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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 김나나

'호날두 노쇼 사건' 전말 등 유럽축구의 흥미진진한 인사이드 스토리

입력 2021-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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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백인·유럽인·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유럽 축구계에서 흔치 않은 여성 에이전트다. 덕분에 ‘카탈리나’라는 이름 대신 ‘에이전트 레이디’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별을 딛고 굵직한 딜을 여러 차례 성사하며 유럽 축구계의 이너 써클로 진입해 어느 덧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을 했다. 현재는 빅클럽의 해외협상을 담당하는 구단 에이전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호날두 노쇼 사건’의 내막과 유럽 진출 한국 선수들에 대한 현지 평가 등 인사이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 유럽의 ‘아시아 편견’, 결국 아시아인들의 몫 - 저자는 유럽인들이 아시아인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사실 아시아인들이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인사대주의에 빠져 굽신하는 아시아인들을 수도 없이 봤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그에 따라 아시아인들을 대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대등한 미팅이나 협상에서도 대놓고 깔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고 말한다. 이런 열등의식을 스스로 깨지 않는 한, 축구 분야에서도 우리의 유럽 진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 유럽 축구계 인식을 바꾼 아시아 대기업의 대형 스폰서십 - 유럽우월주의에 빠져 아시아 축구를 압잡아 보았던 유럽 축구계가 시각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아시아권 기업들의 대형 스폰서십 계약이었다. 유럽 기업 10여개는 모아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규모의 계약을 아시아 기업이 내놓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팀에 속한 아시아 선수 한 명이 창출하는 해외 초상권과 투어, 리테일 수입 규모에 구단들은 또 놀랐다. 특히 빅클럽 위주로 해외 스폰서십, 해외 초상권, 해외 투어 등의 수입이 막대할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 축구계는 선수 이적료와 티켓 판매액, 중계권료를 대표 수입원으로 여기던 기존의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 프리미어 리그와 라리가의 차이점과 공통점 -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축구계에서 축구 비즈니스의 상업화와 국제화를 가장 먼저 이룬 리그다. 그래서인지 성과주의가 심하고 경쟁이 과열되어 업무 관계에서 인간미를 느끼기 힘들다고 한다. 영국인들의 비즈니스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든 느낌이란다. 반면에 스페인 라리가나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는 남유럽 특유의 여유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세계적인 리그로 발전한 동력은 라이벌의 존재다. 프리미어 리그는 상위 4개 팀의 경쟁이 전쟁이다. 라리가가 발전한 것도 ‘엘클라시코라’는 세계 최고의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 만수르 인수 후 확 달라진 ‘맨체스터 시티’ - 중동 석유재벌이자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에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더비에서 늘 동네 북이었던 팀이다. 축구 야망가였던 만수르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스카우트해 최고의 운영진을 구성하는 것으로 팀의 리빌딩을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맨유와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50% 씩 직원을 빼내 왔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맨시티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이다. 저자는 맨시티를 통해 유럽 축구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구단 한 곳을 인수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 수입 2위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켜 주어 유럽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 리버풀의 중흥을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 - 2015년 10월에 리버풀 구단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도르트문트를 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끈 위르겐 클롭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 라이벌팀 첼시에는 스스로를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고 부르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있었다. 클롭은 이에 빗대 “나는 노멀 원(nomal one)”이라고 말해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리버풀이 영국 북부 특유의 상남자, 즉 ‘츤데레’ 같은 정이 있다고 평하면서 클롭 감독이 딱 맞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결국 리버풀은 클롭의 지도력이 더해지며 2019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거머쥔다. 참고로 리버풀은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텀 레드삭스를 갖고 있는 펜웨이 스포츠 그룹 소속 클럽이다.

