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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꿈꾸던 배우의 방에 몰래 들어가 일기를 읽은 느낌!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이 ‘자기만의 방’에서 나눈 심층 인터뷰집 낸 정시우 칼럼니스트

입력 2022-07-07 18:00 | 신문게재 2022-07-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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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방’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저자 정시우(사진제공= 출판사 휴머니스트)

속칭 ‘분칠 한 것들’로 불리는 연예인 비하 발언이 있다. “분칠한 것들은 다 똑같다” “분칠한 것들은 믿으면 안된다” 등은 뜨고 나니 변한 행동에 대한 서운함과 조롱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그 ‘분칠’을 지우면 어떻게 될까. 정시우 영화칼럼니스트의 신간 ‘배우의 방’은 분칠을 하기 전부터 이미 오롯이 하나의 존재로 빛났던 인간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연기가 끝나면 배우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했고 ‘극장’ ‘만화방’ ‘제주도’ 심지어 ‘물리치료실’로까지 이어지는 배우의 공간을 통해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었던 배우의 생각, 삶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 본다.

인터뷰어로서 그는 “공간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새겨진다고 믿는다. 시간을 보낸 공간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캐릭터에 빠져 사는 배우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그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했다”고 밝히고 있다.

‘배우의 방’에 기꺼이 자신들의 아지트를 공개한 사람들은 모두 10명이다.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이 ‘자기만의 방’에서 나눈 심층 인터뷰는 여러 매체에서 만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연기할 때는 세상 진지하지만 평소의 잔망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남길은 “개인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뜻인데 실력이든 인성이든,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언제고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는 숨겨진 속내를 드러낸다.

대한민국 배우 중 유일하게 KBS, MBC, SBS 의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모두 거머쥔 고두심의 혜안은 감동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국민 며느리’ ‘국민 엄마’를 넘어 한때 ‘사랑의 굴레’의 악녀로 군림했던 삶의 무게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기는 살아내는 거더라. 나는 나에게 떨어진 이걸 숙제라고 생각해요. 내 머리는 그 숙제 풀이로 꽉 차 있어. 고통을 스스로 껴안는 것도 같은데 어쩔 수 없어요. 나에게 이만큼 짐을 줬는데 그 짐을 안 지겠다? 말도 안 돼. 내가 이 길을 택했으니까.”(p.406 ‘고두심의 방’ 중에서)

책에는 배우의 인터뷰뿐 아니라 배우들이 건네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가의 에세이’도 수록돼 있다. 20대 초반에 자신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을 만큼 그의 작가 DNA를 엿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 책은 뻔한 인터뷰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담집이라고 하기에는 페이지 곳곳에 새겨진 인터뷰이들의 진심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인다. ‘배우의 방’은 몰래 보고픈 그들의 일기장에 가깝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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