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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빚 권하는 시대'와의 결별

입력 2017-10-24 15:11 | 신문게재 2017-10-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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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백 금융증권부장
서영백 금융증권부장

너무 쉽게 빚을 내고, 또 빚을 내도록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 정책은 ‘빚 불감증’을 확산시키기 마련이다. ‘빚 권하는 사회’는 결국 ‘빚을 독촉하는 사회’가 되기 십상이다.


주식시장이 급등하면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무리 위기가 기회라고 해도 빚내서 주식투자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전셋값이 폭등할 때 금리가 내려가고 대출조건이 완화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빚내서 집을 사도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빚은 갚을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다. 또 소득이나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빚보다 더 빠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수년 동안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빚내서 집 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다주택자의 투기심리를 자극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거 해제하는 등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폈다. 이후 가계 빚은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가계 빚이 늘게 되면 중산층 붕괴와 함께 소비 부진과 내수 침체를 부르고 이것이 투자 부진,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하게 된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 탓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빚이 많은 나라가 어떻게 됐는지는 유로존의 경제위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그리스의 국가부도로 촉발된 유럽의 경제난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이 부실한 나라들로 확대돼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동산 대출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금리를 올릴 게 확실해 보인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9만 가구가 원리금 상환이 힘들어지는 ‘한계가구’로 전락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 폭락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저금리와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믿고 ‘빚내서 집 사기’에 동참한 가계의 부담이 커져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인상과 급격한 집값 하락은 대부분 서민인 위험대출자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23일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대출고삐를 바싹 죄는 것이다. 내년부터 신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도입, 다주택자를 상대로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꿔 주겠다는 것이다.

전날 국회에서 가진 ‘가계부채 종합대책’ 당정 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제 빚으로 집을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책으로 ‘빚 권하는 시대’가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빚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영백 금융증권부장 lastautu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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