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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살면서 '우상'이 없던 설경구가 이 영화를 찍은 이유!

어렵고 불친절했던 시나리오, 감독과 출연 배우들에 반해 결정
지난달 20일 개봉 후 고작 18만명 들어
"그럼에도 '우상'의 감정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영화"

입력 2019-04-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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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우상’속 자신의 이름을 “급하게 입에 쑤셔 넣는 식사라는 생각으로 접근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장애를 가진 아들의 성욕을 풀어주려는 남자. 둘이서 드나든 업소만 수십 곳으로 그 중 몇 건은 불법 성매매 전과로 남았다. 결국 그는 한국 신분이 필요한 술집 출신의 중국 동포를 며느리로 들인다. 둘은 신혼여행을 떠나고 이제는 막 한 숨 돌렸다고 생각했을 즈음 아들은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시나리오였어요. 사실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배우들끼리 ‘어때?’라고 물어보는데 이 영화는 ‘많이 어려워?라는 말이 먼저나오더라고요. 부성애로 시작했다가 집착으로 끝나는 영화라 쉽지 않더라고요. 더군다나 대사보다는 리액션으로 다가가는 캐릭터라 흔한 경험은 아니었죠.”

흥행보다는 미장센과 작품성에 공을 들인게 역력한 ‘우상’은 한마디로 모호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맡은 중식의 첫 등장 역시 범상치 않다. 카메라는 노랗게 염색한 설경구의 뒤통수를 비춘다. 거칠게 시체 안치소로 운전해 들어가는 롱테이크는 화면 속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만큼이나 척척하고, 불편하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의 독함을 그때 느꼈다”면서 “단순해 보이는 그 장면은 수십 번 끝에 완성된 신”이라고 털어놨다. 중식은 사라진 며느리가 임신중임을 알고는 가해자의 아버지이자 유망한 정치인인 명회(한석규)의 검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관객들은 죽은 아들을 대신해 혈육을 지키고픈 중식의 심정을 따라가다 거대한 반전을 맞이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빛나지만 몇몇 불친절한 장면이 ‘우상’의 흥행에 독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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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상’의 설경구.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연기적으로 누군가 떠먹여주는건 원치 않아요. 하지만 시나리오가 불친절하면 안돼죠. 그래도 ’우상‘을 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그만큼 밀도 있는 영화니까요. 한마디로 짐승, 동물 같은 배우들이 나와요. 현장에서 천우희, 한석규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힘들었던 감정을 힘껏 위로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설경구는 아버지 역할을 맡으며 초반에 허망하게 죽은 아들 역할까지 1인 2역을 한 것 같다고 피곤함을 토로했다. 그는 “배우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참 유혹적인 설정”이라면서 “사실 중식은 점심에서 따온 이름이다. 나는 그걸 급하게 입에 쑤셔 넣는 식사라고 접근했다”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결론적으로 ‘우상’은 흥행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설경구는 지난 3일 개봉한 ‘생일’로 다시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전작의 촬영 스케줄로 도저히 참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일정이 조정되어 찍은 영화였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설경구에게서는 ‘잊지 못할 작품’이기에 이런 상황이 꽤 남다르게 다가올터.

“굉장히 징글징글한 감독이예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신을 15번이나 가는 독한 타입이죠.(웃음)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러브콜이 온다면 할거예요. 가끔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중 어느게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제는 ‘우상’이라고 대답 하겠지만요.”

그는 ‘우상’의 아쉬운 점으로 아들과의 접점이 드러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부자가 사이좋게 집에 있는 노래방 기기로 노는 신은 단 5초 정도. 실제로는 밤새 그 장면을 촬영했다고.

“아마도 그들 부자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아오지 않았을까요. 그 사건만 없었으면 행복했을테고요. ‘우상’은 대중의 우상이 되고 싶은 남자, 살고 싶은 여자, 핏줄이 땡기는 남자가 기승전결도 없이 섞여 있어요. 관객의 헷갈림을 충분히 예상해요. 실제로 제목같이 맹목적인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런 감정을 가장 탁월하게 표현해낸 영화임은 틀림없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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