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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82년생 김지영'이 된 '83년생 정유미'

[人더컬처]"시나리오를 덮고 오랜시간 생각에 잠기게 해 준 작품"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보다 '결'이 같은 영화로 나와 기뻐"
오는 23일 개봉 앞두고 여혐,맘충 논란에 대한 속내 밝혀

입력 2019-10-22 07:00 | 신문게재 2019-10-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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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베스트셀러 원작을 가진 영화들이 가진 부담감은 어쩌면 오롯이 배우의 몫일지도 모른다. 각본과 연출의 힘도 어느 정도 좌우하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경우는 유독 그 무게가 정유미에게 쏠렸다. 누군가의 딸이자 며느리, 엄마인 우리시대의 김지영을 표현한 소설의 온도는 다소 차가웠다. 하지만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82년생 김지영’은 아이의 이유식 온도만큼이나 따스하다.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는 쑥스럽죠. 결이 비슷하게 나와서 다행이에요. 캐스팅이 되기까지 명성만 들었지 읽지 않은 소설이었기에 저에겐 다른 작품과 똑같이 임했어요. 단지 시나리오를 덮고나서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나요. 나는 누구고 가족들에게 어떤 딸일까를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정유미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영화 속 김지영은 한 집안의 애교 많은 둘째 딸임과 동시에 한 남자의 사랑스러운 아내다. 시어머니에게도 독박육아를 티내지 않는다. 

 

정유미는 스스로도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애도 안 낳아봤기 때문에 역할에 완벽히 몰입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는 것. 하지만 의외로 표현하기 힘든 점도 없었다.


“두 아들의 엄마인 감독님 덕을 많이 봤어요. 손목에 아대를 차는 것, 아기를 어르면서 유모차를 미는 것 등 어느 하나 경단녀의 입장이 안 들어간 게 없달까요. 저는 유모차에 브레이크 기능이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하며 알았을 정도니까요.(웃음)”

하지만 정유미의 연기는 ‘82년생 김지영’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도가니’ ‘부산행’을 통해 호흡을 맞춘 공유하고의 본격적인 호흡도 설렜기에 신혼부부의 연기부터 전업 맘의 감정까지 ‘연애하듯’ 찍어나갔다. 그는 “직접적인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었기도 하거니와 거의 아기랑 촬영하는 순간이 많았어서 (공유)오빠가 오면 회사간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며 미소지었다.

“개인적으로 장르 영화가 아닌 이상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면 뭔가 희망적이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영화가 하는 일이라고 보고요. 무조건적인 해피엔딩보다는 관객들이 뭔가 희망의 기운을 가져가는 작품에 우선적으로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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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실제 정유미는 집안에서 살가운 딸이 아니다. 자신의 캐스팅 소식을 기사로 듣고 개봉일도 인터넷을 뒤져 알아볼 정도라고. 20대에 독립해 혼자 살았기에 부모와의 대화방도 단어보다 이모티콘이 더 많이 등장할 정도로 긴 대화를 하지 않는다.

 

정유미는 “자식으로서는 친근하지 않아도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배우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한편으로 자랑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은 될 정도로 지금의 모습이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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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조차 작품을 통해서라며 유독 부끄러워하던 정유미는 “배우로서의 만족도가 높다”며 특유의 명랑한 웃음을 터트렸다.(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이 작품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봤으면 하는 게 솔직한 감정이에요. 제가 나와서라기 보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따뜻하게 풀어냈으니까요. 여혐, 맘충 등 여러 논란이 있는데 출연한 게 대단하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부끄럽지만 청년실업이나 장애인 학대 등 약자들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이었고요. 영화를 통해서 그런 사실에 관심갖고 연기로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거고요. ‘82년생 김지영’의 진심이 흐트러지지 않고 제 연기로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발랄하고 엉뚱한 듯하지만 확고한 기준을 지닌 정유미. 인터뷰 말미에 수줍게 영화의 첫 고사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서효인 시인의 축시를 듣고 감동해서 시나리오 맨 앞장에 적어놓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읽어봤다고. 보여달라고 하니 너무 휘갈겨 써 부끄럽다며 직접 그 시를 읊었다. 문장의 일부분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흔한 이름과 낯선 이름. 세상의 절반의 이름. 우리 모두가 부를 이름. 세상의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은 꿈을 꾸는 이름이길.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82년생 김지영’은 바로 그런 영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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