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人더컬처] 될 성 부른 배우, 정재광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성장시켜준 영화 '낫아웃'"

제 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관왕 수상작
극중 128신 모두에 등·퇴장 없이 등장

입력 2021-06-09 16:39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정재광8
정재광은 ‘낫아웃’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kth)

 

같은 사람인지 도대체 가늠이 안된다.배우 정재광이 연기한 두 편의 영화가 ‘공교롭게도’ 나란히 영화관에 걸렸다.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속 어리버리한 경찰과 30대 나이에 맞은 열 아홉 야구유망주로 나온 ‘낫 아웃’의 광호 역할이다.전작이 날렵한 동네 순경의 모습이라면 후자는 근육과 체구가 ‘딱 운동선수’인 모습이다.두 영화의 몸무게 차이는 무려 25kg.‘파이프라인’의 후시 녹음을 위해 등장한 정재광을 보고 유하 감독이 몰라 볼 정도로 ‘극과 극’의 모습이었다.

“2016년도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이정곤 감독님을 만났죠.야구영화를 준비중인데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4년 후 풍문으로 감독님이 결혼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집 앞에서 만나자고 하시더군요.청첩장 받으러 나갔는데 바로 ‘낫아웃’의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그때의 약속을 기억하냐면서.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낫아웃’은 야구밖에 모르는 10대 소년이 주인공이다.봉황대기 결승전 결승타를 날렸지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했고, 입시 문제로 친구와도 멀어진 인물이다.참고를 위해 실제로 만난 선수들은 근육과 살이 터질듯 했다고.그렇게 하루에 네 끼를 먹으며 볼 살을 찌우고 필드에서 그을린 피부를 위해 전신 태닝에 돌입했다.

외모는 점점 갖춰갔지만 머리속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시나리오속에 있는 대사가 정재광을 내내 붙잡았다.현실에 의해 야구를 못하게 되자 어른들에게 ‘나는 어디로 가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라고 절규하는 신이다.캐릭터의 고민과 마음들이 그를 자극했고,매일 광호가 되어 일기를 썼다.그러다 두상에 난 구멍을 발견하고 병원에 갔고,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를 진단받았다.

“10대 시절에 꿈도 없고 유일한 취미가 댄스였는데 어느날 ‘타이타닉’을 보고 배우를 하기로 결심했어요.다들 말렸고,심지어 저를 맡은 연기선생님마저 제가 지망하는 학교를 알고는 ‘안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당시에 느꼈던 절박한 마음과 두려움을 알기에 광호의 심정이 너무 와닿았어요. 테크닉적으로 표현해야 하거나 순간의 감정이 아닌 그냥 그 인물로 몇 달을 살았던것 같아요.”

정재광은 캐릭터를 위해 광호가 되어 매일 그날의 일기를 써내려갔다.배우가 된 후 몰입을 위해 그가 주로 하던 훈련법이기도하다.야구선수로 보이기 위해서 기계 타석에 섰을 때의 기억도 생생하다.160km의 공을 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 속도의 공을 열 번은 맞아야 선수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거란 말에 정신이 번쩍들었다.그는 “속도는 좀 다르지만 선수들은 그 과정을 초등학교때부터 한다고 하더라”면서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서 운이 좋아서 입시에 성공했지만, 광호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거기에 올인하고 노력했던거다.야구가 전부인 사람이 한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내려앉았을 때 정말 막막했겠구나 싶었다”며 몰입이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정재광
자신의 원동력으로 아버지를 꼽은 그는 “연극영화과 다녔을 때도 공연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늘 오셨다. 와서 꽃 한 송이 건네주고 가셨는데, 그게 엄청난 힘이었다”며 남다른 감사함을 전하기도.(사진제공=kth)

 

“결국 제가 원하던 연극영화과(중앙대)에 합격했지만 그때 아버지 사업이 망했어요.연기를 잘 하는 길이 유일하구나 싶었지만 배우의 길도 쉽지 않았죠.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때 기적처럼 ‘버티고’전계수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어요.그 때부터는 더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요.뭔가를 더하기 보다 덜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의심하지 말고 그저 순리에 맡기자고.”

그가 무아지경으로 덜어내는 과정으로 선택한 것은 ‘걷기’다.매일 시간을 내 양재천부터 경복궁까지 왕복 6~7시간을 산책하듯 훑는다.자연히 불었던 제중은 평소보다 2kg빠졌고,대사도 더 잘 외워지며 생각도 정리되는 1석 3조의 효과를 얻고있다.‘낫아웃’은 사실 정재광에게도 하나의 산을 넘는 과정이자 자신을 성장 시켜준 작품이다.

“반성과 자극이 동시에 되더라고요.한 인간으로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촬영한 적 있나싶을 정도로 몰입했죠.광호라는 하나의 옷을 빌려 입고, 한 인간으로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시간들을 경험했습니다.배우이자 한 인간으로서 전환점이자 성장한 계기가 된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재광은 오는 6월 19일 첫 방송되는 드라마 ’알고 있지만‘에 출연한다. 그는 “예전엔 자전거를 탈 때 두려움이 앞섰다면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계속 정차하고 싶지 않는 느낌‘이다.도착지가 어디든 계속 페달을 밟고싶다”면서 “거기서는 조소과 조교로 나온다. 안경을 쓰고 나와서 이름도 안경준이다. 오지랖 넓고 재밌고 유쾌한 캐릭터인만큼 기대해 달라”며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우리는 또다른 모습의 정재광을 만날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