린 생꼬투리를 삶거나 쪄서 양념에 찍어서 술안주, 반찬으로 먹으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참가시나무3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담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각광받고 있는 약재가 참가시나무(이백저)다.

  

3. 참가시나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담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각광받고 있는 약재가 참가시나무(이백저)다. 이름은 가시나무지만 실제로는 가시가 없는 참가시나무는 예로부터 한의학에서 방광결석, 요로결석, 담낭결석, 부종뿐만 아니라 양기부족, 기력쇠약, 요통에도 좋다고 할 정도로 강장·강정작용이 뛰어나다. 일본 사람들은 이 나무를 으뜸 가는 정력제 가운데 하나로 여겨 소문을 듣고 직접 사러 오는 사람도 많다. 참가시나무 잎이나 잔가지 20~30그램에 물 600㎖를 붓고 30분쯤 달여서 그 물을 하루 4~5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경동시장 약재상들은 참가시나무 달인 물을 3개월 이상 먹으면 웬만한 결석은 녹아서 없어진다고 말한다. 참가시나무의 주성분은 떫은 맛 성분인 탄닌질이다. 탄닌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말고 조금씩 오래 먹는 것이 좋다.

 

글·사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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