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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의당은 어디로 가야하나

입력 2020-11-17 14:04 | 신문게재 2020-1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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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유일한 진보진영 원내정당인 정의당의 김종철호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의 2중대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김 대표의 말대로 정의당은 홀로서기가 가능할까.

돌이켜보면 정의당은 생존전략으로 중도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당과 전략적 연대를 해왔다. 하지만 상층부연합노선(독일식 연립정치)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배신으로 실패했다.

노동운동권(PD)을 중심으로 한 정의당은 또 다른 운동권의 축인 NL(민족·통일운동권)계와 합당과 분당을 반복해왔다. 정의당의 뿌리인 민주노동당이 원내 의석을 처음으로 차지한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당시 민노당은 지역구 의석 2석에다 비례대표 8석(정당 지지율 11.3%)을 얻어 총 10석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사실상 정책연대를 했지만 지난 20대 국회 때 같이 양당이 밀착된 관계는 아니었다.

민노당은 대표적인 운동권 세력인 NL·PD의 연합정당이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계급운동을 하는 PD(노회찬, 심상정 등)와 민족문제를 앞세우며 통일운동을 하는 NL(이정희, 이석기 등)의 연합체였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급기야 2008년 심상정, 노회찬 등은 민노당을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이렇게 암흑기를 거친 진보신당은 NL계와 유시민 등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참여계와 통합해 통합진보당을 2011년 창당했다. 노회찬, 심상정에 유시민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통진당은 다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통진당은 19대 국회에서 비례 6석, 지역 7석 등 13석으로 진보정당 역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통진당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민노당계가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부정선거를 했고, 다시 당은 쪼개졌다. 그리고 통진당을 탈당한 PD와 참여계열 등이 진보정의당을 창당한다. 이것이 지금의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과 손잡고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다.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 있는 인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쟁취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도와 제1야당과 몸싸움을 벌였고, 여당이 원하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분리라는 선물도 줬다. 그러나 정의당의 민주당에 대한 믿음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교섭단체(20석)를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6석(지역1석, 비례5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정의당의 성장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하층부연합전선이 성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동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넘어 새로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끌어 안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또 정의당은 탈물질주의 시대에 맞춰 생태와 환경, 성소수자와 젠더, 페미니즘 문제 등에 대한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념이냐, 생활정치냐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구좌파로 분류되는 김종철 대표가 앞으로 신좌파 노선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궁금하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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