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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배우 정지훈, 노력의 아이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죄가 없다!

일제강점기 시절 스포츠 스타였던 엄복동의 일생 그려
100억대 제작비와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자전차 경주 선봬

입력 2019-03-05 07:00 | 신문게재 2019-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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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사진제공=레인컴퍼니)

 

올해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했다. 유관순, 안창호, 김구 등 수많은 실존인물의 희생과 숭고한 정신을 듣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비록 교과서에 실리지 못했으나 일제강점기에 희생하고 노력한 이름 없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지난 27일 개봉한 ‘자전차왕 엄복동’ 역시 거기서 출발했다. 구전으로 전해진 영웅이지만 대중적이지 못했던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비슷하게 개봉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역시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던 이름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듯 ‘자전차왕 엄복동’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 영웅이었던 엄복동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총제작비 150억원에 가까운 ‘자전차왕 엄복동’은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명이다. 부담감도 남다를텐데 7년만에 영화로 돌아온 정지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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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레인컴퍼니)

“개봉 후 평가가 엇갈릴 거란 예상은 해요.(영화는 개봉 후 110만명이 들었다)하지만 비난 받을 건 받고 칭찬 받을 부분은 받자는 입장이에요. 적어도 두려움은 없습니다. 연기적으로 엄복동은 시대적 자료가 거의 없어요. 대신 기사에 실린 스포츠 영웅인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어요. 그 암울한 시기에 일본 선수들을 이기고 아시아를 제패하잖아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것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정지훈은 순박했던 물지게꾼이었다가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인물을 차분히 살린다. 시나리오를 읽고 “엄복동이란 인물을 알려보자” 앙다물었던 입술은 영화 내내 오롯이 빛난다. 그 시절의 자전차는 지금의 수십억원대 스포츠카였다. 신기한 문물을 타고 매료돼 험난한 여정을 딛고 최정상에 오르는 엄복동의 과정이 꽤 흥미롭다. 무엇보다 선수용 사이클을 타고 지구 한 바퀴 거리를 훈련했던 지난 과정들이 영화에 듬뿍 담겨있다. 정지훈은 훈련과 촬영 중 허벅지가 터지고 어깨가 다치는 등 꽤 강도 높은 촬영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7년에 촬영이 끝났는데 그 이후로 자전거를 쳐다도 안 보고 있어요.(웃음) 일단 발로 구르는 두 발 달린 것들, 페달 있는 기구들은 안 하게 돼요. 시키는 걸 다 하는 편이라 무식하게 덤빈 것도 있죠. 연기 선배이자 제작자로 나선 이범수 선배님의 디테일함을 보며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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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다른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자전차왕 엄복동’의 정지훈.(사진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지금의 정지훈을 데뷔시킨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은 일주일에 한번씩 그간의 결과물을 보고받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의 떨리고 지치고 혼나는 과정으로 단련된 정지훈은 “덕분에 깡이 생겼다.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추억한다. 그래서 더더욱 대중에게 안 알려진 엄복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영화 속에서 보여진 캐릭터의 성격과 버릇, 자전거를 타기 전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가져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연기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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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사진제공=레인컴퍼니)


“당시의 신문에 보면 엄복동이 너무 이기니까 경기를 중단시킨 일본에 대한 뉴스가 실려있어요. 그 다음 문장이 정말 놀라워요. 엄복동이 그 사실에 열 받아 단상에 올라가 일장기를 꺾어버렸다는 거예요. 그걸 빌미로 분명 총살이나 감옥행이었을텐데 그때 민중들이 뛰쳐나와 둘러싸고 막아줬다는 일화가 실제였다니…정말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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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사진제공=레인컴퍼니)

‘자전차왕 엄복동’의 경주신은 현재 자전거가 아닌 당시의 자전거였기에 유독 어려움이 많았다. 타이어와 손잡이 그리고 바닥의 모래도 정지훈을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극중 엄복동이 속도를 내기 위해 일어서서 타는 것은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획기적인 기법이었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그 방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대 위의 가수 비를 내려놓고 충남 서산 출신인 아버지를 롤모델 삼아 과장되지 않은 리액션을 넣으며 역할에 충실했다. 실제로 팔자로 걷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콧물을 훔치고 물을 길어 고무신을 벗어 발을 씻는 모습은 ‘정지훈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의 엔딩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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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절친으로 거듭난 이시언. 영화속 웃음을 책임지는 코믹요소로 남다른 호흡을 자랑한다. (사진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 충실하기 위해 몇 개의 프로젝트를 다 미뤘어요. 지금도 해외 오디션을 계속 보고 있거든요. 아시아 배우는 액션이라는 고정 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주연급 갱이나 킬러 보다는 큰 프로젝트의 작은 역할이라도 해 보려고 합니다. 후배 양성이요? (그는 자신의 회사인 ‘레인 컴퍼니’를 통해 음반제작도 함께 하고 있다) 동성 그룹으로 데뷔 할 몇 팀이 있어요. 다만 어렸을 적 실수는 선장인 제가 짊어질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친구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우리 회사 철칙입니다. 개성있는 친구들이라면 언제나 환영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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