 

* 역사와 전통, 품격의 아스날 - 저자는 아스날이 유럽 구단 중 가장 부패지수가 낮은 구단일 것이라며 신뢰감을 숨기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이 보수적이지만 품위가 있고 클래식하다고 평가한다. 아스날은 1989년 리버풀과 노팀엄 간 FA컵 준결승전에서 96명의 리버풀 관중이 사고로 사망한 이른바 ‘힐스버러 참사’ 직후 리버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이 때 구단은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한다. 큰 충격을 받은 리버풀을 맞아 손쉽게 3점을 얻어 리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였고, 경기를 포기하면 페널티가 예고되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결국 다른 구단들도 그 주의 모든 경기를 취소하기로 동참하고 애도의 기간을 갖는다. 저자는 아스날이  원칙과 신뢰에 철저해 아직 어떤 에이전트도 이 구단을 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한다.

 

* 어차피 우승은 파리 생제르망? - 저자는 파리 생제르망과 일하며 리그의 수준이 클럽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고 말한다. 파리 생제르망은 프랑스 1부리그인 리그앙에서 경쟁자 없는 독보적인 1인자로 군림한 지 몇 년 째다. 그 팀 정도의 수준의 팀이 리그앙에 둘 이상 없다는 얘기다. 리그 내 구단의 불균형적인 발전은 리그를 독식하는 팀에게도 독이다. 특히 리그 전체의 경쟁력과 인기에도 직격탄이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가세해 완성한 VIP 라운지는 미술관 같다는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사무실마저 아트 갤러리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생제르망은 모든 면에서 유럽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나 라리가 같은 확실한 경쟁팀의 부재는 생제르망의 유럽 내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아쉬워 한다. 

 

* 축구의 ‘성지(聖地)’ 웸블리 구장 - 웸블리는 영국 축구의 성지다. 주요 국가대항전이나 각종 대회 결승전 장소로만 쓰인다.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하거나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면 축구 선수가 평생 밟아보기 힘든 구장이라는 얘기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이 2017/2018 시즌에 홈 구장 증축 공사로 인해 잠시 웸블리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 때 토트넘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상대팀 선수들이 웸블리에서 자신이 뛰며 골을 넣고 이기는 모습을 대대손손에 물려주려 일개 리그컵 조별 예선전을 결승전처럼 뛰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매 번 상대해야 했던 토트넘으로선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고 한다.

 

* 의외로 중책인 ‘잔디 관리자’ -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유럽 축구 구단들은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한다. 그 가운데 너무나도 중요한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직책 중 하나가 잔디 관리자다. 홈구장에서 승률이 유난히 높고 원정만 가면 맥을 못추는 구단이 있다면, 탁월한 잔디 관리자를 보유한 팀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잔디 관리자는 우리 팀의 공격 패턴과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 잔디를 관리해 승리에 기여한다. 우리가 빠른 템포에 장점이 있다면 공이 빠르게 잘 구르도록 잔디 상태를 조정하는 식이다. 몇 해 전 유럽의 한 구단이 옆 구단의 잔디 관리자를 시즌 중 몰래 스카우트하려다 법적 분쟁이 일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 사우디가 뉴캐슬 인수에 실패한 이유 - 2020년 사우디는 공공투자펀드와 PCP 캐피탈 파트너, 루벤브라더스 등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당시 영국 정부와 리그 차원에서 사우디 자본의 영국 축구 구단 인수를 막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유럽에서 사우디는 부정부패와 반인권적 불법 행위로 악명이 높은 불량국가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를 승인할 경우 리그의 투명성이 의심받고 자칫 사우디의 반인권 행위에 눈을 감는 행위로 비춰져 여론이 악화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 사건은 끝없이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만 같은 축구계에서도 자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해 준 케이스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 사모펀드에 넘어난 AC밀란 - AC밀란은 2016년 중국인 오너에게 인수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산 증빙 과정에서 거짓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재벌인 줄 알았는데 빚에 쫒기는 사람이었다. 그 채권자 중 하나가 한국에서 삼성을 괴롭혔던 엘리엇이라는 사모펀드였다. 결국 채권 집행과정에서 구단의 소유권이 엘리엇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인수 합병 추진과정에서 에이전트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구단으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 부자들이 축구 구단을 사는 이유 - 유럽에서 구단을 인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투기’가 목적이다. 1부 리그 보다는 하부 리그 구단을 사는 경우가 많다. 싼 가격에 산 후 리모델링해 괜찮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1부 리그 구단 인수를 원하는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맨시티의 만수르처럼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경우가 있다. 구단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을 노리는 경우가 다음이다. 절세나 탈세 목적도 있다. 선수들의 초상권이나 구단의 지적재산권, 스폰서 수익 등은 과장이나 축소가 가능해 재벌들의 절세 및 탈세 창구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 호날두가 세리에A로 이적한 진짜 이유 - 특 A급 호날두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세리에 A행을 선택한 것은 세금 때문이었다. 2010년 경제위기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 때 스페인이 강도 높은 세금 정책을 펼친 것이 큰 이유였다. 메시나 호날두 등은 스페인 출신도 아니면서 고액 연봉을 받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아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들의 납세 여부 조사가 세수도 확보하고 성난 국민을 달랠 손쉬운 길이었다. 세금에 지친 선수들은 반발했고 속속 이적을 고려하게 된다. 이를 간파한 이탈리아는 2018년부터 1년 공고 후 2019년 4월에 ‘프로운동선수 개인소득세법’을 발효한다. 소득의 30%에만 세금을 부과해 실질 세율이 약 13%까지 낮아지도록 한 것이다. 2018년 여름 유벤투스로 옮긴 호날두는 스페인에서의 3분의 1 이상 적은 세금을 내면서 연간 1620만 유로를 절약했다.

