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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미술 시장도 NFT 열풍…“방귀 소리도 팔린다”

미술품·게임·영상 확대된 NFT 열풍

입력 2021-03-25 07:10 | 신문게재 2021-03-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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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미술시장에서 가상자산의 한 종류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열풍이 불고 있다. NFT 기술의 등장으로 디지털 작품에서도 원작에 버금가는 고유성, 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열풍이 처음 불기 시작한 당시처럼 NFT 열풍에도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위터 한 줄, 방귀 소리도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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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된 잭 도시 트위터 CEO의 15년 전 트윗. (출처=트위터 캡처)

 

미국의 경제 매체 CNBC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가 15년 전 올린 트위터 글 한 줄이 NFT 경매를 통해 1630.5825601이더리움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판매 시점의 시세로 환산하면 291만5835달러(약 32억900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300Mb(메가바이트) 용량의 이미지(JPG) 파일인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은 무려 6930만 달러(약 782억원)에 거래됐다. 이 작품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이 2007년부터 연재한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이다. 비플은 이 작품을 팔아 미국 조각가 제프 쿤스,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비싼 경매 기록을 갖게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이달 초 NFT가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원)에 팔았다. 미국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얼굴 없는 그라피티 미술가 뱅크시의 작품 ‘멍청이들(Morons)’을 불태운 뒤 NFT로 만들어 38만 달러(약 4억3000만원)에 판매했다.

방귀 소리도 팔렸다. 미국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자신과 친구 4명의 방귀 소리를 1년간 모아 만든 ‘마스터 컬렉션’을 NFT 경매에서 434달러(약 49만원)가량에 판매해 화제가 됐다.

게임 캐릭터 역시 NFT의 주요 적용 대상이다. ‘크립토키티’는 NFT의 선구자격에 해당하는 게임이다. 고양이를 육성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고양이마다 고유한 NFT를 적용해 거래할 수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의 디지털 카드를 거래하는 ‘NBA 톱 샷’에서는 NFT가 적용된 르브론 제임스의 10초짜리 영상이 20만8000달러(약 2억3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NFT 미술 시장…소더비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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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티스트 Pak와 협업 공지한 소더비 홈페이지 메인화면. (출처=소더비 홈페이지 캡처)

 

이런 추세에 세계적인 미술경매 기업인 소더비도 NFT 미술 시장에 진출했다.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CEO는 16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얼마 전부터 NFT 분야를 유심히 살펴봤다”라고 말하며 디지털 아티스트 ‘Pak’와 협업을 선언했다. 1744년 설립돼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미술품과 고가의 명품을 거래해온 소더비가 NFT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최근 급성장하는 이 분야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트 CEO는 Pak의 작품 경매를 다음 달에 할 것이라고 소개한 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일이다. 저력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Pak는 20년 이상 디지털 예술 작품을 만들어온 신원 미상의 작가다.

스튜어트 CEO는 “그 작가는 익명을 선호한다”면서 “크립토아트는 전통적인 예술 세계와 비교할 때 많이 다르고 혁신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NFT 미술이 “물리적인 예술 세계의 심사 절차와 전통적인 게이트키퍼를 우회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물자산 토큰화 개발 ‘활발’

과연 NFT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걸까. NFT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통화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가상자산의 한 종류다. 영상·그림·음악 등 콘텐츠를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세계의 원작으로 만들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존 가상화폐가 서로 동일한 가치를 지녀 거래가 가능한 반면, NFT는 각 토큰이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암호화폐 전문지 ‘블로코노미’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2017년 3000만 달러에서 2019년 2억1000만 달러로 7배 이상 늘었다. 또 지난해 기준 NFT 거래 건수는 434만3679건, 거래 금액은 2억32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NFT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 스포츠 영상 등에도 적용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술품 등 실물자산 토큰화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다. 자산 토큰화 실현을 통해 디지털화된 미술 작품에 부분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협력 업체들과 함께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규제 샌드박스 수요조사를 접수하고 같은 달 31일 특허청에 ‘KBDAC’ 상표출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추진 중인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최근 블록체인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한창인 ‘자산 토큰화(Asset Tokenization)’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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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의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연합뉴스)

 

◇NFT 열풍…일각에선 투기 성격 우려도

물론 NFT 열풍에 대한 우려도 잇따른다. 고가에 자신의 작품을 판매한 윈켈만도 인터뷰에서 “NFT 아트는 완전히 거품 속에 놓여 있다”라고 언급했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만큼, 가격 거품이 빠질 경우 시장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비트코인 초기 열풍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뱅킹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가상통화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어느 것도 가상통화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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