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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아들을 둔 워킹맘이 본 남대문시장

아이 옷 찾아온 '주부 군단'들 주차피 폭탄 피해 대중교통 이용
밍크보다 '세이블' 겨울 대박 품목·매출 효자 노릇

입력 2014-12-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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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데 있으면서도 늘 지나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대문 시장이다. 올해로 개장 600주년을 맞이한 남대문 시장에는 하루 평균 40만명의 고객이 오가고 외국인 관광객만도 1만명이 넘는다. 실속파 쇼퍼들의 천국이지만 무심코 갔다가는 한순간에 '호갱(호구+고객)'님이 돼 버리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오죽하면 시장상인들 사이에서 '남대문살이 10년이면 전국구'라는 말이 다 나올까.  2014년을 마무리하는 연말, 두 여기자가 직접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무서운 칼바람도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을 찾으려는 매의 눈을 가진 엄마들의 욕구를 누를 순 없었다. 

 

한파가 몰아 닥친 2일 오후 ,한산할 것 같은 남대문 시장 아동복 상가는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다. 부르뎅, 마마, 포키 등 유년시절에 한 번쯤 들어 본 브랜드들이 즐비한 아동복 상가 골목은 지하철 4호선 회현역 6번 출구가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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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동복 매장에서 매출 효자는 ‘누빔 내복’.(사진=이희승 기자)

 


◇ “베이비 갭? 더 좋은 아동복 7000원이면 충분해!”

낮 1시가 넘어서자 아이를 안고, 혹은 지인들과 함께 나온 ‘주부 군단’들이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온다. 오후 10시30분부터 오전 2시에는 전국의 소매상(중간도매상)들이 성시를 이루고, 낮 5시까지는 일반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기자는 지난 가을 시장 주변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들의 6000원짜리 긴팔 티셔츠 두 장과 1만3000원짜리 신발을 구입한 뒤 무려 3만원이 넘는 주차요금 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쇼핑 고수들은 남대문 시장에 절대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알고서는 ‘그 가격이면 바지가 몇 벌이냐’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가장 먼저 찾은 마마 아동복 건물에는 질 좋은 아이 외출복과 커플 옷이 유독 많다. 15년째 유아매장 ‘동그라미’를 운영하고 있는 송옥순(52)씨는 “인터넷으로 베이비 갭부터 랄프로렌 키즈 아무리 사 입혀 봐. 여기 오면 그 디자인에 퀄리티 더 좋은 물건 5000원에서 7000원이면 뒤집어 쓰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알지”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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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대문 아동 시장에서 가장 ‘핫’하다는 방한 마스크를 쓰고 포즈를 취한 기자의 아들. 빼곰이 눈만 나오게 되어 있어 칼바람에도 끄떡없다. 곰돌이 푸우를 닮은 노랑과 핑크,남색, 각 1만원.(사진=이희승 기자)

옆의 부르뎅 아동복 점포에는 통역을 대동한 일본 상인과 중국, 러시아 관광객까지 꽉 차 있다. 옆에 선 홍콩 관광객이 서툰 한국말로 “싸게 싸게”라고 외친다. 

 

이곳에 매장을 꾸린 지 5년차라는 한지영(34)씨는 “이제 남대문시장은 옛말이에요. 한마디로 ‘국제시장’이지. 심지어 평일 매출의 40%를 외국 관광객이 차지할 때도 있어요”라고 알려준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누빔 내복은 오가닉이냐, 무형광 면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다른데, 대략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 사이다. 두툼하고 보온성이 뛰어난데다가 편해서 실내에서 입히기 적당하다.

한 개만 사려는 기자에게 “분명 입혀보면 다른 옷은 안 입는다고 떼쓸 테니, 속는 셈 치고 두 개 사라”며 2000원을 깎아준다. 

 

오후 5시에는 영업을 끝내기 때문에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서란다. 강매라고 느낄 법도 한데, 경험자의 조언과 호탕한 에누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공동구매도 광희시장도 사가는 모피의 원조

겨울옷 외에 남대문에서 대박난 아이템은 바로 밍크담요다. 킹 사이즈 두 개만한 크기의 담요가 2만원이다. 가볍지만 남다른 보온력으로 서민들의 몸을 녹여주는 필수품이다. 요즘은 캠핑용으로 구매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남대문 중간까지 다다르면 과거 도깨비 시장으로 불렸던 수입상가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해외에서 가져온 과자나 약, 식품부터 가발, 유명 브랜드 상표를 뗀 각종 옷까지 다양한 물건을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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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포근한 밍크요. 날씨가 추워지자 하루에 50장도 너끈하다.(사진=이희승 기자)

 

 

이참에 작년부터 고민해 온 세이블 넥 워머를 구매하려고 돌아다녔다. 워낙 뭔가를 잘 잃어버리는 터라 얼굴에 써서 목에 두르는 워머 타입을 사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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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깔의 세이블 목도리. 가장 인기 있는건 푸른색 빛이 도는 회색 일명 ‘사파이어 그레이’다.(사진=이희승 기자)

 

 

과거 한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착용하면서 유행한 세이블은 족제비과에 속해 밍크보다 털이 깊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자투리 털을 이어 붙인 제품도 많기 때문에 털을 꼼꼼히 살피고 안쪽까지 체크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그중 사파이어 그레이라고 불리는 회색빛 머플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며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년째 모피만 전문으로 하고 있는 ‘보아’의 윤임숙(60) 사장은 “요즘 인터넷에 ‘공동구매’ 열풍을 몰고 다니는 밍크와 세이블 목도리의 80%가 이곳에서 팔려나간다”고 했다. 모피로 유명한 광희시장의 물건도 이곳을 거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윤 사장은 몇몇 파워 블로거들이 이곳에서 대량 구매한 뒤 포토샵을 거쳐 약 2.5배 정도의 이윤을 붙여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귀띔했다.

격조 높은 털의 수준과 윤기로부터 ‘입는 보석’이라고 불리는 세이블의 가격은 밍크의 두 배. 확실히 한 손에 들어도 가볍고, 풍성하고 고른 털결이 지름신을 부른다. 하지만 이미 아들의 월동 준비로 지른 옷이 몇 벌인가 싶어 16만원에 밍크 넥워머를 품에 안았다. 확실히 부드럽고, 목에 땀띠가 날 만큼 훈훈하다.

그러고 보니 아들의 내복 2벌과 운동복, 모자는 다해 5만원. 3배나 비싼 목도리를 산 ‘나쁜 엄마’를 용서해 다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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