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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더 위험한 C형간염 … 국내환자 30만, 치료는 10명 중 2명뿐

2015년 다나의원 집단감염 사건 후 조명 … 환자 80% 만성화, 간경변·간암으로 악화

입력 2018-08-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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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만성화 위험이 높은 C형간염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하려면 국가검진에 C형간염 검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답게 70~80%가 손상돼도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아 병을 키우기 쉽다. 암, 심장질환처럼 당장 생명과 직결된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인 관심도도 떨어져 정기적인 진단을 소홀히 하는 환자도 많다. 흔히 간질환하면 간암, 간경화 등을 떠올리는데 근본적인 원인 질환은 간염이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자가면역 등에 의해 간조직과 간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중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A·B·C형간염으로 나뉜다. A형간염은 만성화 위험이 비교적 낮고 대부분 가벼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다 자연스럽게 나아진다. 반면 B·C형간염은 만성화 비율이 80~90%로 매우 높고 간경변증, 간경화,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간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은 B형간염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이 집중됐고 국내 유병률이 5% 미만으로 낮은 C형간염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던 중 2015년 11월 서울 다나의원에서 97명의 환자가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명으로 여전히 B형간염이나 다른 간질환에 비해 대중의 인식이 부족해 실제 치료까지 받은 비율은 20%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C형간염은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과 체액 등에 의해 감염된다. 혈액, 주사기, 면도기, 소독을 잘하지 않은 문신과 피어싱시술, 침·주사바늘 재사용, 정맥주사약물 남용 등이 주요 감염 루트다.


질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외에 증상 자체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처음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질환이 진행될수록 피로감을 느끼고 구역, 구토, 근육통, 미열 등이 동반된다. 점차 소변색이 진해지고 피부와 눈이 노랗게 되는 황달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30~40%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아직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가 포함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적잖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이 중요하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피부, 점막, 혈관을 통해 오염된 체액이나 혈액이 침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며 “최근 개발된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98%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혈액검사를 통해 간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없지만 치료제는 이미 개발된 상태다. 그동안 국내 C형간염 표준치료법은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과 경구제(먹는 약)인 리바비린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통, 설사, 근육통 등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약 10~20%는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이후 등장한 경구용 치료제인 △하보니 △소발디 △비키라팩 △제파티어 등은 완치율이 90%에 가깝고 부작용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현필 교수는 “C형간염은 항바이러스제만 제대로 복용해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다른 바이러스성 간염처럼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C형간염 조기발견을 위해 최소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만40세·만6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를 정식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최근 ‘리버위크 2018 국제 간연관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C형간염 국가검진을 시행할 경우 누적 환자 및 사망자 수가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3950명, 간세포암종 5750명, 간 이식 대상환자는 275명, 간 질환 사망자는 4679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영 교수는 “국내 C형간염은 유병률이 5%를 넘지 않지만 질병의 치명성과 악화요인 증가, 전체 의료비 감소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진 실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질환의 치명성과 악화요인 증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국가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C형간염을 예방하려면 간염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성적 접촉시 콘돔을 이용하고, 침을 맞거나 문신과 피어싱을 할 때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며 “면도기, 칫솔, 손톱깍기 등 혈액에 오염될 수 있는 물건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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