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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경제학] 불황 속 나만을 위한 작은사치 '립스틱 효과'

입력 2015-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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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과 내수 침체 속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립스틱 효과’, ‘넥타이 효과’ 등으로 불리는 작은 사치의 소비형태다. 이는 주택이나 차와 같은 고가의 내구재 소비 대신 일상적 소비재를 구매하는 특징을 가진다.

작은 사치는 이전부터 나타난 대표적 불황형 소비특성 중 하나다. 소비 심리가 위축될 때 작은 투자로 큰 만족감을 주는 상품의 매출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립스틱은 여성들의 메이크업 제품 중 가장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고, 립스틱 하나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미니스커트 효과’나 ‘넥타이 효과’도 있다. 돈을 아끼면서도 짧은 치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미니스커트’나 매일 다른 디자인으로 여러 벌의 양복을 입은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넥타이’가 불황에 잘 팔린다는 속설이다.

‘립스틱 효과’는 1930년대 미국의 경제대공황 당시 만들어진 경제용어다. 실제로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립스틱 판매량이 급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후반기 백화점 립스틱 매출이 20~30%나 증가했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립스틱 지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불황 속 작은사치 늘어나는 이유는


작은 사치는 기존 해외 명품과 같은 보여 주기식 사치재의 특성과 달리, 일상 속에서 먹고, 꾸미고, 즐기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사치스러운 만족감을 주는 품목이 주를 이룬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집 구매에 따른 대출금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자동차 할부나 월세로 인한 렌트 푸어 등 푸어 세대가 다양한 영역에서 늘어난 사회적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삼포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유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고가의 내구재를 향한 욕구보다 일상에서 나만을 위한 사치 영역을 늘리는 것으로 소비욕구를 해소하는 것.

특히 막대한 비용이 드는 주거와 양육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작은 사치와 관련된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득대비 소비성향은 80.3%로 다인 가구 대비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사치의 영역 확장
 

빙수
최근에는 기존 한정된 상품군에서 벗어나 서비스나, 취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소비패턴이 확장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500만원 이상의 자전거나 수 백만원에 달하는 오디오 기기, 미용을 위한 쁘띠 성형, 3만원이 넘는 빙수나 디저트가 있다.

삼성증권은 작은 사치의 특징으로 H.E.A.T를 꼽았다. 이는 건강(Healthcare), 취미(Hobb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액세서리(Accessory), 여행(Tour)의 줄임말이다.

작은 사치의 주된 영역중 하나는 취미의 고급화다. 소수의 마니아 대상이던 고가의 음향기기와 프리미엄 자전거, 미술품 시장이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를 위한 보상형 성격을 가진 취미의 고급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며 이는 해외여행 수요의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외여행객수는 16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강과 관련해선 성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작은 사치의 특성중 하나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미용에 쓰는 비용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피부 절개가 필요 없는 쁘띠성형 붐을 타고 국내 보톡스와 필러 시장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태면 ‘디저트’ 영역으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고급 디저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중 고급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수입 및 수제 초콜릿 판매가 전년 대비 262% 늘어났다는 오픈마켓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G마켓_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트렌드
G마켓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트렌드.(사진제공=G마켓)

 

한 국내 백화점에서는 마카롱 전문점 입점 첫날 4000만원의 매출을 거두고 150여 명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를 끄는 케이크 등 제품은 1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각자 불황에 견디는 방법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작은 사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과시보다 자기 치유 성격이 강한 소비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경제 여건 내에서의 소비일 때 그 가치가 더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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