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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의 교육시선(視線)] 가장 안전한 보험은 '체험'

입력 2018-12-03 15:17 | 신문게재 2018-12-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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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유영만 교수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이제까지 교육을 통해서 길러내려는 인재상은 모범생이었다. 모범생은 말을 잘 듣는다. 하라는 대로 잘 따라서 한다. 주어진 일을 정해진 대로 처리하는데 능숙한 사람이 바로 모범생이다. 모범생은 규칙을 잘 지키고 매뉴얼대로 실행한다. 하지만 모범생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모범답안을 찾는데 열중한다. 틀 밖에서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뜻밖의 질문을 하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자식이 커서 모범생이 되기를 원한다. 남이 걸어간 길, 안전한 길을 따라 별 탈 없이 잘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다. 모범생은 부모나 선생님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 칭찬을 받고, 그렇지 않고 기대하지 않은 일, 엉뚱한 일, 예상을 벗어나는 일을 하면 야단을 맞는다. 그래서 정상 궤도 안에서 별 다른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 모범생은 정상적인 생각으로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다. 이들은 문제를 일으키기보다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는다.


이에 반해서 모험생은 주어진 길, 남이 걸어간 길을 뒤쫓아 따라가는 과정에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은 성공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생각과 행동이다. 모험생은 자신의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곳, 읽어보지 않은 책, 보지 않았던 영화 등을 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다. 색다른 도전을 즐기면서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는 가능성의 한계지점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험생은 한계는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한계는 책상에서 머리로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계는 한계에 도전하는 가운데 몸이 안다고 생각한다. 모험생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재미있게 즐긴다. 그것이 비록 돈이 안 되고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험생은 색다른 질문을 먹고 산다. 이전에 성취했던 결과도 지금 시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모험생은 뜻밖의 결과를 찾기 위해 틀 밖에서 질문하고 관찰하고 탐색하는 일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다.

모범생은 위험한 경험을 통해 배우기보다 책상에서 논리적으로 배운다.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머리로 계산해서 판단하는 모범생에 비해 모험생은 생각한 바를 몸을 움직여 실험하고 모색하는 가운데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다. 모험생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보험은 지금 경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과 이전과 다른 색다른 실험, 그리고 위험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세계로 도전해본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체험이 축적될수록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과 의지, 도전에 필요한 체험적 노하우를 축적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전과 다른 도전체험을 통해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모험이 부족한 사람은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일본철도(JR) 광고 카피 중에 나오는 말이다.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체험을 통해 색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다. 어른은 그만큼 겪어보지 못한 시련과 역경이 다가와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체험적 지혜를 보유한 사람이다. 책상에서 배울 수 없는 체험적 지혜가 바로 모범생과 구분되는 모험생의 핵심 경쟁력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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