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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에 IT 접목해 세계 수출한 '사이버 보디가드'

<인터뷰> 주대준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소장

입력 2014-11-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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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준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소장.(사진=윤여홍 기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가며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장애물을 잘 넘어온 것 같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의 과학화를 이루었고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예측해 카이스트 개교 이후 최초로 ‘사이버보안 연구 센터’, ‘정보보호대학원’을 개설했죠.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고아 소년이 청와대 경호차장이 되고, KAIST 부총장이 되기까지 고난과 역경의 다리를 건너온 주대준 사이버보안연구센터소장을 2일 카이스트 도곡동 캠퍼스 소프트웨어대학원 총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60여년을 ‘왜 내가 못해’라는 마음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고 한다.


- 청년시절 어렵게 공부하셨다고 들었다

간절히 소원하고 바라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보통은 내가 능력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믿음을 가지고 간절히 갈망하니 되더라. 꿈을 품으면 그 꿈이 나를 끌고 가고 그 꿈은 내 능력을 향상시키고 발전시켜주는 것을 체험했다. 또 살아가면서 장애물이 있더라도 문제를 정확하게 알면 슬기롭게 해결 해 갈 수 있게 되더라. 해결 방법을 찾고 스스로 해결 못하는 부분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도전 해 나가면 못할 것이 없다. 단 고난과 역경의 강을 건널 각오는 해야 한다. 이런 간절한 믿음과 도전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청와대 경호 차장 까지 올라가면서 경호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청와대 수행경호원들의 눈에는 ‘대통령’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계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스스로의 눈만 믿었다. 세상이 변해 가는데 경호실은 변하지 않았다. 설득했다. 미국, 러시아의 경호시스템을 보라고 했다. 우리도 IT(정보기술) 강국이고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데 언제까지 인의 장막만으로 경호를 해야 하느냐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컴퓨터, 자동화 다 좋지만 전자적인 오차로 대통령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극복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 하면서 움직이도록 했다. 사이버테러에 대한 원격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호 과학화를 실현해 나갔다. 1년 동안 기반을 구축하고 교육을 하면서 벽을 하나씩 허물어 갔다. 2-3년간의 힘든 시간을 극복해 내며 청와대 경호시스템을 과학화 했다. 그리고 이를 전세계에 수출할 정도로 발전시켰다. 이점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경호를 과학화 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 대 사람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수준을 넘어 고도의 기술로 무장된 전파 방해, 시스템 해킹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것을 과학적인 기술로 잡아내고 대응할 수 있다. 대통령이 가는 장소는 미리 점검을 하는데 예전처럼 하나하나 뜯어보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발전된 시스템을 이용해 단시간에 파악이 가능하다. 무기가 발전하면 할수록 안전망도 발전돼야 한다. 그래서 IT기술자들은 IT를 경호업무 적용하기 위해 경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 사이버 안보가 왜 중요한지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항공기가 납치되면 그 순간부터 항공기 조정권은 납치범한테 있다. 해커가 내가 쓰고 있는 시스템에 침입하면 시스템 운용권을 탈취 해 간다. 스마트 폰도 악성코드가 숨겨진 것을 다운받게 해 내가 하는 모든 것 들을 미러 형식으로 카피해 볼 수 있다. ‘드론’ 무인정찰기가 적군한테 탈취되면 조정권도 넘어가는데 그 다음을 상상 해 봐라. 아찔하지 않나.

사이버 안보 테러는 정상적인 자동화 된 시스템에 무력으로 침투해서 자료를 탈취, 뺏는 것도 있지만 운영권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말한다. 나를 위한 시스템이 남의 것이 되어 오히려 나를 해친다.


- 사이버 안보, 기술이 발전되면 될수록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기술이 진보하니 끝이 없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보안장치 , 패스워드만 잘 걸어두면 됐는데 이젠 아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지만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모바일도 해커에 취약하다고 봐야 한다.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서버), 사물인터넷(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이 점점 발전될수록 사이버 보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30년 전 IT는 전문분야였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인프라다. 전파가 통하는 곳은 어디든 해커가 있다. 살기가 편리해질수록 해킹 위험은 높아진다.


-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한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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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준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소장은 오래전부터 100세시대를 준비했기 때문에 90살까지 활동할 계획을 밝혔다.(사진=윤여홍 기자)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도전을 하며 꿈을 쫓아갔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청와대 전산실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과 미국 유학시절 얻은 다양한 식견들이 융합의 마인드를 키웠다. 융합적 마인드는 통신처장, 전산실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을 거치며 경호와 IT의 인식을 바꿔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경호시스템의 과학화를 이루면서 경호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딱딱한 경호의 질적 수준을 격상시키고 경호 문화를 바꿨다. 이렇게 앞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다보니 또 다른 기회가 왔다. 카이스트에서 사이버 위기시대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나를 스카우트했다. 대부분 경호 차장을 마치고 공공기관으로 넘어가 2-3년 임기를 마친 후 소리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난 100세 시대 적어도 30년을 더 바라봐야 하는데 전반부보다 더 빛나는 후반부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경호실 출신 박사 2호인데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카이스트 부총장에 재직시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이버보안 연구 센터, 정보보호대학원을 설립하고 큰 성과를 이뤘다. 늘 현시점에서 대비해야 한다. 인류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발전 될 것인지 집중하고 트랜드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웃으면서) 오래전부터 100세 시대를 준비했기 때문에 90살 까지 활동하지 않을 까 싶다.

사이버 위기가 다가왔는데 ‘사이버의 세월호’를 예방하기 위해서 국가 사이버안보의 파수꾼이 되겠다. 사이버의 위기는 전세계 어디서나 동시다발적으로 예고 없이 네트워크만 있으면 공격이 가능하다. 고도 해킹 기술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사이버 보안청이나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부처, 행정기관 등 사이버 관련 전문가가 없다. 왜 사이버 사고사 자꾸 날까. 법체계가 잘 안되어 있다 보니까 매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 안전을 위해서 안전 밸트를 매는 것처럼 사이버 안보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볼 계획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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