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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수’ 출신이라는 주홍글씨?! ① 야무지게 배우로 비상…차기작이 기대되는 박형식

[Hot People] <194>영화 ‘배심원들’ 박형식

입력 2019-05-14 07:00 | 신문게재 2019-05-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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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출신’이란 꼬리표 떼고 스크린 첫발 내디딘 '걸캅스' 최수영(왼쪽)과 '배심원들' 박형식(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UAA)

 

연기자로 전향 혹은 병행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가수 출신’이란 꼬리표는 더 이상 주홍글씨가 아니다. 도리어 물 만난 듯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다. 핸디캡이 아닌 축복과 같은 지금의 따스한 분위기는 과거 10년 간 무수히 그 길을 걸어온 선배들 덕분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입을 앙다물고 줄기차게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최근 영화 ‘걸캅스’(9일 개봉)와 ‘배심원들’(15일 개봉예정)에서 보여준 최수영과 박형식의 결과물 역시 그렇다. 한때는 무수히 작품 오디션에 떨어지고 예능에 뛰어들며 버틴 그들의 뚝심은 한국 영화계의 재기발랄한 존재감으로 각인되고 있다. 

 

 

◇ 차기작이 기대되는 박형식의 야무진 영화 데뷔작 ‘배심원들’의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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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의 박형식은 실제 자신의 말투를 고스란히 역할에 녹여낼만큼 배역에 빠져 살았다고 고백했다.(사진제공=매니지먼트UAA)

번듯한 이름이 있지만 제대로 불리지 않는다. 등장하자마자 담당 공무원이 개인 파산신청을 권할 정도로 답답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8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배심원들’은 이미 자백한 사건에 투입(?)되는 배심원들의 이야기다. 

 

보통사람들이 법을 심판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법 관계자들은 ‘좋은 그림’만을 강조한다. 

 

도리어 아무 것도 모르고 법정에 들어선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판 과정에 이런 저런 훈수를 두기 시작하면서 영화적 재미가 폭발한다.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어쩌다가 부름을 받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예요. 거부하면 부과되는 200만원이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간 법정에는 모르는 용어가 쏟아지죠. 하루 동안 진행되는 일이기에 촬영 내내 의상 한번 갈아입지 않아요. 몇 달을 그 옷만 입으면서 ‘빨긴 하는 거죠?’라고 물어보기도 했는데…그것도 이제 추억이네요. 캐릭터로 임팩트를 주는 영화는 아니에요. 스토리에 대한 긴장감이 있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배심원 제도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배심원들’의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박형식. 우물쭈물하지만 결정적인 제안을 하는 그의 모습이 과거 한 예능에서 보여준 ‘아기병사’의 모습과 겹친다. 그동안 각종 드라마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최대한 준비하고 숙련된 결과물이었다면 영화 데뷔작인 ‘배심원들’은 있는 그대로의 백지 상태로 현장에 오는 게 조건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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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7번을 촬영한 박형식의 첫 촬영신.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첫 촬영이 ‘우리나라에 배심원이 있는지 처음 알았는데요’라는 대사 한마디였어요. 그 테이크만 27번을 갔어요. 놀라거나 당황하는 모습은 다 제 본연의 모습이죠. 계속 ‘편하게’ ‘최대한 자연스럽게’를 외치는 감독님이 원망스러워 촬영을 접자고 할까 고민도 많았죠. 대사만 외워간 제 자신이 밉기도 하고요. 지금도 영화에 몇 번째 테이크를 썼는지 안 알려주시네요.(웃음)” 

 

박형식의 긴장감과 타들어가는(?) 마음은 지금은 호칭이 ‘누나’로 바뀐 문소리의 조언으로 진정됐다. 그는 “그때 저에게 ‘나는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할 때 40번에서 50번까지 간 적도 있어. 지금 이런 분위기에 쫄지 마.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데 어찌나 마음이 안심이 되던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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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의 박형식.(사진제공=매니지먼트UAA)

‘배심원들’은 실제 사건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올바른 법의 심판에 대한 의미를 되묻는다.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후 유죄판결이 30% 정도 줄었다는 게 영화 제작사의 설명이다. 

 

처음이니까 잘 하고픈 사람과 빨리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 그동안 익숙하게 남을 판결했던 존재까지 ‘배심원들’이 보여주는 인간군상은 법이 가진 허점과 진심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판단하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저는 안 할 것 같아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수결의 의견을 따를 것 같고요.”

그리곤 소수의 ‘평가와 결정’으로 진행되는 요즘 오디션에 대한 질문에는 “저에게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이나 멘토의 제의가 오지도 않았지만 회의적이긴 하다”며 “노래나 연기 등 예술적인 분야는 모두 개인의 취향 영역인데 그걸 기술적인 것 혹은 다른 기준으로 구분 짓는다는 사실만으로도”라고 답했다.

  

“그렇기에 ‘배심원들’이 주는 연기적 쾌감은 영원히 잊지못할 것 같아요.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데뷔도 가수로 했는데 어떤 마인드로 연기를 해야하는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랄까요. 한 장면을 27번씩이나 촬영하는 경험이 배우가 지녀야 할 무게감과 정성을 깨우쳐 줬어요.“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끝으로 군 입대한다. 그는 “평소의 성격이 ‘다 좋다’일 만큼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성격이라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제대 후에도 지금 느낀 연기적 희열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궁금증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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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의 박형식.(사진제공=매니지먼트UAA)

 

“군대에 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생존을 위해 뛰어들었어요. 그룹의 멤버는 많고 배분되는 수익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아이돌그룹으로서) 무대에 불러주지 않을 때 제안받은 리얼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아무도 연출하지 않고, 당시에는 군대미필자로 겪은 그때의 경험을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로 또다시 겪어야 하지만 특유의 명랑함이 넘친다. 그는 “이제는 뭔가의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재미를 알았다”며 눈을 반짝였다. 누가 박형식을 ‘아기’라 했는가. 이미 어엿한 배우인 것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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