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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혐오를 혐오한다

입력 2016-07-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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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생명이 소중해질 때까지는 누구의 목숨도 소중하지 않다. 모든 백인 경찰을 죽여라.”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경찰관 5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페이스북에 등장한 ‘경찰 혐오’ 글이다. 미국 경찰의 잇따른 흑인 용의자 사살에 대한 흑인의 분노를 담은 극단적인 혐오 표현인 셈이다.

이 글이 게시되고 일주일 후인 지난 1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해병대 출신 흑인이 경찰에게 총격을 가해 경찰 3명이 죽은 데 이어, 21일 마이애미에서는 또 다시 경찰이 흑인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지금 미국은 마치 백인 경찰과 흑인들 사이의 분위기가 흑백내전을 치르는 것처럼 삼엄하고 살풍경하다는 게 현지에 사는 지인의 말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혐오 표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홍어’, ‘김치녀’ 등의 용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해 특정지역과 여성을 거리낌없이 비하하는 극우 커뮤니티 ‘일베’가 논란이 되더니, 최근에는 ‘한남충’, ‘씹치’ 등의 용어를 쓰며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일삼는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혐오 표현’은 분노에 찬 감정을 배설해 정신적 쾌감을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에서 마약과 흡사하다. 마약에 중독되면 더 중독성 강하고 자극적인 마약을 찾게 되듯이, 다른 이나 집단에게 쏟아내는 혐오 표현은 나에 대한 더 강한 혐오표현으로 되돌아 온다. 혐오표현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차별이 된다. 그리고 부당한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소수자와 약자는 물론이고 모든 이가 언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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