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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공시족이 벤처 뛰어드는 날

입력 2017-11-06 15:12 | 신문게재 2017-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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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국내 중소기업의 94%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가 그림의 떡이란 말이다. 또 최근 미국에서는 신규 일자리의 60%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나온다는 발표가 등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생각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정밀 분석이 나왔다. 세계 2000대 소프트웨어(SW) 기업 내에 드는 한국 기업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200개 대상도 아니고 2000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도 말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난국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하고 나갈 묘안은 없는 것인가. 선진국을 보면 첨단분야에서는 젊어서는 한마디로 도전, 나이 들면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SW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SW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참신하다는 것이다. SW분야가 이 세상에 등장한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신선미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그냥 정해진 틀에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를 짜내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는 예술적 창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표현이 있듯 누구나 도전하게끔 만드는 것이 SW다.

그러나 우리의 청년들은 어떠한가. 도전은 뒷전이고 먼저 안정을 택한다. 30만명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이 시간에도 여념이 없으니 말이다. 무엇이 청년들을 그리로 몰아내고 말았던가. 그것은 우리 토양에서는 SW처럼 도전할만한 주제거리가 희소하고 척박한 까닭이다. SW분야가 도대체 어떤 분야길래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공신역할을 하는지 골몰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SW 세상에서는 공용어가 단 하나, ‘영어’다. 코딩은 전부 영어 형식으로 제작되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SW사업은 글로벌화가 손쉽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SW를 하다 보면 글로벌 마인드가 저절로 생긴다는 점도 시사해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느 규모의 기업에게나 4차 산업혁명에 필수불가결한 공통분모적 요소가 다름아닌 SW라는 것이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SW현장인력은 거의 모두 중기 벤처 쪽에서 공급하다시피 한다. 그래서 벤처로부터 시작해서 중기를 거쳐 대기업에 이르는 SW인력의 이동성이 강하다.

이렇게 벤처-중기-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은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하면 된다. 이런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SW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SW가 그런 영역인 것이 선진국을 통해 이미 확실히 증명되었기에, 우리도 그것부터 해나가면 산업 첨단 인력의 대부분이 벤처 중기에서 나오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효시가 돼, 시작은 미약했으나 향후 산업 분야 다방면에서 창대한 결실을 기약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서 SW전문가의 등용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국가 고위 공직에 SW전문가가 등용된 적은 우리나라 건국 이래 한번도 없다. 이걸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호로만 외치지 않고 정부가 행동으로 직접 국민들에게 가시화해주기 위해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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