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축산물 유통비 걷어내고 전국 소비자 입맛 맞췄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 천용헌 비즈그룹장
매년 연평균 성장률 20% 달성...지난해 2년 연속 흑자 전환
전국 외식업 폐업률 10%대...올해 1~2월 미트박스 신규 가입자 수 전년비 128%↑
하반기 IPO 준비, B2C 사업 확장 함께 ‘미트매치·데이터플랫폼’ 신규 사업 박차

입력 2024-03-25 07:00 | 신문게재 2024-03-25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미트박 복사
천용헌 미트박스 비즈그룹장(COO) 전무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외식 물가가 좀처럼 잡힐 기미 없이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2만원을 육박한다. 소비자가 대형 할인마트와 정육점에서 고기를 저렴하게 구입하더라도, 판매자와 직거래를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진 않다. 그렇다면 개인이 소량의 고기를 판매업자에게 직접 구입할 수는 없을까.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Meat Box)’는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14년 설립된 미트박스는 최종 소비자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유통 비용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식당과 정육점 고객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계속해서 확대해가고 있다.

 

축산물 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물류센터로 입고하면 미트박스는 그 상품의 보관 및 재고 운영, 관리,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풀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이후 소비자에게는 오후 10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하는 ‘익일 배송’으로 무료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미트박스의 매출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23억원에서 2020년 190억원, 2021년 317억원, 2022년 552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연평균 성장률 20%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1% 증가했고, 2년 연속 흑자에 성공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축산물 시장에서 미트박스는 식당·정육점 등의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하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트박스천용헌전무-5
천용헌 미트박스 비즈그룹장(COO) 전무가 매년 연평균 성장률 20% 달성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연평균 성장률 20% 달성 비결

미트박스의 초창기 멤버인 천용헌 비즈그룹장(COO·전무)은 현재 미트박스의 모든 사업을 책임지며, MD팀·식자재사업팀·채널영업팀·그로스팀·데이터비즈실을 이끌고 있다. 주로 B2B(기업간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미트박스는 처음부터 업주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천 전무는 미트박스의 매년 연평균 성장률 20% 달성 요인으로 △고객·전문가들의 성향 및 니즈 파악 △신속·공평한 유통·배송 정책 △다양한 상품 개발 및 품질 관리 등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천 전무는 “식당과 정육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매일 고기를 손질하는 전문가들로, 그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한다”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력 있는 공급 업체를 입점시켜 품질 좋은 상품을 늘렸고, 물류센터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마치 직접 보는 듯 고기의 특징을 잘 담아낸 점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기 유통은 마장동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경향이 있고, 지방으로 갈수록 물류비가 증가해 경쟁력 있는 업체 수도 줄어들어 가격 편차가 큰 편”이라며 “고기 구매량이 적은 식당과 정육점은 유통업체의 배송 일정에 맞춰 물건을 받아야 하는데, 소량은 불가능했던 점을 미트박스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으로 다음날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평균 18㎏에 달하는 고기 한 박스의 양이 많아 다 사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소분한 팩 단위 상품을 만들었다”며 “원하는 규격으로 세절한 상품을 확대해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점이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초기 플랫폼 론칭 당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 도매가 대비 20~30% 이상 가격을 낮춰 책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천 전무는 “유통업체는 거래처에 따라 공급하는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판매업체에서 미트박스에 너무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 기존 거래처로부터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일일이 판매자들을 설득해 입점 시키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매월 거래량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트박스의 올해 1~2월 신규 가입자 수 상승률 추이는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지난해 불경기 속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폐업률이 12.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업자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미트박스의 신규 회원 유입 증가는 더욱 눈에 띈다.

