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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해도 택시에선 1등…日·英 넘어 세계 최고 택시기사 될 것"

[인터뷰] 비전택시대학 총장 정태성

입력 2014-11-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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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심장제세동기가 갖춰져 있다. 와이파이가 가능하다. 조수석에 모니터를 장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 IT제품의 충전이 가능하다. 뒷 좌석에 다양한 향수가 구비돼 있다. VVIP손님에겐 레드카펫을 깔아 드린다. 이 모든 서비스를 택시에서 받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중학교 때부터 신문, 우유 배달, 공장, 식당 서빙, 책 판매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정태성씨는 현재 이 특별한 택시의 주인이다. 지속적인 도전으로 그는 택시기사 겸 비전택시 대학 총장 그리고 인기강사로 열정적인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세계 최고 택시기사의 꿈’을 위한 정태성씨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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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로의 도전


장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지만 공부를 잘하는 효자는 아니었다. 일찍이 사회로 나와 힘들다고 하는 일은 안 해본 것이 없다.그는 결혼 후 사업을 하다 빚을 졌다. 그 후 그가 거친 직업은 원양어선 선원, 농부, 광부, 택시기사 등이다. 이마저도 못하면 노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선택한 택시기사. 그의 나이 33세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했다.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노력하다 보니 택시기사 시험 응시자 500~600명 중 1등을 했다. 한 번도 1등을 한 적이 없는데 1등을 하고 나니 동기부여가 됐다. 정 총장은 택시 운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애착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갈등도 생겼다. 택시를 타자마자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손님은 뒷 좌석 바닥에 만 원짜리 4장을 던지며 욕먹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고 있는 자신이 비참해 택시를 세우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택시기사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갈등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를 지켜준 건 친절한 손님들의 마음 씀씀이였다. ‘아저씨, 파이팅’을 외치는 대학생 손님, 기본요금이 나왔는데도 차 한잔 드시라며 5000원을 주신 할머니 등 따뜻한 손님들이 힘이 돼 버틸 수 있었다.

직업의 단점만 보는 것도 괴로웠고 장점만 보려는 노력도 힘들었다. 결국 억지로 노력하다 어느 순간 가슴으로 인정하게 됐다. 그는 똑같은 택시기사가 아닌 뭔가 다름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꿈이 없던 그에게 ‘존경 받는 택시기사’라는 꿈이 생겼다. 그 꿈은 세계가 인정하는 친절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일본의 MK택시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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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택시대학 정태성 총장.(사진=윤여홍 기자)

◇MK 택시 교육을 도전

택시 운전을 한 지 10년째. 일본어를 배우며 MK택시 연수를 받기 위해 많은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MK택시에 편지를 보냈다. 답변이 없자 국내 유명인들에게 추천서를 받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대통령, 서울시장, 주한일본대사, 각 기업체 회장 등 70여 명에게 일본 MK택시에 가기 위한 추천서를 부탁했다. 그 중 2명이 추천서를 써 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차 MK택시 유태식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강연장을 찾아가 유 부회장을 면담했다. 유 부회장은 정씨에게 신입사원교육이 아닌 4박 5일간 견학으로 항공료, 체재비를 대 주고 교육비도 면제해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견학이 아닌 신입사원 연수교육이 목표였기에 그 제안을 거절한다.

일본 MK택시 신입사원 연수교육은 그 회사의 입사전형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인 국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에서 간절히 염원하는 택시기사의 소원을 들어주고 한국에 MK의 서비스정신을 전파하자’는 생각에 MK택시 유 부회장은 정씨를 받아들인다.

약 3년 6개월간의 고군분투 끝에 MK택시 신입사원 교육에 참여한 최초의 외국인 정태성씨. 그는 그토록 염원했던 교육을 3주에 걸쳐 받는다. 아침 7시 20분에 조회를 시작으로 출석체크, 일정 고지, 운동장에 나가서 사훈, 사가를 부른다. 발성연습과 승객을 어떤 순서로 모실지 시뮬레이션하고, 청소 후 정규 교육을 시작한다.

운전자세, 인사 방법, 승객을 맞는 멘트 순서 등 매뉴얼을 배우고 익히고 수백번 연습했다. 또 MK의 역사에 대한 시청각 교육 후 소감문을 써서 제출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열정으로 무장된 정씨는 MK택시 신입사원 교육을 1등으로 졸업하며 특별한 택시기사의 꿈을 키워나갔다.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친절기업 MK택시의 연수교육 후 그는 런던 블랙캡을 경험하러 2011년 10박 11일 일정으로 떠난다. 33개 항목의 모니터링시트를 준비해 승객 입장이 되어 하나하나 점검했다. 그리고 그는 2012년 블랙캡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65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 런던교통공사에 보냈다.

직접 경험해 보고 평가해 우리 택시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비전 택시 대학의 도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개선하며 특별한 택시 문화 선도에 앞장선 정씨는 2013년 택시기사 50명을 모아 서울개인택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출자금은 각 5만원으로 택시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아직 수익은 없고 택시대학 유지운영, 연구모임, 공동구매, 교육 목적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 자금이 바탕이 돼 비전택시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커뮤니케이션, 안전 운전, 고객성향분류, 글로벌 매너와 에티켓, 외국어, 독서토론, 봉사활동 등 40여 가지의 커리큘럼으로 진행 중이다. 비전택시대학 총장인 그는 “일주일에 1번씩 3시간 수업을 하고 현재까지 1, 2기 수료생 50여 명을 배출했다. 그는 교수들도 재능기부를 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비전택시대학은 서울시로부터 강의실 지원을 받아 수업을 하고 있으며 10년을 내다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앞으로 비전택시대학을 수료한 택시기사들에게는 마크를 부착해줄 예정이다. 전용 콜 애플리케이션도 론칭할 계획이다. 정씨는 택시기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며 택시 문화가 바뀌면 국가브랜드 이미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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