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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혈관확장·항산화·항염증 내세운 ‘산화질소’ 함유 건강기능식품 주의해야

산화질소 유익하지만 체내 고정할 과학적 기술은 아직 없어 … 기체 반감기도 상온에서 3초 불과

입력 2021-1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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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호사진
정종호 헬스콘텐츠연구소 소장(약학박사)

최근 산화질소(NO)를 고정해 담았다는 한 건강기능식품이 핫하다. 오프라인에서 60정 20일분 제품이 15만원, 온라인에서 12만원대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산화질소(일산화질소)는 질소산화물의 일종이다. 질소산화물은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가 고온에서 연소될 때 질소와 산소가 결합해 생긴다.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이질소(N₂O), 삼산화이질소(N₂O₃), 사산화이질소(N₂O₄), 오산화이질소 등을 통칭한다. 이 중 가장 주된 대기오염원은 이산화질소다. 반응성이 크며 적갈색의 자극성 냄새가 나는 유독한 기체이다. 이산화질소의 독성은 산화질소의 5~10배다.

반면 산화질소는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극소량이 언제나 조금씩 분비된다. 토양에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기거나, 인체에서 자연 발생하는 미소량의 산화질소는 자연과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고 체내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작용을 한다.

산화질소는 기본적으로 혈관을 확장해 평활근을 이완하고 이로 인해 노폐물이 배출될 기회를 열어주며 각 세포가 항산화, 항염증, 신생세포합성, 감염방어 등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유익한 물질이다. 혈관을 넓혀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의약품으로도 산화질소가 나오게 하는 것이 있다. 산화질소를 공여하는 일질산이소소르비드(isosorbide mononitrate)나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e) 등은 협심증 발작의 응급대처 및 예방 목적으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급격한 혈압강하, 두통, 빈혈, 구역, 심계항진 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간접적으로 산화질소의 유익함을 겨냥한 약도 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이다. 음경 정맥동에 한참 동안 피가 몰려 강직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발기이고 사정을 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풀려 원래대로 돌아온다. 원래 비아그라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용도를 변경하는 약물재창출(Repurposing)을 통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미소량의, 인체가 필요할 때에만 나오는 산화질소는 분명 인체에 유익하지만 이를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담아 상용화하려는 시도는 과학적 장벽이 높아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녹는점은 영하 161도, 끊는점은 영하 151도로 극히 낮아 상온에서는 기체 상태로만 존재한다. 또 불안정해서 이산화질소나 아질산염, 질산염 등으로 금세 변해버린다. 반감기가 수 초(약 3초)에 불과해 체내에서 초단시간 작용하고 존재를 감춘다.

산화질소는 몸에서 극소량이 생겨났다가 아주 짧은 시간 작용하고 이내 아질산염(-NO₂) 또는 질산염(-NO₃) 형태로 변한다. 역으로 아질산염이나 질산염이 체내에서는 산화질소로 바뀌었다가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H 업체의 C모 사장은 특허기술로 유기농 계약 재배한 상추, 마늘, 초록콩나물, 양배추, 콩 등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고초균과 마늘발효효소를 이용해 발효시켜 산화질소를 고정, 체내에서 유리되도록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천연물 유래 산화질소 함유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에 비해 산화질소 발생량이 4배나 높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은 51%만 산화질소로 바뀌고 나머지는 49%는 유해물질로 남는데 반해 우리 건강기능식품은 99.6%가 산화질소로 바뀌고 나머지 0.4%만 아질산 이온 형태로 존재한다”고 홍보했다. 또 “산화질소가 글루타치온 또는 폴리페놀계 물질과 결합한 상태로 존재하다가 생리작용을 마친 후 다시 글루타치온 또는 폴리페놀계와 재결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그와 통화도 하고 다른 전문가들에게도 물어 검증해봤다. 건강기능식품에 정통한 A모 약학박사는 “산화질소 농도가 혈관에서 높아야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위내 환경에서 높다는 주장도 의심스럽다”며 “만약에 글루타치온과 결합한다면 유해물질과 포합(결합)해 배출하는 글루타치온 특성 상 산화질소가 유리되지 않거나, 글루타치온이 수용성이라서 소장(주로 지용성 물질 흡수)을 통해 혈관으로 흡수되는 경로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결함이 많다고 꼬집었다.

바이오물질 합성 전문가인 모 대학 B모 화학공학과 교수는 “산화질소는 일종의 라디칼로 주변 물질과 급격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글루타치온이나 페놀계 물질 등 고분자와 결합하기도 힘들지만 한번 결합했다고 가정하면 다시 떨어져 나와 특정 기능을 하고 소멸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인체가 아닌 자연계에서 산화질소가 유리됐다가 특정물질에 재결합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C대표는 건강기능식품의 주요물질을 산화질소 대사체(metabolite)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산화질소를 내놓는 물질이라면 산화질소 전구물질(precursor) 또는 공여물질(donor)이라 부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주요물질이 산화질소 대사산물(대사체)인 아질산염을 암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는 자신의 주요물질이 아질산에서 유래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천연 아질산이고, 발암성을 일으키지 않게 발효과정 등을 거쳤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과 달리 안전하며, 이와 별도로 글루타치온-산화질소, 페놀계-산화질소 화합물이 배합되기 때문에 독특하고도 향상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이그나로(Louis J. Ignarro) 박사는 산화질소가 혈관 확장을 갖고 있으며, 세포내 필수아미노산인 아르기닌(arginine)으로부터 산화질소합성효소(nitric oxide synthase, NOS)의 작용에 의해 생성되며, 나이가 들수록 합성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199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산화질소는 혈관확장 효과를 바탕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발기부전 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로 기대를 모았는데 이를 신약개발로 성공시킨 작품이 바로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였다.

