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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경제학] 초저출산에도 '영유아 용품' 매출 오히려 오르는 이유는?

"하나뿐인 귀한 내 아이 위해, 아낌없이 써도 아깝지 않아"

입력 2015-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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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가 43만5300명으로 전년(43만6500명)보다 1200명(0.3%) 감소했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정부가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2005년(43만5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출생아 수는 2010∼2012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년 연속 감소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처럼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영유아 관련 시장의 매출은 오히려 신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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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롯데마트의 올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대비 3% 가량 감소했다. 세부 상품군 별로는 ‘신선·가공식품’이 3.2%, ‘생활용품’이 2.5%, ‘의류잡화’가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유아’ 관련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7.5% 신장했다.

해당 상품군 중에서도 아이의 건강과 관련 있는 ‘유기농 유아 간식’이 25.6%, ‘유아용 위생용품’이 30.2%, ‘유아용 식기’가 12.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 서적’은 11.1% 감소한 반면 ‘유아 교육 서적’은 24.5% 신장했고, ‘일반 과채 음료’가 14.2% 감소한 반면 ‘어린이 과채 음료’는 12.1% 신장했다. ‘유아 완구’도 13.4% 늘었다. 특히 슈퍼카의 축소판인 ‘전동 승용완구’는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38.2%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측은 유아용품의 신장은 출산율 저하로 외자녀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녀에게 만큼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골드 키즈(외동으로 왕자나 공주로 대접받는 세대)’는 조부모, 삼촌, 이모 등의 지갑까지도 열게 하며 대형마트의 VIP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유아 전문 교육 시장도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유아(0~5세) 총 사교육비 규모는 3조2289억원으로 2013년보다 22.2%(5874억원) 성장했다.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0만8400원으로 2013년보다 2만9500원 늘었는데, 이는 초·중·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명목 사교육비가 약 3000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기업들의 영유아 전문 시장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영어교재 출판을 전문으로 해오던 능률교육은 지난해 ‘엔이키즈’라는 브랜드로 35년 만에 처음으로 유아용 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3월에는 엔이키즈를 독서와 한글, 수학 등 종합 학습프로그램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유아교육기관 시장뿐 아니라 소매 시장에도 진출해 대형마트에서 교재를 판매하는 등 유아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8월 세 살부터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서 프로그램 ‘북클럽’을 선보였다. 출시 8개월 만인 지난 4월 기준 회원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

사교육 업체 한 관계자는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부모들의 교육열이 자녀 하나에 쏠리면서 사교육 시장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도 손주의 교육에 관여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시장에서는 오죽하면 ‘아이의 성적은 할아버지의 재산과 비례한다’는 말도 나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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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영유아의 숫자는 감소하는데 관련 시장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제학에 등장하는 ‘희소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출산률이 감소하는 데도 영유아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희소성의 원리란 어떤 재화의 가격이 그 효용이 아닌 공급량에 의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공기와 다이아몬드를 비교하면 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공기처럼 인간의 생존에 불가결하며 매우 효용성이 높지만 가격은 공급이 무제한이어서 0인 자유재가 있는 반면, 다이아몬드처럼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물건은, 공기보다도 총효용은 훨씬 적으나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이와 같이 어떤 재화의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을 경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위해서 가격이 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을 스웨덴의 경제학자 캇셀(Cassel, G.)은 ‘희소성의 원리’라 칭했다.

이처럼 수요·공급 법칙과 희소성의 원리에 입각하면 출산률이 낮아 아이가 귀해지면, 아이의 육아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긴 굳이 경제학을 빌리지 않아도 하나 뿐인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것 해주고, 더 많이 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의 마음이겠지만….

김정아 기자 jakim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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