 

* 구단이 순위에 목을 매는 이유 -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해외 중계권 수익을 20개 구단에 균등 분배한다. 하지만 영국 내 중계권 수익은 50%는 균등 지급, 50%는 차등지급한다. 차등지급은 리그 순위에 따라 달라지고 나머지 절반은 TV 중계 경기로 선정된 횟수에 따라 지급한다. 그래서 2017~18 시즌 리그 1위와 20위의 수입 차이는 5000만 파운드(약 766억원)에 달했다. 2위와 3위 차이도 500만 파운드가 넘었다.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면 최소 5000만 파운드를 받고 위로 갈수록 금액은 점점 뛴다. 결승까지 가면 누적 총액이 1억 파운드에 달한다. 배분액의 대부분은 챔스 중계권 수익에서 나온다. 챔스 진출 실패는 빅클럽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즌 종료 결과 중 하나다.

 

* 매년 여름마다 해외 친선전을 하는 이유 -  구단의 여름 투어인 친선전은 저변 확대, 시장 확장, 로컬 팬 확보 등 다목적 포석이다. 리그가 끝나고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지 약 2달 동안 경기 감각을 잃지 않고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친선전은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첫째,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 같은 대회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2013년 시작된 토너먼트로 미국의 두 억만장자가 유럽 밖의 토너먼트 대회로 만들어 7년째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구단 스폰서가 초청하는 경기다. 세 번째는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검토하는 옵션으로, 개인 프로모터가 주최하는 경우다. 가장 안 좋은 옵션이고, 서울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경기와 유벤투스 경기가 그런 경우였다.

 

* 빅클럽들의 친선전 대전료 1위는? - 빅클럽들의 여름 투어 친선전 대전료는 대략 200만 달러 내외로 설정된다. 해당하는 구단은 총 11곳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날과 맨시티, 맨유, 첼시, 리버풀 등 5곳이다. 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정도다. 세리에A에선 AC밀란과 인터밀란, 유벤투스가 해당된다. 그러나 예외인 구단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맨유다. 요즘은 부진하지만 글로벌 마켓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어 한 경기에 500만 달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 ‘호날두 노쇼 사건’ 후진적 에이전트 시스템 탓 - 저자는 이 사건을 저자는 국내 에이전트 업계의 미발달과 한국 축구계의 유럽 축구 협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일어난 비극이라고 평가한다. 어느 특정 구단과 선수를 탓할 일이 아니며, 한국 축구계가 계속해 후진적인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굴러간다면 언제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 한국에선 5월에 이미 언론 홍보가 시작되었지만 유벤투스는 5~6월 동안 구단 공식 채널에 올린 여름 투어 일정에 한국이 없었다. 경기 날짜가 7월 26일이었는데 7월 2일에야 공지되었다. 대전료가 확인되지 않은 탓이었다. 구단은 100% 경기가 확실하지 않으면 충분한 정도의 팀 체류 일정을 미리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한국 체류 일정도 짧아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프로모터는 호날두의 불출전 등을 모두 알고도 전혀 몰랐다는 듯이 거짓말을 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티켓 판매 전에 호날두 출전 불가 사실을 알렸어야 했는데, 막대한 기데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결국 사단을 낸 것이다 

