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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여성 밴텀급, 뼈아픈 로우지 공백

입력 2017-09-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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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여성부 밴텀급이 예전같지 않다. 화끈한 공격력으로 무장했던 론다 로우지에 대한 팬들의 향수가 커지고 있다.. 사진=UFC
지난 10일(한국시간) 캐나다에서 벌어진 UFC 215 메인이벤트는 여성부 밴텀급 타이틀전이었다.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29,브라질)는 최강의 도전자로 꼽히는 발렌티나 셰브첸코(29,키르키스탄)의 반란을 잠재우고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했다.

문제는 누네스가 셰브첸코만 잠재운 것이 아닌 관중들까지 함께 잠재웠다는 사실이다. 누네스와 셰브첸코는 화력 면에서 체급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스탠딩, 그라운드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화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탈 여성부 강자들로 불릴 정도다. 박력 있는 두 선수를 보고 있노라면 여성부 격투기의 발전상을 알 수 있다.

둘의 충돌에 대해 화끈한 경기를 기대한 팬들도 많다. 결과적으로 화끈함과는 거리가 먼 ‘수면제 경기’가 펼쳐지고 말았다. 기술적 수준은 높았을지 몰라도 팬들이 원한 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카운터 위주로 경기가 펼쳐졌고, 수싸움만 하다가 경기가 끝났다. 웰터급 타이틀매치로 펼쳐졌던 타이론 우들리(35,미국)와 스티븐 톰슨(33,미국)의 여성부 버전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은 물론 오히려 관중들을 배고프게 했다.

누네스와 셰브첸코는 서로를 맞아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누네스는 케이지 중앙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벼운 펀치와 킥을 반복적으로 찼다. 셰브첸코의 카운터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셰브첸코 또한 무리해서 자신이 중앙을 선점하려하기보다는 누네스의 움직임을 보면서 카운터 타이밍을 노렸다. 서로가 원하는 시점이 비슷해 큰 공격보다는 간간히 작은 공격이 이어질 뿐이었다.

누네스나 셰브첸코는 4라운드까지 일진일퇴를 반복했다. 화끈한 경기를 독려하는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5라운드에서 결정적 테이크 다운을 성공시키고 그라운드에서 일정 시간 압박에 성공한 누네스가 포인트에서 앞서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 직후 셰브첸코는 강력하게 판정에 반발했으나 관중들의 반응은 야유뿐이었다. 셰브첸코 입장에서는 억울했을지 몰라도 지루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뜬금없는 판정불만에 누구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적어도 셰브첸코가 용맹하게 압박하고 난타전을 시도했다면 야유만이 아닌 박수와 함성도 함께 들렸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여성부는 과거에 비해 인기가 뚝 떨어진 상태다. 론다 로우지(30,미국)가 체급의 여제로 군림하던 시절만 해도 여성부 밴텀급 인기는 남성부 체급 못지않았다. 여기에는 로우지 특유의 상품성에서 온 효과가 컸다. 물론 그러한 상품성은 로우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당시 연승 행진의 로우지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이 좋아할만한 경기를 펼쳤다. 기술 수준만을 놓고 보면 누네스, 셰브첸코에 미치지 못할지 몰라도 공이 울리기 무섭게 압박을 거듭하며 서브미션이든 타격이든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보려했던 근성만큼은 옥타곤을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했다.

적어도 로우지 경기에서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옥타곤 밖이든 안이든 로우지는 팬들에게 ‘재미’를 줬다. 현재의 여성부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로우지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제 옥타곤을 떠나버린 과거의 투박했던 여 황제임에도 여전히 팬들이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는 이유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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