천 전무는 “고기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인데, 불경기에 비싼 메뉴는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도 “고기가 외식메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서 가입하는 신규 회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40323_164301242
천용헌 미트박스 비즈그룹장(COO) 전무가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철준PD)

 

◇B2C사업 확대… ‘미트매치·데이터플랫폼’ 등 개발

이처럼 미트박스는 B2B 사업 기반을 탄탄히 다진 후 최근 B2C(개인 대상 거래) 사업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원물(박스육)의 경우 대용량으로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B2B를 대상으로만 판매했지만, 지난해부터 개인 고객도 원물을 살 수 있도록 판매 범위를 넓혔다.

천 전무는 “지난해부터 B2C 사업을 확대하면서 개인 고객도 다양한 축종과 대용량의 고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부위를 찾거나 바베큐를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트박스는 사업 확장을 위해 올해 2개의 신규 프로젝트 ‘미트매치’와 ‘데이터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천 전무는 “‘미트매치’는 유통업체 간 안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현재 채권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또한 미트매치가 필수 시황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세 토론방도 개설해 판매·구매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플랫폼’ 역시 지난 10년간 미트박스가 축적해온 자체 데이터와 예측 데이터, 외부데이터(시세)를 통합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천 전무는 “소비자들이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상품의 현재 시세와 1개월, 3개월, 6개월 예측 시세를 볼 수 있고, 축산물 시장에 있어 차별화된 정보와 인사이트를 획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서비스들이 가능케 하기 위해선 10년간 누적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데, 미트박스는 데이터를 정제하고 머신러닝·딥러닝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영역을 클릭 한 번만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베타 버전 출시는 오는 4월에 예정돼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은 대한민국의 축산물 유통 생태계가 한층 더 진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 프로젝트 이외에도 미트박스는 식자재 상품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천 전무는 “품질이 검증된 식자재 상품을 현재 3000개에서 1만개로 늘려 구매 편의성과 함께 식재료 비용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며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자재를 PB 상품으로 제공해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트박스천용헌전무-7
천용헌 미트박스 비즈그룹장(COO) 전무가 올해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해외직구 등 해외 진출 계획

작년에 국내 최초로 미트박스가 선보인 ‘축산물 해외직구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직구 서비스는 상품이 국내에 도착하기 전 선적 시, 구매 예약을 할 수 있어 시중 유통가격 대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배송하는 과정에서의 품질 변화를 줄이기 위해 ‘가게 안 무료 배송 서비스’도 올해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해당 서비스는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미트박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천 전무는 “미트박스 플랫폼, 데이터 플랫폼, 미트매치는 해외 패커(생산자)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이다, 원물 박스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은 아마존이 익숙한 미국에서도 흥미로운 사업”이라며 “다만 현지 물류 및 유통구조에 따라 플랫폼을 이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국내와 유통구조가 유사한 아시아 지역을 진출 국가로 염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트박스는 목표 거래량을 60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준비를 위해 거래량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천 전무는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필요한 모든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년 10월부터는 주요 판매자들과 함께 올해의 목표를 설정하고, 안정적인 공급과 낮은 판매 가격을 위해 미트박스가 수행해야 할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오프라인 수퍼바이저 조직인 ‘세일즈파트너’를 투입해 구매자들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하반기에는 지방 주요권역으로 거래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트박스천용헌전무-3
천용헌 미트박스 비즈그룹장(COO) 전무는 빅데이터와 AI의 도입이 향후 국내 축산 시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이철준PD)

 

◇빅데이터·AI 도입시 생산성·경쟁력 향상 기대

천 전무는 빅데이터와 AI의 도입이 향후 국내 축산 시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천 전무는 “최근에는 한우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수입육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여 국내로 수입하지 않는 한 소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지 상품의 가격은 매일 변동하는데, 현재도 수입업체는 불완전한 데이터와 직관에 의존하여 수입량을 결정하고 있고 국내 생산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산량과 수입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생산량과 수입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금 더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해지면, 국내 전체 축산물 재고의 평균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천 전무는 “축산물 생산 부문에서는 AI의 도입 증가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에는 아파트형 스마트 돈사가 가축질병 문제를 해결, 사료 효율화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졌다. 만약 축산 시장에 빅데이터와 AI 도입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도 축산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