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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유쾌하고 담대하게 풀어낸 독립의지! 국립오페라단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Culture Board]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입력 2024-02-14 18:00 | 신문게재 2024-02-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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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2월 22~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한국 초연된다. 순회오페라단원이었던 부모 슬하에서 자라며 14살에 오페라 작곡을 시작한 로시니가 열여덟에 만들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한 오페라 부파(Opera Buffa, 18세기 희곡 오페라의 한 양식)다.  


부모가 몸담았던 순회오페라단에서 다진 음악성, 민첩성, 창작력, 유머감각 등을 바탕으로 꾸린 대중적이고도 유쾌한 오페라부파로 최상호 단장 겸 예술감독이 “관객과 소통하고 가까이 가고 싶은” 의지로 라인업을 꾸린 2024-2025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알제리의 고관 무스타파, 그의 싫증난 아내 엘비라,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 짝지어 주려는 상대인 이탈리아 노예 린도로, 해적들에 납치돼 행방불명된 연인 린도로를 찾아 항해하다 알제리 해적들에게 잡혀 무스타파 궁으로 끌려온 이사벨라, 그녀에 한눈에 반해 수작질 중인 타데오 등이 얽히고설키며 풀어내는 이야기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포스터(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기 전 터기에 속했던 알제리를 배경으로 빠르고 혼란스럽게 펼쳐지는 이들의 난장은 튀르키에의 오스만 제국이 세워지고 확장되는 유럽 시민지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작품의 묘미는 등장인물 중 가장 진취적이며 용감한 이사벨라다. 행방불명된 연인을 직접 찾아 나서는가 하면 엘비라와 결혼하라는 명령에 순응하려는 연인 린도르와의 오해를 푸는데 적극적이다. 

 

배에서 만난 타데오와 싫증난 아내를 쫓아내려는 무스타파의 부도덕한 구애에 지혜롭게 대응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노예들의 탈출을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린도로를 달라고 요구해 출국을 막는 기지를 발휘하는가 하면 마음껏 먹고 마시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침묵하는 ‘파파타치’라는 놀이를 만들어 노예로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탈출의지를 부추기기도 한다. 알제리 탈출 직전 두려움에 떠는 이탈리아 남자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조국을 생각합시다’(Pensa alla patria)는 이사벨라의 캐릭터성을 잘 드러내는 아리아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로시니 특유의 음악이다. ‘조국을 생각합시다’와 1막 마지막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린도로와 엘비라, 그녀의 시녀 출마와 이들을 지켜보는 이사벨라, 무스타파, 호위대장 할리, 타데오가 부르는 7중창 ‘떠나기 전에’(Pria di dividerci da voi, signore)를 비롯한 아리아는 물론 왁자지껄 빠르고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와 상황들의 속도를 높이는 템포와 리듬, 의성어 등으로 무장했다.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음악들은 엄선한 성악가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메트오페라합창단, 스탈릿컴퍼니 등과 브랑송 지휘콩쿠르 한국인 최초 결승진출 지휘자 이든, 최지형 연출이 의기투합해 표현된다. 이사벨라는 글로벌 오페라 신에서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Chiara amaru)와 김선정, 그의 연인 린도로는 테너 발레리 마카로프(Valery Makarov)와 이기업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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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이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극에 걸맞는 서체를 고안하고 최 단장이 알제리 대사관을 방문해 복식, 의상, 문자, 전통 등 낯선 문화에 대한 검증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다. 이 검증 과정을 통해 터번의 유무, 무대 세트에 포함된 문자의 오류, 의상의 전통 문양 등 자칫 혼동할 수 있는 아랍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차이를 명확히 해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 단장은 “오스만 제국이 알제리를 섭정했던 기간이 140여년에 이른다. 그 후로는 프랑스의 집권 하에 있었다”며 “알제리 대사관 사람들이 ‘한’(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고통스러웠던 시간 속에서도 본국의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애썼던 알제리의 역사는 우리를 닮았다”고 전했다. 

깊은 독립의지, 한의 무게를 유쾌하고 담대하게, 풍자로 풀어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24일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 생중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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