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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DIMF+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Toward’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 “모두의 ‘쿵’하는 순간을 위해…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입력 2021-07-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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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형 연출님, 한아름 작가님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의 한아름 작가(왼쪽)와 서재형 연출(사진제공=DIMF사무국)

 

“전쟁 중에 그간 모아둔 서류, 자료 등을 잃어버리고 절망했던 휘인이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의 ‘쿵’ 소리가 있어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라면서 나는 팀파니 소리가 제일 좋아요. 그게 이 작품의 결정적 한방이죠.”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5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에서 첫 선을 보인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에 대해 서재형 연출은 이렇게 밝혔다. 서재형 연출이 말하는 ‘쿵’하는 순간은 이 작품의 제목이 ‘Toward’인 이유기도 하다.

“사실 ‘Toward’ 하나만으로는 불완전하죠. 뒤에 내일이든, 앞날이든, 미래든 향해갈 뭔가가 있어야 하는 단어잖아요. 그 간은 시도되지 않았던 형식의 합작 프로젝트 ‘Toward’는 배우들부터 스태프들까지 데뷔하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많은 작품이에요. 어딘가를 향해 출발하거나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고단하긴 했지만 의미는 분명 있는 작품이죠. 그렇게 우리가 첫발을 떼려는 순간, 그 어딘가가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어 “그 ‘쿵’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딛고 일어서는 그 순간이 잘 표현되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서재형 연출 말에 한아름 작가는 “사실 한국에서는 임휘인이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해 ‘Toward’라는 제목을 썼지만 프로덕션마다 달라질 것”이라며 “임휘인이 잘 알려진 대만, 중국 프로덕션의 제목은 ‘휘인’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왕세자실종사건’ ‘오이디푸스’ ‘주홍글씨’ ‘외솔’ ‘나빌레라’ 등의 서재형 연출·한아름 작가의 극단 죽도록 달린다와 장심자 작곡가의 C뮤지컬 프로덕션, 딤프와 대만의 (재)타오위안시광예기금회(財團法人桃園市廣藝基金會, 콴타아트재단)가 합작한 ‘Toward’는 올 11월부터 500석 규모의 타오위안 광예홀(桃園廣藝廳), 1800석 규모의 타이중 국립극장(臺中國家歌劇院) 등에서의 대만 투어, 2022년 중국 투어가 예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첨부파일 2. 제15회 DIMF 공식초청작 _Toward_ 메인포스터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포스터(사진제공=DIMF사무국)
여자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는 것들이 많던 19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건축학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소신을 실천하던 실존인물 임휘인(김다윤)과 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남편 양사성(왕시명), 첫사랑 서지마(김재형),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던 김악림(김보현) 그리고 휘인의 친구이자 작가 사빙심(김도연)의 이야기다.


◇중국인도, 여자도 아닌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로 ‘Toward’

“임휘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2018년 ‘왕세자실종사건’ 대만 공연 때 (장)심자씨를 만나 처음 들었어요. 한국도, 대만도 아닌 중국의 인물을 소재로 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느 나라 사람의 이야기인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전해질 보편타당성이 중요한 작품이었죠.”

한아름 작가의 말처럼 ‘Toward’의 주인공인 임휘인은 중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낯선 인물이다. 대만에서도 젊은이들은 잘 알지 못하는, 얼마 전 서지마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서 가십처럼 다뤄지며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보편타당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초고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던 시대적 배경, 역사적 근거 등은 제외되고 안되는 것 투성이던 시대, 가십거리로 취급당하는 여성의 삶, 대단한 업적을 세운 천재가 가진 불안감, 어려움 속에서도 자료를 남기고 아름다운 소설과 시를 써 내려가던 학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의무 등에 힘을 실었다.

“저작권 문제로 (임휘인의 실제) 시나 소설을 그대로 가져올 수가 없어서 최대한 우리 것으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문학가로서의 삶이 있으니 가사나 대사도 굉장히 문학적이에요. 한국 뮤지컬 문법으로 보면 무겁고 문학적 표현이 많죠. 하지만 대만은 작가라면 문학적 표현을 당연히 해야한다고 하더라요. 직관성 보다는 은유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게 평가 기준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작품이 잘 살려야하는 지점 같아요.”