 

* 호날두가 경기 보이콧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호날두는 굉장히 늦게 사실을 연락 받았다. 호날드 에이전트는 이미 몇 달 전에 호날두의 위무 출전 조항이 들어간 계약서를 작성해 놓고서 그제야 얘기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처음부터 본인과 논의했어야 할 일을 몇 달 동안 숨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럴 때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 앞으로 온갖 일정을 구단 임의대로 할 것이라고 판단해 결국 경기까지 보이콧한 것이다. 프로모터는 언론에 호날두 45분 출전이 계약상 보장된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계약서 원문에는 호날두가 뛴다는 내용은 있지만 동시에 패널티를 내면 안뛰어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웜업 또는 경기 도중 부상 시에는 그 마저도 면제다. 이 경기는 프로모터가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기에 티켓 판매로 구단에 지급된 금액의 상당액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프로모터가 유벤투스를 초청한 게 아니라 한국 축구팬들이 티켓값을 모아 초청한 격이다. 저자는 ‘프로모터의 무리한 개인적인 도박’이었다고 비판한다.

 

* 친선전 때 선수들이 받는 경기수당 천차만별 - 친선전에서 선수들은 경기수당을 받는다. 레벨에 따라 금액이 달리 책정되는데 보통 3레벨로 나뉜다. 제일 낮은 레벨은 주전 멤버들이다. 중간 레벨은 팀의 주요 선수나 친선전이 열리는 곳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선수, 그리고 특정 마케팅 요소를 가진 선수가 해당된다. 제일 높은 레벨에 해당하는 선수는 단 두명,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선수 출전 의무 패널티는 낮게는 15%, 두 번째 레밸은 15~25% 수준이지만 최고 레벨은 35~50%의 페널티가 설정된다. 이들이 뛰지 못할 경우 구단은 프로모터에 대전료의 절반을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 축구 사교육의 왕국 유럽, 아카데미의 무덤 한국 - 유럽 구단들의 유소년 육성 사업에 대한 열정은 한국 부모들의 자식교육 저리가라다. 아카데미가 구단의 미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아카데미 프로젝트는 최소 10년 이상을 기다려 키운 유망주를 성년이 되어 데뷔시키는 장기적 안목의 사업이다. 영국의 경우 프리미어구단 아카데미에 입성한 선수들 중 0.5%만이 1군에 무사히 진입할 정도라고 한다, 9살 이전에 구단 아카데미에 들어온 아이들은 부상을 당하는 게 아닌 이상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성장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유럽 클럽 아카데미가 주로 시도 예산에 의존하고, 선거용으로 써먹으려는 지자체장들의 입맛에 맞춰 급조된 후 선거가 끝나면 팽 당하는 홍보용 이름팔이와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통렬하게 비판한다.

 

* 이승우와 이강인을 보는 유럽의 시선 - 저자는 한 때 이승우 선수에 대한 한국 언론의 과대 포장과 바르셀로나 1군에 대한 희망고문이 몇 년째 이어지는 것을 보고 매우 황당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엔 바르셀로나가 이승우를 1군으로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구단에서 관심을 접은 지 5년이 지났으며, 크면서 기술 발전이 없고 특별할 게 없는 선수라는 냉혹한 평가가 있었다고 전한다. 때문에 저자는 구단이 그를 비싸게 팔려고 오히려 아주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했다고 분석한다. 반대로 이강인은 발렌시아 구단  디렉터로부터 그곳 아카데미의 최고 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톱 3에는 들어간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발렌시아는 이강인 선수를 미래의 1군 자원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아카데미 설립의 4가지 필요충분조건 - 첫째, 함께 하는 구단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다른 구단들에도 우리 선수를 꾸준히 노출시킬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유소년 선수들 부모의 개입을 막아 감독과 코치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구단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플랜 B의 확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원칙 아래 레알 마드리드와 아카데미 설립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한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시설에서 하는 전지훈련을 레알 측과 계약상 조건으로 포함시켰고, 유럽 축구 아카데미들과 추가 계약도 맺었다고 한다. 

