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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그린벨트 해제' 뜬금없다

입력 2021-01-26 14:21 | 신문게재 2021-0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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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특단의 주택 공급 대책’, 4.7 서울시 보궐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서울 주택공급 공약’, 거기에 변창흠 장관의 미션인 ‘주택공급 계획’. 서울의 모든 이슈가 주택 공급에 몰려있다. 그렇다 보니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또 등장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설 연휴 이전 발표 예정인 25번째 변창흠표 부동산대책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과거에도 여러 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계획이 거론됐지만,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의 자산이란 공감대가 더 강해 논의 과정에서 폐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특히 서울시장 야권 후보자들까지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 시장 후보들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서울 아파트 공급 문제 해결이 시장 당락에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론되는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는 그린벨트 5개 등급 중 훼손 정도가 심한 3~5등급에 해당하는 29㎢다. 서울 전체 그린벨트의 21% 정도다. 이들 대상지들 대부분이 강남과 은평구 등 인기 주거지에 속해있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지역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녹지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해친 반작용으로 역대급 기후변화를 겪고 있고, 미세먼지와 탄소 공포 속에 사는 것이 일상화 됐기 때문이다.

현재 훼손된 3~5등급지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1~2등급의 그린벨트가 섞여있고, 3~5등급을 개발할 경우 1~2등급지가 생활공간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다음 훼손단계로 들어간다.

1~2등급지는 기본적으로 ‘비오톱(biotope)’이라고 하는 자연 생태 영역이 존재하는 곳이다. 즉 특정 식물과 동물들이 하나의 공동생활체를 이루는 생물서식지다.

환경전문가들은 오히려 훼손된 3~5등급지를 복원하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듯 나무가 전혀 없는 그린벨트에 대해 그걸 빌미로 개발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무를 심어 자연을 복원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민들 역시 그린벨트 해제 공약에 박수칠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하는 후보에게 따끔한 경고장을 날려줄 필요가 있다.

봄만 되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고,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지수가 포함되는 일상에 살면서 그나마 탄소를 줄여주는 녹지를 훼손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걸다니.

한쪽을 보고는 ‘탄소포인트제’, ‘탈석탄’, ‘그린경제’를 부르짖으면서 표정만 바꿔 같은 입으로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정치공학적 행태는 하지 말기 바란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때 가장 큰 공약 중 하나가 미세먼지 대책이었음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상황에 따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표몰이 정치는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나무가 없어지면 피라미도 개구리도 살모사도 죽는다. 그러면 사람도 살 수 없어진다.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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