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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영화 '엑시트', 재난영화가 이렇게 웃겨도 돼?

31일 개봉, 2019여름 텐트폴 영화로 쾌조의 스타트
부실한 스토리의 간극,빠른 편집과 이색 설정으로 상쇄
김지영,고두심,박인환외 조연 배우들의 활약 공감이끌어

입력 2019-07-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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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심각한 상황인데 이상하게 웃게 된다. 주인공들은 살기위해 미친듯이 달리고 올라간다. 짠하고 극박한데 그럴수록 양보하거나 희생해야 할 순간이 닥친다.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인간 본능에 충실한 재난영화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간극은 디테일한 설정이 채운다. 배우들 중 누구 하나 민폐거나 겉도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잘나가는 사촌, 뺀질거리는 매형, 도도한 조카에 건물주 아들이 사장인 매장, 살면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상황, 인물들이 나와 감정이입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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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의 가장 큰 무기는 ‘공감’이다. 금수저 혹은 슈퍼히어로가 아닌 사람들이 벌이는 공감 액션이 홀드(클라이밍에서 잡거나 딛을 수 있는 부분)돼 관객들을 시종일관 붙든다. 

 

장엄하게 희생하거나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의 모습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살고 싶어 울음을 터트리고, 본능적으로 욕부터 나오는 그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스토리로 별다르지 않다. 동네에서 철봉의 신으로 불리는 백수 용남(조정석)은 곧 엄마(고두심)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있다.

 

세 누나의 구박을 받는 그의 일상은 고단하다. 늙은 부모님은 여전히 자신을 철없이 생각하고 이력서는 내는 족족 미끄러지기만 한다. 

 

같은 산악부 동아리 후배이자 짝사랑녀인 의주(임윤아)가 일하는 곳에서 집안 잔치를 하던 그는 갑자기 원인 모를 가스에 뒤덮인 도심 한 가운데 놓이게 된다. 

 

사회 초년생 의주 역시 갑질하는 상사와 고된 일상을 버티는 중이다. 모두가 토악질을 하고 쓰러질 때 현장의 유일한 책임자가 되어 상황을 이끈다. 취미로 했던 산악부의 각종 재난 훈련과 기초 체력은 이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희망이다. 

 

용남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밧줄을 의지해 건물을 오른다. 의주에게도 수동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극중 그는 체중에 맞는 팽팽한 줄을 만들기 위해 20kg짜리 바벨을 과감히 던지는 여자다. 

 

영화 엑시트
임윤아, 조정석을 필두로 영화의 맛을 살리는 가족들의 연기는 모두 베테랑 배우들이 맡았다. 그들이야말로 ‘엑시트’의 숨은 공로자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는 모두가 무시하고 미약한 존재라고 인식했던 젊은이들의 선함에 집중하는 영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없이 착한 것만은 아니다. 겨우 살았다 싶으면 학원의 거친 10대의 아이들이 시비를 걸고 조금만 더 가면 될 상황에서는 줄이 끊기거나 여지없이 가스가 차 오른다.

 

그때 보이는 주인공들의 악다구니는 이제껏 본 재난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안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대중 심리의 결과물은 꽤 놀랍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함구하지만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여겼던 드론조차 연기를 할 정도다. 

 

특히 언론이 가진 양면성, 사회생활의 고단함, 인간군상의 다양함까지 ‘엑시트’를 보고 나오면 생각없이 웃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맞아, 맞아”를 외치며 이불킥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2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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