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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같이 잘 살면 안 될까요?" 백수일가의 위험한 위장취업

[Culture Board]한국 첫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화 '기생충' 서로 다른 부류의 두 가족이 만나, 계층 민낯·치졸함 건드린 희비극
특유의 계층구조 비판과 블랙코미디 돋보여
하지만 호불호 갈릴 봉준호 답지 않은 영화

입력 2019-05-30 07:00 | 신문게재 2019-05-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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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당연하게도 ‘기생충’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은 전혀 다른 가족들의 공생을 다룬다. 반지하에 사는 기우(최우식)네 가족은 전원이 모두 백수다. 무능력한 아버지 기택(송강호)과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엄마 충숙(장혜진), 기 센 여동생 기정(박소담)과 우애가 넘친다. 이들에게 유일하게 없는 건 돈. 잔머리와 남다른 깡, 거기다 생계를 위한 다양한 아르바이트가 이들 가족의 밑천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박 사장(이선균)의 과외선생님이 된 기우는 최적화된 생존본능을 발휘해 가족들을 모두 이 집의 일원으로 투입시킨다. 미술치료사, 가사도우미, 운전기사로 가족 전원이 박 사장의 집에 취업이 된 이들은 즐겁게 캔맥주를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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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문제는 이들이 박 사장네 집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 인력들을 교묘히 잘리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전혀 상반된 가족의 일상을 교차시키며 필요에 의한 관계의 덧없음을 조롱한다. 

 

돈이 많은 박 사장 내외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적당히 교양 있고 순진한 이들 부부는 모든 걸 다 가진 부류다. 갑질을 일삼지도 않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건 오히려 기우네 가족이다. 각자의 자리에 충실하던 이들은 캠핑을 떠난 박 사장네 집에 모여 양주를 마신다.

평온한 일상의 균열은 갑자기 잘린(?) 가사도우미가 남은 짐이 있다며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주인이 없는 집에 만찬을 벌이던 네 가족은 집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을 목도하게 된다. 우연한 사건과 사고로 점철되는 후반 20분은 그래서 더욱 잔인하며 이율배반적이다. 봉준호 감독은 수석과 폭우, 층계를 통해 사회 계층의 치졸함을 건드린다. 부유함이 익숙한 부류가 가진 민낯은 추악하기보다 본능적으로 다뤄진다.

이들은 기우네를 무시하지 않지만 특유의 냄새로 이들을 구분 짓는다. 갑자기 캠핑이 취소된 박 사장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가 벌이는 소파 베드신이 그렇다. 농밀하지만 그래서 더욱 솔직한 그들의 대화는 ‘기생충’의 결정적 비극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그 아래 탁자에 숨어있던 기우네와 더 밑 비밀스런 공간에 숨겨져 있는 부류가 보이는 분노는 발악에 가깝다.

‘기생충’은 재미로 봐야 할 영화는 아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불리는 봉준호스럽지도 않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증명하는 거라면 올해는 틀렸다. 적어도 ‘기생충’에 출연하는 박서준, 조여정을 비롯해 이정은, 이선균의 차진 연기와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전국 60개관에도 걸리지 못할 작은 영화로 잊혀졌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럼에도 ‘칸 특수’는 당연히 누리겠지만.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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