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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격표 잘못 매겨진' 물건 사서 때를 기다려라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오마하의 현인'들 가치투자 철학 엿보기

입력 2023-01-07 07:00 | 신문게재 2023-01-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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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 멍거
워런 버핏(오른쪽)과 찰리 멍거. 두 사람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 최고의 가치투자그룹으로 이끈 평생의 파트너다,

 

‘오마하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과 그의 일생의 파트너 찰리 멍거. 이들은 올해로 각각 93세와 99세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은 버핏이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주주서신’을 재편집한 책이다. 최근 10년 가량의 시간이 빠져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 부족함을 <찰리 멍거 바이블>이 채워준다. 가장 최근까지 멍거와 버핏의 행적과 투자자 인터뷰가 수록되어 두 사람의 투자 철학과 전략, 상호 곧은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멍거는 버핏의 ‘데블스 에드버킷(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하는 친구이자 조언가이며, 버핏은 그를 ‘가공할 노맨(no-man)’이라고 호칭한 바 있다. 그들의 가치투자, 집중투자를 따라가 보자.

 

 

◇ 캐럴 루미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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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1950년 여름 벤저민 그레이엄이 강의하는 컬럼비아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제자가 되었고 졸업 후에는 그의 투자회사 ‘그레이엄 뉴먼’에 입사해 ‘가치투자’를 전수받았다. 그레이엄의 핵심 투자원칙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시장에서 그 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유하라”였다.


버핏은 이 투자철학을 1965년에 인수한 ‘버크셔 해서웨이’에 그대로 접목해 현재의 투자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버크셔는 ‘사람은 한번 부자가 되면 족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무리수를 배격했다. 대신 강력한 브랜드와 건강한 현금흐름을 가진 회사에 투자했다. 기업을 통째로 인수해 정직하고 경영능력이 탁월한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로 만들려 했다.

버핏은 초기부터 기술기업 투자는 자제했다. 예외가 중국의 BYD였다.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과 업무 완수 능력을 갖춘 BYD의 경영자 완촨푸에 매료된데다, BYD가 전기자동차와 태양열발전 분야는 물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경영자의 자질이 떨어지고 인성이 부족하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켰다.

버핏은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습관은 자동차 앞 유리를 통해 전방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백미러로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평균 실적보다 더 좋은 성과를 달성하는 주식을 고를 순 없다고 말한다. 이른바 ‘90대 1의 법칙’도 언급했다. 아무리 큰 수익이 기대된다고 해도, 곤경에 빠지거나 파산할 수 있는 확률도 1%는 된다는 얘기다.

오늘 날 미국 기업들이 가장 열망하는 것은 ‘Sincerely, Warren’이라는 사인이 날인된 버핏의 편지다. 그의 칭찬 편지를 받으면, 이를 훌륭한 관리에 대한 인증서로 생각한다. GE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런 편지를 받았고, ‘핵심 이익’이라는 측정 기준을 새로 내놓은 S&P도 같은 편지를 받았다. 뱅크윈, 아마존에도 같은 편지가 배달되었다.

버핏은 버크셔 지분인 자기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부인 수지가 먼저 세상을 뜨자 2006년에는 ‘생전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기부금 수령 단체들에게 ‘10년 안에’ 그 돈을 모두 소진할 것을 전제로 지원했다. 그 돈이 능력 있고, 활기차고, 동기부여로 충만한 지인들에 의해 보다 신속하게 쓰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2016년 빌 게이츠와 함께 ‘더기빙플레지’라는 기부 캠페인을 출범시키고 억만장자들에게 더 많은 기부를 독려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을 ‘버핏의 팬’이라고 말한다. 겸손하고, 복잡한 문제를 쉽게 표현하고, 미래 통찰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극찬한다. 출중한 경영진에게 회사를 맡기고 자신은 주력 분야인 투자에 전념하는 자유로운 경영스타일에도 존경심을 숨기지 않는다.

버핏은 투자할 때 ‘매출’ 보다는 ‘기업가치’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생산적 형태’의 자산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버크셔의 목표도 회사가 소유한 최고 수준의 기업 수를 계속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현·이건 <찰리 멍거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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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의 독특한 발언과 사상을 ‘멍거리즘(Mungerism)’이라고 부른다. 그는 늘 ‘통찰’을 강조한다. ‘망치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해, 망치 외에 보다 다양한 공구를 갖출 것을 주문한다. 수학의 복리부터 물리학의 임계점, 화학의 자가 촉매, 심리학의 인지적 오판 모형 등에서 유용한 개념들을 배우고 익혀 투자에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멍거는 “돈을 번 사람은 자주 베팅하지 않는다(They bet very seldom)”고 말한다. 가격이 잘못 매겨진 베팅 기회, 즉 저평가 종목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에게 가치투자란 ‘가격이 잘못 매겨진 도박(mispicked gemble)을 찾아내는 행위’다. 그는 극단적으로 “바보도 경영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을 사야 한다”고 강조한다.

멍거의 ‘투자 성공 4단계 프로세스’의 첫 번째는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음은 정성적·정량적 분석과 경영진 평가다. 그는 특히 경영진의 능력과 신뢰성, 주인의식을 깊이 평가했다. 이어 경쟁우위와 경쟁적 파괴다. 실질적인 진입장벽인 ‘해자(moat)’를 구축하고, 경쟁적 파괴의 힘을 극복할 기업을 찾는데 매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재가치와 시장 가격 비교다. 버핏은 특히 이 부분에서 멍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했다.

멍거는 올바른 ‘기질’과 끊임없는 ‘학습’을 유난히 강조한다. 버핏처럼 조바심 없이 주식을 소유할 수 있어야 하며, 끈기 있게 기다렸다가 때가 오면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둘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을 최고의 투자 원칙으로 삼는다. 멍거는 “다른 사람이 더 빨리 부자가 돼도 부러워 말라”는 조언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질투’”라고 말한다.

멍거는 거시경제 변수보다 개별기업 분석을 더 중시한다. 그림자인 ‘주식’이 아니라 몸통인 ‘기업’을 분석하라고 말한다. 분산투자보다 집중투자를 권한다. “월가 큰손들이 S&P500지수의 모든 종목을 분석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의 목적은 분산투자를 하지 않아도 안전한 투자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세브론 등 상위 4개 종목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멍거는 실패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문가의 예측도 ‘이발사에게 이발할 때가 되었는지 묻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며 꼬집었다. 리스크 관리도 중시한다. 적절한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영구적 자본손실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머물 것도 권한다. 적절한 자산 배분, 인내와 결단력, 변화에 대한 수용력, 집중력도 강조한다. 멍거는 이런 투자원칙에 따라 코스트코, 버크셔 해서웨이, 히말라야 캐피탈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멍거는 “반대의견을 외면 않고 사실과 분석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 ‘확증편향’에서 벗어났기에 버핏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에 매우 부정적이다. 일론 머스크 같은 비트코인 투자자는 ‘착각에 빠져 살면서 가끔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으로 치부했다. 많은 이들이 신봉하는 ‘다각화’를 그는 ‘다악화’라 부르며 경계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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