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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시 돌아온 ‘책방’…독서 열풍 일으킬까

tvN ‘요즘 책방:책 읽어드립니다’, 주제의식 놓고 패널들 견해 공유
미디어셀러 방지 위해 도서추천위원 비공개,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재미 안겨
MBC ‘같이펀딩’, 책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 등 ‘책방’ 이어져

입력 2019-09-25 07:00 | 신문게재 2019-09-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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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책 한권 제대로 읽기도 힘들다. 곳곳에 널려 있는 디지털 문명과 바쁜 일상이 완독의 기쁨을 막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편인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독서량이 적은 국가로 꼽힌다.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의 평균독서시간은 6분으로 조사됐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10명 중 채 1명도 안된다. 2017년 국민실태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연 평균 독서량이 8.3권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독서량이 40권인 일본이나 60권인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방송을 통해 책을 읽지 않는 습관이 개선될 수 있을까. 24일 공개된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이하 책 읽어드립니다)는 오랜만에 전파를 타는 ‘책방’이다. 스타 역사강사 설민석과 방송인 전현무, 가수 이적, 배우 문가영, 소설가 장강명 등이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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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사진제공=tvN)

1회 방송에서는 장강명, 물리학자 김상욱,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윤대현 등이 전문가 패널로 출연해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전했다.

 

특히 설민석은 “농업 혁명은 인류 최대의 사기극” “인류 발전의 힘은 ‘뒷담화’에서 시작된다” 등의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다.  

 

이 같은 콘셉트는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이 아닌 독자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연출을 맡은 정민식PD는 “저자의 생각은 텍스트에 녹아있기 때문에 책의 정답이 저자의 생각”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정답의 시대가 아닌 견해의 시대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을 패널들이 재해석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나만의 답과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방’은 예능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소재기도 하다. 과거 MBC ‘느낌표’의 한 코너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의 대성공 이후 강호동을 메인MC로 내세운 KBS ‘달빛 프린스’나 tvN ‘비밀독서단’, MBC ‘비블리오 배틀’ 등 몇몇 책 관련 프로그램이 생겼지만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설민석은 “웃기기보다 본질에 충실해야 시청자들이 반응한다”고 정곡을 찔렀다. 그는 “나는 쉽고 재밌게 책을 읽어주는 역할이며 책의 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견해를 전한다. 또한 전현무, 이적 등이 자칫 교양 프로그램으로 머물 수 있는 방송에 예능적 요소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현무는 이 프로그램에서 ‘책을 읽지 않는 남자’ 역할로 일반 시청자의 눈을 대변하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책들이 일명 ‘미디어셀러’ 반열에 오르는 현상도 경계해야 할 문제다. 실제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나 인기 드라마 ‘도깨비’,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에서 언급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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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의 한장면(사진제공=tvN)

  

제작진은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위해 방송에서 공개되는 책들은 출판계, 서점계, 학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되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된 고전 번역서의 경우 원문에 가깝게 번역하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번역문을 택했다. 더불어 서점 및 온라인 책 유통업계에는 경과를 공유하지 않는다.

‘책을 읽읍시다’ 외에도 김태호PD의 복귀작으로 꼽히는 MBC ‘같이 펀딩’도 ‘책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배우 유인나의 오디오북 펀딩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과 책을 연결해준다. 유인나는 최근 배우 강하늘과 함께 한 ‘네이버 V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추천한 인생책과 스타들의 인생책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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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같이펀딩’에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펀딩 중인 배우 유인나와 강하늘 (사진=네이버V라이브 캡처)

 

시청자 4000명의 추천을 받은 인생책으로는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 ‘끌림’,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이 차지했다. 작곡가 유희열은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인생 책으로 꼽았고 가수 아이유는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작가의 ‘최선의 삶’을 추천했다.

이외에도 교육방송(EBS)는 라디오 ‘EBS북카페’와 아나운서 오정연이 진행하는 ‘아이돌이 만난 문학’을, KBS1라디오는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KBS3라디오는 ‘명사들의 책읽기’ 등을 통해 청취자들과 책이 가까워지는 시간을 마련한다.

설민석은 “평상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독서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책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군주를 앉히거나 끌어내릴 수 있는 민주주의 시대, 시민이 똑똑하면 나라가 바로 서고 어리석으면 망국으로 가게 된다. 사치가 아닌 생존을 위해 책을 읽는다”고 덧붙였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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