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전문가 기고

[유영만의 교육시선(視線)] 체험해야 '생각하는 사람' 된다

입력 2018-10-03 14:25 | 신문게재 2018-10-04 2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KakaoTalk_20180614_173922955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교육은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고능력을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생각하는 사고능력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한다는 의미는 생각 사(思)라는 한자에 담겨 있다. 생각 사는 ‘밭 전(田)’과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생각한다는 것은 밭에 관한 마음이라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 밭을 지칭하는 한자 ‘전(田)’은 뒤통수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의 숨골, 즉 머리나 이성을 뜻한다. 그리고 그 밑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 ‘심(心)’은 가슴을 지칭한다. 생각은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진짜 생각은 머리보다 가슴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뭔가 잘못해서 반성할 때 두 손을 머리보다 가슴에 대고 반성한다. 친정엄마가 아프면 가슴이 아프고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다. 나하고 관계가 깊을수록 가슴이 아프고 관계가 멀수록 머리가 아픈 것이다. 가슴으로 하는 생각이 진짜 생각이다.

“생각은 잊지 못하는 마음이자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다. 신영복 교수의 ‘담론’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이 논리가 아니라 마음이자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라는 생각은 생각에 관한 전혀 다른 생각이다. 심장이 뛰는 사람과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한다. 다 심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머리로 생각만 하는 사람은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思)는 생각이나 사색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경험적 사고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자의 구성도 전(田)+심(心)입니다. 밭의 마음입니다. 밭의 마음이 곧 사(思)입니다. 밭이란 노동하는 곳입니다. 실천의 현장입니다(179쪽).” 신영복의 ‘강의’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를 신영복 교수는 “실천이 없는 이론은 어둡고 이론이 없는 실천은 위태롭다”고 해석한 것이다. 생각은 책상에 앉아서 머리 굴리는 관념이 아니라 직접 밭이라는 현장에서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머리로 생각하는 논리적 사고가 생각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은 머리가 담당하는 뇌과학의 문제였다. 진짜 생각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

몸을 움직여 실천할 때 비로소 가슴으로 느낌이 다가온다.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체험하지 않고서는 가슴으로 느낄 수 없다.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교육을 매개로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의 체험적 깨달음을 몸으로 전해주는 것이다.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는 언어로 전달할 수 없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나오는 말이다. 실천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생각과 체험적 지혜가 만나야 공감대가 형성된다. 공감능력은 책상에 앉아서 머리 쓴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직접 타자 입장에서 체험해봐야 한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무한대의 감동 무대가 펼쳐진다.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