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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칼럼] 시장의 외부 비용과 정부의 외부 비용

입력 2018-07-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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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황수연 전 경성대 교수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이 정부의 행동으로부터도 외부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기 전까지, 왜 후생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외부 비용만 이야기했을까? 필자는 종종 궁금해 하곤 했다.

뷰캐넌과 털럭의 설명을 읽고 보니, 정부에도 외부 비용이 존재한다는 점이 너무나 자명한데, 필자와 같은 우둔한 학자야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기라성 같은 훌륭한 학자들이 그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니! 그들의 사고력과 통찰력이 부족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알면서 시장을 폄하하려는 의도 때문에, 일부러 시장의 외부 비용만 강조했을까? 아니면 눈에 깍지가 씐 것이 있어서 보지를 못해서 그랬을까? 아직도 필자는 그 답을 모른다.

확실히 정부 행동으로부터도 외부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과반수로 결정했다고 할 때, 소수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에 어긋나도 세금을 내거나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즉 아무런 보상 없이 피해를 당한다. 이것은 공해가 외부 비용인 것과 꼭 마찬가지로 외부 비용이다.

그렇지만 후생 경제학자들은 공해와 같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외부 비용만 이야기했다. 그들은 시장의 외부 비용은 보았으나 정부의 외부 비용은 보지 못했다. 왼쪽 눈으로만 본 것이다. 그들은 시장이 이러한 외부 비용을 처리하지 못하므로 시장이 실패하고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처리하면 된다고 하였다. 정부가 시장보다 더 잘 할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첫 번째 가수의 노래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두 번째 가수의 노래는 들어보지도 않고 두 번째 가수가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결론지은 것과 같다. 그러나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은 고맙게도 우리들에게 정부의 외부 비용을 가르쳐 주었다.

후생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인들도 문제가 생기면 생각할 것 없이 정부가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지도, 시장이 잘 할지 정부가 잘 할지 비교해 보지도 않는다. 시장의 외부 비용은 정부의 외부 비용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인데도 온통 시장의 외부 비용만 강조한다. 유권자들이 이러니 약삭빠른 정치가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우리가 집권하면 강력한 정부의 힘을 이용하여 이것저것 온갖 것을 다 해결해 주겠다고 유권자들을 구워 삼는다. 유권자들은 집권하면 시장의 외부 비용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정치가들에게 정권을 맡긴다. 유권자들에게는 티끌만한 시장의 외부 비용은 눈에 보이고 대들보만한 정부의 외부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외부 비용은 미치는 공간적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제강업자가 야기하는 공해는 인근 주민들에 국한된다. 그러나 서울시의 무상 급식 정책으로 말미암은 외부 비용은 서울시에, 중앙 정부의 최저 임금 정책으로 말미암은 외부 비용은 전국에 걸친다. 외부 비용이 미치는 시간적 범위도 다르다. 제강업자의 외부 비용은 그 제강소가 그 곳에 있는 동안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거나 문을 닫게 되면 그곳의 외부 비용은 사라진다. 반면 정부의 소위 경제 민주화 정책으로 인한 외부 비용은 일단 법률이나 정책이 결정되면 기득 이익이 달라붙어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영속적인 경향이 있다.

그 외부 비용의 크기는 또 어떠한가? 외부 비용 중에서 가장 큰 외부 비용인 생명의 침해를 생각해 보자.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스탈린과 모택동의 공산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가? 시공간적으로 멀리 갈 것 없이 북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에 의해 북한 인민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가? 그런데 시장에서 기업이 사람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 있다. 기업 마피아가 있지 않은가? 영화 대부에서 그렇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극히 예외적이고, 나쁜 정부가 사람들 죽이는 것과 비교하면, 비교한다는 것이 가소로울 지경이다.

기업 마피아 조직의 인명 살상 사례가 있지만, 이렇게 시장에서 인명 살상 사례가 극히 드문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 조직이 그러한 외부 비용을 부과하려고 하면 정부가 법치를 통해 그러한 행동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외부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드물다. 그런데도 만약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부의 외부 비용이다. 그것은 정부가 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국민들이 합의하여 정부더러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살인을 막으라고 위임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 정부다. 사인이나 기업은 폭력을 행사할 수 없고 폭력을 행사하면 정부에 의해 처벌받는다. 그러나 정부에게 위임된 폭력 행사 권한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사회의 평화가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엄청난 외부 비용을 부담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정부의 잘못된 행동은 국민을 폭력 혹은 폭력의 위협 상태에 빠뜨리는 외부 비용을 끼칠 수 있다. 위임 받은 정치가의 잘못된 결정으로 국민들이 엄청난 외부 비용을 겪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으로 엄청난 외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대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 일조했다. 어느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했고, 어느 대통령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자금과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핵 개발에 도움이 되게 하였다. 외부 비용이 클 가능성이 있는 정책일수록 최소 후회 전략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했는데, 어리석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공해라는 시장의 외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제강업자가 공해를 야기하고 그것이 시장에서 잘 처리될 수 없게 하는 근본 원인은 깨끗한 공기에 대한 재산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산권을 설정하고 보호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다. 또 후생 경제학자들은 외부 비용을 정부가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보조금을 지급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 비용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에 맞게 세금을 부과하든지 보조금을 지급하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기에 대한 시장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 비용의 크기를 정부가 알 수 없다. 정부가 설문 조사를 하여 비용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지불을 하지 않고 말로 나타내는 비용은 과장되어 나타나는 거짓 비용이다. 이것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 집행한다는 것은 엉터리 비용에 토대를 두고 엉터리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부 비용 문제를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장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재산권을 정의하고 집행하는 것뿐이다.

요약하자면, 시장의 외부 비용은 요란하게 떠들지만, 정작 시장의 외부 비용은 크기도 미미하고 국지적이며 일시적이다. 반면 정부의 외부 비용은 크기도 크고 전 사회적이며 영구적이다. 시장의 실패라면서 시장에 책임을 돌리는 외부 비용도 따지고 보면 책임이 정부에 있어 정부의 외부 비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정부의 외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범위와 기능을 줄여야 한다.

민주주의를 하더라도 입헌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를 해야지, 과반수가 결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구속받지 않는 민주주의를 하면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한정된, 할 일만 해야 한다. 국민들의 자유와 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안팎의 자유의 적으로부터 자유의 침해를 막아야 하며, 자유 시장 경제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고, 안팎의 자유의 적으로부터 자유의 침해를 막아야 하며, 자유 시장 경제가 작동될 수 있도록 경제 활동에서 손을 떼야 한다.

황수연(전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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