 

* 선수 에이전트 계약기간 최대 2년인 이유 - 선수와 에이전트의 계약은 FIFA 규정상 최대 2년이다. 2년 후 갱신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선수 에이전트들은 언제든 2년 안에 자기 선수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선수와 가족을 고의적으로 주변으로부터 고립시키기도 하고, 이들이 자신에게 기댈 수 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경우도 있고 이익을 갈취하기도 한단다. 이런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계약기간을 정했지만 일부 에이전트들은 순진한 선수들에게 여전히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어 에이전트 수수료를 추가로 제재하는 규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 구단 이적을 결정하는 의외의 요소들 - 유럽 선수들이 이적할 때 의외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날씨다. 좋은 날씨와 음식, 여가생활 기반이 제공되는 도시에 위치한 구단이 인기라고 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거지같은’ 날씨 때문에 영국 맨체스터의 구단들이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명문 구단으로 인정받는 셀틱FC나 레인저스 FC를 보유한 스코틀랜드 리그가 유럽 5대 리그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도 ‘빌어먹을’ 스코틀랜드 날씨 때문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 수아레스 ‘핵이빨’ 사건을 보는 다른 시각들 - 유럽 축구계는 선수가 부진할 경우 이를 조롱하기 보다는 원인과 해결책을 분석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아레스의 유명한 핵이빨 사건 때도 영국 언론은 그의 행동을 비웃기보다 축구의학적으로 접근했다. 선수들이 경기 결과에 대해 받는 압박과 그를 위한 멘탈 치료의 선진화 방법을 논의했다. 중요한 경기에 수아레스가 반복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정신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리버풀 구단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팀의 에이스가 갖는 정신적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수아레스를 ‘희한한 괴짜’라고 조롱하며 비아냥한 것과 정반대였다.

 

* 유럽 축구계로 들어가는 방법들 - 유럽 축구의 에이전트가 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선수 출신 혹은 축구계 유력 인사의 가족으로 입문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경우 차두리가 언어 구사 능력이나 아버지 인맥, 선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괜찮은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라이언트나 구단 오너 쪽 친인척이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둘째 아들이 이런 케이스다. 보다 정공법은 하부 리그나 아마추어 리그부터 시작해 올라오는 방법이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한 단계씩 점점 상위리그로 진출 할 수 있다. 마지막 길은 업계가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로 스카우트되는 것으로, 저자가 그런 케이스라고 한다.

 

* 손흥민 이적 논의를 결렬시키다 - 손흥민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직후 독일로 돌아기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당시 토트넘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 이적 논의가 진행되었다. 당시 저자가 토트넘과 금호타이어 스폰서십을 발표한 시점이었던 것이 이적 결렬의 걸림돌이었다. 당시 손흥민을 활용하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구성하어 있었는데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순 없었다. 그를 억지로 팀에 남게 한 것에 대해 저자는 상당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한다. 이적 백지화 직후 기적적으로 부활해 이제는 토트넘 최고의 선수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 Burn the Bridge 정신 - 저자는 유럽 축구계 진출을 원하는 에이전트 지망자나 선수 지망자에게 두 가지를 충고한다. 군대에서 유래한 영국 관용 표현 ‘Burn the Bridge’라는 문구를 먼저 제시한다. 되돌아갈 다리를 불태운다는 뜻이다. 앞으로 닥칠 온갖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전진만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담은 말이다. 이런 심정으로 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낡은 시스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 시스템대로 했던 한국 청년들 가운데 유럽 축구계 진출에 성공한 선수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고 단언한다. 유럽 축구계에 정말 진출하고 싶다면 전근대적 시스템에서 탈피할 용기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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