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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FF2020]"영화가 3번이나 끊겼는데 일어나는 관객이 한 명도 없네?"

정지영 감독,제 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남부군'30년 만에 리마스터링으로 선봬
4K작업으로 영화 후반 3번 끊기는 사고에도 관객들 자리 지켜
"내가 봐도 지겨운데, 관객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특유의 유머러스함 과시

입력 2020-06-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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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현장의 정지영 감독이 남다른 포스를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PIPFF)

 

“당시 안기부(국가정보원)요원들이 단체 관람했던 영화였죠.”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19일 오후 영화 ‘남부군’을 4K리마스터링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다.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마련된 ‘한국영화 클래식’ 섹션에서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5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피아골’(1955),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비무장지대’(1965), ‘고지전’(2011)이 상영된다.그 중 ‘남부군’은 상영 후 감독, 김형석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 토크가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3번의 상영 중단이 이어졌고, 결국 후반 10분 정도가 선보이지 못했다.

최근 ‘블랙머니’를 통해 녹슬지 않은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스크린에 담아왔던 정지영 감독이 30년 전 찍은 작품이다.이후 ‘하얀 전쟁’(1992), ‘남영동 1985’등을 통해 작가주의 감독으로 거듭난 그에 대해 영화제 문성근 이사장은 마스터클래스에 앞서 무대에 올라 “영화계에서는 ‘범 정지영계(系)’라고 릴 정도로 큰 나무 같은 존재”라면서 “원본 필름을 디지털화 하면서 생긴 영사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남부군’은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빨치산 부대가 가진 인간적 고뇌와 본성을 157분 간 그려내며 당시 서울 관객만 37만 명을 돌파하며 메가히트를 쳤다. 이에 정감독은 “당시 상업 영화의 제작비가 평균 2억 원 이었던 시절”이라면서 “14억의 대작이 들었으나 포기할 수 없었던 예술 혼이 깃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금요일 낮 2시임에도 2070대가 아우르는 관객들이 관객석을 3분의 1정도 채울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상영이 중단된 뒤에도 되려 박수가 터져 나오는등 대작의 아우라를 뽐냈다. 영화에는 안성기를 필두로 故 최진실, 최민수, 신인 시절의 가수 임창정등이 열연을 펼친다.1988년 출간된 동명 작품은 당시 학생,지성인들 사이에서 ‘필독서’라 불리며 상당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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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개봉한 영화 ‘남부군’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PIPFF)

“10년 만에 다시 보니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내가 스태프와 저 배우들을 저렇게 고생시켰나 싶어요. 사실 소설 ‘남부군’이 나온 뒤 영화화 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 감독들이 꽤 됐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중 내가 됐는데, 1987년 6월은 시민들이 정권을 바꾼 한국의 정치,사회,경제가 바뀐 시기여서 ‘검열의 시대에도 내 뒤에는 국민들이 있다’는 든든함으로 꼬박 3년을 쏟아 부었죠.”

감독은 결정됐지만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이후 영화계에서 ‘남부군의 정지영’으로 불리는 계기는 됐지만 당시 메카 히트를 친 몫은 갖은 고생 끝에 제작비를 마련한 후배의 몫이었다고. 언론 시사회 전 관계자들만 부르는 반응역시 유난히 시큰둥 했다는게 정감독의 말이다.

“용기를 얻은건 대학가에서 열었던 일반 시사회의 반응이었습니다.설문지를 돌리니 80%이상이 ‘이 영화를 친구와 재관람하겠다’는 거예요. 대한극장에서 단일 개봉을 했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줄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었습니다. 후에 들었는데 안기부 직원들이 주마다 부서별로 단체 관람을 했는데, 내부에서도 좀 젊은 층은 ‘이 영화는 빨갱이 영화가 아니다’라고 한 반면 국장급들은 부정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남부군’은 감독 조차도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였다. 학생시절 전쟁 이후의 문학에 심취했던 그는 “반공영화라기 보다는 같은 민족의 비극을 그리고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극중 지리산에 숨어든 남부군의 정신적 지주인 이원상 역할을 직접 연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하면서 캐스팅을 끝까지 고민했다고 고백하면서 “처음에는 특별출연 개념으로 최불암 배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도 했다.하지만 역사적으로도 베일에 쌓인 인물”이라면서 “왜곡되거나 고착화 시키기 조심스러웠기에 뒷모습으로 내가 출연했다”고 말했다.

곧 여든을 앞둔 감독이지만 이번 달 말 39번 째 필모그라피에 도전한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년들‘의 캐스팅 라인을 발표했다.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 주연 배우 캐스팅을 마친 이 영화는 1999년 전북 완주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뉴스에도 나왔지만 재심으로 진정한 범인을 밝히는 이야기에서 출발했어요.비결이요?좀 전에도 말했지만 감독 정지영이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바뀐 겁니다. 그 시대에 맞서 더욱 열심히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평창=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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