질소고정은 화학적으로 아주 안정한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NH₃)를 비롯한 질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모든 생명체의 유지와 생리현상에는 단백질이 기본으로 작동하고,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원소는 탄소·질소·산소·수소·황·인 등이다. 이런 질소를 잡으려면 동물은 식물을 먹어야 하고, 식물은 토양 미생물의 도움을 받거나 콩의 뿌리혹박테리아처럼 공생하는 미생물에서 얻어내야 한다.

식물조차 공기 중의 질소를 잡아 고정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질소비료(질산염, 요소)다. 질산염 비료는 작물에 빨리 질소가 흡수되지만 토양 산성화를 유발할 수 있고, 요소 비료는 유기물에 좀 더 가까워 토양과 작물에 더 좋지만 작물에 질소가 덜 흡수되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산화질소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산화질소 고정’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산화질소는 워낙 불안정한 물질이어서 그 자체로 고정한다든가, 머금고 있다가 유리(배출)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가 알아본 결론이었다. 다수의 화학 전문가나 의사들은 산화질소 고정이 ‘우스꽝스런 개념’이라며 그게 가능함을 입증한다면 노벨상을 받고도 남을 것이라고 지적해줬다.

2년 전 이 제품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학술자문에 응했던 유명 스타의사는 “이론적 근거도 부실하고, 신뢰할 만한 실험결과가 나오지 않아 오래 전에 지지를 철회했고 당시 구성했던 학회도 와해됐다”며 “당시에 찍은 홍보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내리라고 했는데 여전히 남아 있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론적 기반과 실증적 자료가 미약한 제품이 오남용 될까 우려했다. 만약 이 건강기능식품에서 말하는 천연 산화질소가 천연적인 공법(발효 등)으로 만든 아질산염일에서 유래한 것일 경우 몸에 잔류해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연이냐 합성이냐 뉘앙스만 다를 뿐 아질산염이온이 갖는 공통적인 기능은 결코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국책연구기관이 개발 중인 식품 유래 천연 아질산염에 대해서도 적절한 평가와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천연식품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이들 성분을 안전성 검증 없이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관행도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산화질소 함유를 표방한 건강기능식품의 핵심인 산화질소 공여물질은 ‘채소추출물혼합분말’(상추, 콩나물, 마늘, 대두, 고초균)로만 표기돼 있다. 산화질소가 들어 있다는 것은 검증된 바도 없고, 표시할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는 문제의 제품들은 아연 함유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돼 있다.

화학적으로 합성되는 아질산나트륨은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에 거의 대부분 첨가되고 있다. 가공식품이 썩지 않고 선명한 색을 내기 위한 방부제 겸 발색제로 쓰인다.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와 생선에 함유된 알킬아민류와 아질산 성분이 결합해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 표준표기는 니트로사민 Nitrosamine)을 생성한다. 니트로사민은 R₂N-N=O 라디칼을 갖는 유기화합물로서 대부분이 동물에서 발암성을 가질 수 있다(possible)고 연구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니트로사민 계열 물질 수십 가지를 대체로 2A군(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 2B군(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3군(동물에게는 암을 일으키지만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확실하게 분류되지 않은)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도 적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IARC는 2015년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과학적 근거가 확실), 적색육을 2A군으로 분류했다. IARC는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인들이 확실하게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했다. 아질산염은 대사과정에서 형성되는 니트로사민을 매개로 발암성을 유도할 근거가 충분하다. 더욱이 위내 산성(pH 3.5 안팎)에서는 니트로사민이 더 많이 형성돼 위암도 가공육 섭취로 인한 위험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

산화질소 함유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은 화학합성한 아질산염과 천연유래 아질산염은 완연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체는 화학합성이든 천연발효든 이에 상관없이 성분 그 자체에 대해 반응할 뿐이다. 이 제품을 먹어본 사람 중 상당수가 두통, 어지럼증, 가슴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판매인들은 ‘명현현상’이라며 낫는 과정의 일부이니 조금만 지나면 몸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성분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체내에서 자연 분비되는 산화질소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과 아르기닌 함유 식품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게 꼽히고 있다. 아르기닌은 산화질소 생성의 전구물질로서 성기능 개선과 고혈압 완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어 관련 건강기능식품이 많이 나와 있다. 다만 적정 섭취량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실질적 유효성에 대해 검증할 게 많다. 운동의 기대 효과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천연 산화질소 대사체’라며 마치 산화질소의 유익성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 계속 주장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익성을 내세우기에 앞서 유해성은 없는지부터 점검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정종호 헬스콘텐츠연구소 소장(약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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