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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표주(漂周)

입력 2024-02-28 14:01 | 신문게재 2024-02-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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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서 깊은 도교(道敎)의 문파에서는 진정한 후계자로 선임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 하나 있었다. 불가(佛家)에서는 ‘만행(萬行)’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도가에서는 ‘표주(漂周)’라고 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제 한 몸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무공(武功)을 익힌 제자들 가운데 일부를 세상으로 내려보냈다. 독서와 심신단련으로는 부족한 세상 삶의 이치를 직접 경험하면서 심신을 더욱 단련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기간은 대체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주에 나서는 도가의 제자들이 거의 아무 것도 없이 먼 길을 나섰다는 사실이다. 여비라고는 한 푼도 갖고 다니지 못했던 것은 물론, 필수 옷 가지 몇 벌 외에는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하게 했다. 그야말로 풍찬노숙(風餐露宿) 하라는 것이었다.

가장 바닥까지 삶을 경험하면서도 심신을 늘 올곧게 수양하고, 그럼으로써 궁극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고난의 훈련이었다. 그 과정에서 널리 사람을 사귀는 것도 한 과제였다. 그렇게 고난의 주유를 마치고 돌아오면 도가의 원로들에게서 인증을 받아 문파의 후계자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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