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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9세 대학생 남편, 34세 요리사 아내…"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VS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아요"

[#OTT] 웨이브 '칼과 풋고추'로 본 진정한 부부의 모습
'요리' 소재로 점차 익어가는 사랑 총 10부작으로 완성

입력 2024-04-17 18:00 | 신문게재 2024-04-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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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은 여자가 해도 앞에 나서는 건 남자여야 했던 당시 일본 시대상을 반영한 ‘칼과 풋고추’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웨이브에서 독점공개한 ‘칼과 풋고추’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다. 칼칼한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깊은 맛의 된장을 진하게 풀어 두부, 호박을 비롯해 냉장고에 남아 있는 채소를 잔뜩 넣고 끓이는 한국식과는 전혀 다른 맛이랄까. 미역과 버섯을 조금 넣는 게 다인 다소 밍밍한 미소시루는 한국처럼 진한 맛은 없지만 오래 끓이지 않아도 된장국으로서의 임무를 다한다. 밥을 씹으며 입 속에 가든찬 아밀라아제의 끈끈함을 깔끔하게 씻어내는 용도로 미소시루만한 국물도 없다.


일본드라마 ‘칼과 풋고추’는 ‘이치카의 요리첩’이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 듯 음식을 소재로 한다. 전쟁직후 1951년 교토를 배경으로 노포요리집 ‘쿠와노키’의 장녀 이치카(카도와키 무기)는 고작 한달 만에 과부가 됐다. 등나무꽃이 흐트러지게 핀 동네 입구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참전해 사망했다. 사실상 부부로서의 인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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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남편과 요리사 지망생 아내의 나이 차이는 무려 15살. 작품의 오프닝 장면을 눈여겨 보길 권한다. (사진제공=웨이브)

 

이치카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호텔 요리사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요리에 호텔에서 배운 서양요리를 접목해 퓨전 음식을 만드는 게 그의 유일한 꿈이다. 데릴사위를 들여 가업을 잇는 건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여동생 후타바(모모타 가나코)가 야마구치 호텔의 차남과 결혼을 하기로 하면서 한시름 덜었는데 정작 상견례 자리에 나타난 이는 삼남인 19살 아마네(사쿠마 류토)다. 고작 19세로 대학생인 그는 집안의 정략결혼에 끌려온 모양새지만 표정의 변화가 없다. 10살이나 연상인 후타바를 아내로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되려 당황한 건 예비처가 식구들이다.

늘 걱정과 참견을 달고 사는 고모와 평생 그 성격에 시달려 매사에 조용하기만 한 엄마 역시 가업을 이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어려도 너무 어린 사위가 뭔가 미덥지 않다. 게다가 말을 가려하지 않는 성격으로 쿠와노키의 상견례 음식을 맛보고는 “뭔가 부족하다”고 평한다. 이에 이치카가 발끈 하면서 두 집안은 사돈이 아닌 악연이 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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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내오고 음식의 기본 재료를 다듬는 게 다인 여성이 주방에서 오롯이 제 몫을 하는 모습은 ‘칼과 풋고추‘에서 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화제가 된다. (사진제공=웨이브)

 

‘칼과 풋고추’의 전개는 정작 새신부가 되어야 할 여동생 후타바의 야반도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매사에 활발하고 성격좋은 그는 ‘쿠와노키’의 주방에서 일하는 신타로(마모루)와 남매처럼 자랐는데 정략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편지 한장 달랑 두고 집안을 떠난 여동생을 대신해 15살이나 연상인 이치카가 아마네의 신부가 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집안에서는 결혼을 물릴 생각이 없었고 그렇게라도 교토에서 유명한 노포의 명맥을 아들이 이어가길 바란다. 사실 ‘쿠와노키’는 과거의 명성을 뒤로한 채 점차 줄어드는 손님에 고군분투 중이다.

요리사였던 이치카의 아버지가 죽은 뒤 ‘쿠와노키’의 주방을 맡았던 후지와라(오노 타케히코)는 실력은 좋지만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는 인물. 전쟁이 끝나고 점차 서양사람들이 늘고 외국 물자가 들어오며 다양한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존 메뉴를 고집하며 새로운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극 중 기성세대로 치부되는 후지와라는 결국 “침몰하는 배에는 있지 않겠다”며 쿠와노키를 떠나고 이치카가 주방을 맡으며 점차 본격적인 재미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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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요리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뿌리인 일본 요리의 기본 ‘맛’을 잃지 않으려는 역할은 선 굵은 연기를 주로 맡아온 카도와키 무기가 열연한다. (사진제공=웨이브)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다소 뻔한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이 따스하고 정감있다. 안방관객들은 이치카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요리사의 세계에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게 된다. 요리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가족의 식사 외에는 관여할 수 없는 당시 시대상에서 그는 되려 아침에는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쿠와노키의 운영을 돕는 ‘어린 남편’에게 시대를 앞서간 자극을 받는다.

그는 “여성들도 당당히 자신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 “언젠가는 여성주방장이 탄생될 것”이라며 이치카의 전남편이 남긴 식칼을 적극적으로 쓰게 만든다. 사실 그는 1년 안에 쿠와노키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처가를 허물고 거기에 본가의 호텔을 지을 거란 속셈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짝사랑했던 동급생이 형수가 되고 조카가 태어나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교토로 내려왔던 것. 하지만 요리에 열정적이고 매사에 포기를 모르는 이치카를 보면서 점차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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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호텔의 헤드 셰프인 타지마(나카무라 아오이)는 이치카의 도전을 늘 지지해준다. 마지막 요리 대결에선 직접 조수로 나서며 치정과 불륜에서 한 걸음 벗어난 캐릭터를 완성한다.(사진제공=웨이브)

  

보자마자 먹고싶은 요리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피소드들이 되려 심금을 울린다. 무엇보다 쟈니스 소속의 무서운 신예 사쿠마 류토가 보여주는 산뜻한 연기와 기모노가 잘 어울리는 카도와키 무기의 원숙한 내공은 배우들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싶게 만들 정도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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