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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몽니

입력 2022-12-13 14:00 | 신문게재 2022-1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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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 동명의 밴드 리더이자 보컬인 김신의의 말처럼 “예쁘고 귀여운” 느낌의 이 단어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라는 의미를 지닌 순 우리말이다. 최근 정치가들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이다 보니 언론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더불어 최근 잦게 들리는 단어는 ‘좌초 위기’다.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사건사고에는 늘 진상규명 ‘좌초 위기’라는 말이 따라 붙곤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한창인 국회에서도 ‘좌초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많은 소중한 목숨들을 잃은 지 벌써 두달 가까이가 돼 가지만 여전히 그 진상 규명은 지지부진하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 참사의 자초지종을 밝혀내기 보다는 캐치볼을 하듯 이리저리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형국은 ‘좌초 위기’라는 말이 적당해 보이기도 한다.

이에 정치가들 사이에서 ‘몽니’는 그야말로 암울 그 자체다. ‘몽니’는 서로를 비난하기 위해 동원되는 단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사퇴하겠다 나선 데 대해 ‘몽니’라고 비판했다. ‘몽니’는 ‘좌초 위기’라는 말과 세트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야당의 몽니에 예산국회가 좌초 위기”라 높이는 여당의 목소리가 그렇다.

다시 ‘몽니’라는 말로 돌아가 보자면 때때로 귀여운 의지와 꿈을 향한 열정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몽니’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음악적 욕심을 부리는, 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을만하지 않은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정치판은 ‘몽니’와 ‘몽니쟁이’들의 향연이다. 정치판에서도 긍정적 의미의 ‘몽니’를 볼 날이 올지… 그야말로 좌초 위기다.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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