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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리는 언제나 ‘글로벌 100년 기업’ 가질까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잘 키운 기업 하나, 100년 경제 책임진다… 장수기업 백서2

입력 2022-12-24 07:00 | 신문게재 2022-12-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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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많은 창업자들이 ‘100년 장수기업’을 꿈꾼다. 하지만 100년을 버티며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만한 후보는 손에 잘 꼽히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에서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면 100년 기업의 꿈은 공염불이 된다. 100년 이상 전통의 독일과 일본의 ‘강소기업’, 그리고 ‘백년가업’을 꿈꾸는 우리 중소·증견기업들의 적나라한 실상과 교훈점 등을 들여다 본다.



◇ 요시모리 마사루의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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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가족기업 대국’이다. 가족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가 공존한다. 그러면서 ‘혁신’으로 뭉쳐 있다. 메르켈 전 총리는 “가족기업은 독일 경제의 견인차”라고 칭송했다. 평판도 좋다. 장기적인 안목의 경영, 좋은 노동조건과 고용유지에 대한 책임감, 고객 및 거래처와의 장기적 신뢰관계,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 권한 이양에 따른 종업원 행동 자유도 등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저자는 높은 독일 가족기업의 사회적 명성의 원천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혁신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품과 기술을 보유했다. 푸거는 직물생산업에서 도매무역상으로 성공적인 업종전환을 이뤄냈고, 크루프는 최고 품질의 철강 생산에 성공했다. 자이스는 현미경과 천체망원경, 보쉬는 자동차 점화플러그 부문에서 혁신 성장의 토대를 일구었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최고의 종업원 근무조건이다. 종업원의 권리 보호에 관한 경영자의 위법행위를 매우 엄격하게 처벌한다. 퇴직금제도가 없는 대신 연금이 최종 월급의 75% 수준이다. 중대한 부정행위가 없는 한,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다. 19세기부터 크루프와 자이스, 보쉬가 이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베텔스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종업원의 이익참여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세 번째는 공익재단 설치와 사회적 책임 실천이다. 이익 증가분을 직원들에게 배분해 경영자의 신뢰도를 높였고, 노사 통합과 생산성 증대로 노사가 공존했다. 가족경영자는 이를 기반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기업과 제품은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안목의 경영이다.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니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고, 혁신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장기 투자도 실행 가능했다.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건실한 재무정책을 유지한 원동력이다.

독일에서는 의결권으로서의 지분과 지분비율 만이 법적이고 결정적인 지배력과 의사관철 능력의 원천이다. 예외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면, 폭스바겐의 피에히 회장이다. 그의 엄청난 자산인 ‘포르쉐917 경주용 자동차 설계’가 그 힘이다. 그의 기술과 실적을 회사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타 상당 수 독일 기업들은 지분을 앞세워 가족 구성원에서 최고경영자를 선임하지 않고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초빙해 성장과 번영을 실현해 왔다.

독일에는 유한회사 형태가 많다. 우리는 소규모 가족기업이라도 주식회사 형태가 대부분이다. 독일은 이사회도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이원화되어 있다. 노동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오는 우리의 ‘노동이사회’와 다르다. 독일 노동자 대표는 감독이사회의 구성원이다. 경영이사회 감독과 인사권은 있지만, 업무 집행 의사결정권은 없다. 이사회가 투쟁의 장소로 바뀔 우려가 큰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 송치영의 ‘백년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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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구유통업체를 이끄는 2세 기업인이다. 백년 명문 장수기업을 꿈꾸며, 전 세계 모델기업을 조사 연구해 이 책에 담았다. 그는 백년가게(기업)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 운영해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핵심기술이나 자신만의 비결 등이 다음 대로 계승 발전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백년가게(기업)의 핵심을 환경변화에 견디는 힘, 그리고 내부 진화라고 분석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백년기업이 턱 없이 부족하다. 소상공진흥공단이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추진하지만, 창업 100년 이상에 2대 이상 지속 운영하는 기업을 ‘장수기업’으로 분류하는 일본이나 유럽 등에 많이 처진다. 우리는 업력 30년 이상을 장수기업, 45년 이상을 ‘명문장수기업’으로 친다. 하지만 30년 이상 된 백년가게 후보가 전체 2.7%, 20년 이상도 7.4%에 불과하다.

일본 최고(最古) 기업은 578년에 설립된 사찰 전문 건설기업 ‘곤고구미(金剛組)’다. 이탈리아에서는 1000년에 세워진 종(鍾) 제조회사 폰티피시아 폰테리아 마리넬리, 프랑스에선 1000년 전후로 설립된 와인 제조회사 샤토 굴랭, 중국에선 1140년에 새워진 백주 제조사 우량예(五粮液)가 있다. 우리는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이 효시다.

100년 이상 생존 중인 장수기업은 일본이 압도적이다. 2018년 기준, 3만 3079곳으로 2위 미국(1만 2780곳)을 압도한다. 저자는 일본 ‘노포’기업들의 공통점으로 10~100년의 장기 사업계획, 다음 세대 계승의 적극적 의지, 잘하는 것 중심의 사업확장, 확실하고 점진적인 성장 추구, 신뢰의 장기적 파트너십, 불황에도 견딜 재무 안전성 등을 든다. 유럽과 달리 ‘장자 우선’ 상속 원칙을 고수 않고, 혈연을 초월한 기업승계를 중시한다는 점도 남다르다.

국내에는 100년 이상 기업이 10곳에 불과하다. 두산과 신한은행(옛 한성은행, 1897), 동화약품(1897), 우리은행(옛 대한천일은행, 1899), 몽고식품(1905), 광장시장(1911), 보진재(1912), 성창기업지주(1916), KR모터스(옛 대전피혁, 1917), 경방(1919) 등이다. 보진재는 2020년 6월에 폐업했다. S&P지수에 등재된 90개 글로벌 기업의 평균 수명이 65년인데, 우리 1000대 기업은 30년 정도다. 만 50년 이상 장수기업은 0.2% 수준이며 평균 업력도 60년 안팎에 그친다.

국내 가족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면서 생존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기업의 12%만이 3세대에 살아남고, 그 3~4%만이 4세대까지 간다.

이에 저자는 “가업승계를 ‘책임 있는 대물림’ 혹은 ‘또 다른 창업’으로 바라봐 달라”고 호소한다. 슬기로운 가업승계가 이뤄지도록, 과중한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평균의 2배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지만 2018년 기준으로 84건만이 이 공제를 받았다. 조건이 까다롭다. 기존 기업인이 10년 이상 경영하면서 50% 이상 지분을 유지하고 전제 기업 영위기간 중 50% 이상을 대표 등으로 종사해야 한다. 증여세과세특례제도 역시 과세표준 30억까지 10%, 100억까지는 20%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개인기업은 제외된다. 주식할증평가제도는 중소기업이 아예 배제된다.

저자는 “우리 가업승계 지원정책은 2008년부터 확대 시행된 1억원의 상속공제 뿐”이라며 “정부가 가게나 기업의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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