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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아직도 낯선 '채무자대리인제'

입력 2020-02-12 14:11 | 신문게재 2020-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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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빚으로 인한 고통 중 최악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것이다. 추심의 공포는 모든 일상을 해체한다. 작년 소액연체자지원재단이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감면 프로그램을 마감하면서 공모했던 수기의 대부분은 과도한 추심으로 해체된 가정의 모습이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법원에서 우편물이 날아오고 주소를 여기저기 옮기며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게 일과가 돼버린 17년간의 긴 터널’ 속에서 ‘다시 살아난 나의 삶’을 회상하는 수기자의 사례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되는 불법사금융 피해 유형 중 상당수가 불법추심과 관련된 것이다. ‘제3자에게 변제를 강요’하거나 ‘가족 및 지인에게 채무변제를 강요’하는 사례들이다. ‘공정채권추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의 대표적 유형이다.

종래 개인의 채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내 몰던 풍토가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의 영역에서 접근하고 있다. ‘빚 권하는 사회’가 낳은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해 개인의 경제력 회복을 통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선순환의 관점이 생긴 것은 큰 다행이다.

2014년 도입된 채무자대리인제도는 그 연장선에 있다.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채권추심을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활성화되지 못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2018년 불법사채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제도가 있는 줄조차 모르고 있으며, 제도를 알고 있어도 실효성을 의심하거나 사채업자로부터 후환이 두려워 이용하지 않고 있다. 또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부담도 걸림돌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통해 무료로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늦었지만 반길 일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채무자대리인 선임에만 그치지 않고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불법추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피해구제를 위한 소송대리도 무료로 지원한다. 수익자 부담원칙·재정여력 등을 고려해 불법사채업자를 제외한 일반 채권자의 불법추심행위 등에 대해서도 저소득층(1인 가구 소득기준 220만 원 이하)이 무료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활용해 불법사채업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제도가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홍보부족이 핵심이다. 불법사채에 대해서는 전면 무료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니 잘 알려야 한다.

불법사채이용 가능성이 큰 분들을 대상으로 직접 제도홍보를 권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용정보업체, 금융회사, 법원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7등급 이하의 저신용 계층에 문자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제도 안내를 하는 것도 좋다. 공익광고 등을 통해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채무자가 구제신청한 뒤 불법사채업자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안심하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마련이 중요하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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