‘Toward’는 임휘인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서지마, 건축학자 왕사성, 당대 최고의 지성 김악림 세 남자 그리고 휘인이 주도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인 ‘문학살롱’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갈등하는 친구 사빙심과의 관계가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제15회 DIMF 공식초청작 'Toward' (촬영-DIMF) (2)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장면. 서지마 역의 김재형(왼쪽)과 임휘인 김다윤(사진제공=DIMF사무국)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서지마가 워낙 스타이다 보니 임휘인이 마치 상간 대상처럼 붙어서 언급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서지마가 세번이나 결혼하는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임휘인을 가지지 못한 데 대한 통탄을 표현하면서 더 그렇게 됐어요. 게다가 빙심을 비롯한 작가들이 휘인을 요부처럼 표현하는 작품을 쓰면서 문학으로 문학인을 디스하기도 했죠. 하지만 임휘인과 왕사성은 헤어진 적이 없어요. 끝까지 동반자로 함께 했죠.”

그런 시대의 오해 속에서도 문학살롱을 하려고 했던 임휘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건 중국, 대만 등 자료들을 수차례 읽고 현대까지 이어오는 이 여자에 대한 오해를 확인하고 연구하면서다.

“전쟁 중에도 거실에 자리를 마련하는 이 여자의 뚝심, 그 핵심은 ‘내 지식이 하찮다’였어요. 나의 지식과 저 사람, 이 사람의 지식이 합쳐지지 않으면, 지식인들이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으면 중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수많은 오해 속에서도 그 뚝심을 지킨 임휘인과 그런 아내를 이해하고 끝까지 옆에 있었던 양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집안에서 맺어준 혼처지만 부부이자 학자로서 평생의 동반자가 된 그런 관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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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장면. 양사성 역의 왕시명(왼쪽)과 임휘인 김다윤(사진제공=DIMF사무국)

 

이에 “임휘인과 양사성이 악수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덧붙인 한 작가는 “양사성의 건축전기를 보면서 두 사람은 연인도, 부부도 아닌 진정한 동반자라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여자여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았던 1930년대에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여자와 그를 여자나 소유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남자, 어쩌면 지금도 흔하지 않은 이야기다.

“이 남자는 정말 임휘인을 학자로서 존경했고 완벽한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했다는 게 느껴져요. 인격체로서 휘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볼 수 있었죠. 세간의 오해와 출산 후 집에만 머물며 좌충우돌하는 시기를 이겨내면서 두 사람이 동반성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김악림은 항상 도움을 주는 조력자고 서지마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죠. 이 여자를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들, 쉽게 가십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좀더 끈끈한 우정, 존경 그리고 동반자로서의 면모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불안정한 시간을 겪으면서 성장하니까요.”

대만 프로덕션의 리딩까지를 언택트로 함께 한 한아름 작가는 “휘인과 사성이 전쟁 중 제일 힘들어한 일은 책을 두고 가야하는 것, 종이를 구하기 힘들어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것 등이었다. 그들에게 고통은 배고픔이 아니었다”며 “그런 표현이나 장면 편성 등을 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세상에 혼자서 하는 성장은 없어요. 저도, 연출님도 시행착오를 거치고 누군가의 도움과 가르침으로 여기까지 왔죠. 저 역시도 저 혼자 잘나서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나를 둘러싸고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봤어요. 어느 극장에서 어느 배우와 얼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연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언제까지 누구와 즐겁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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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장면(사진제공=DIMF사무국)
그리곤 “휘인이 스스로 사다리에 오르지 않고 젊은 친구에게 넘겨주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다”며 “젠더적 문제, 세대 갈등 등을 넘어 성장해 내일을 향해 갈 세대에게 넘겨주는, 그런 마지막을 바랐다”고 부연했다.

“어떤 프로덕션보다 2, 3배 힘들었던 만큼 의미도 큰 작품이에요. 성장하는 데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오해할 수도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베풀고 나누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죠.”


◇파격적인 신인 등용, 모두의 소중한 ‘처음’을 위해

“제목하고 똑같았어요. 방점인 어딘가로 그들을 데리고 가는 여정이었죠. 베테랑과 함께 하는 작품의 방점은 분명해요. ‘명작’이죠. 하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Toward’의 방점은 제목처럼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에요.”

뮤지컬 ‘Toward’는 한국의 서재형 연출·한아름 작가와 대만의 장심자 작곡가가 틀거리를 만들고 뮤지컬배우 발굴을 위해 딤프가 출범부터 운영하고 있는 ‘뮤지컬아카데미’ 수강생들과 2015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경연 프로그램 ‘뮤지컬스타’ 입상자들을 상대로 한 오디션으로 주요 출연진을 꾸렸다.

이로서 제1회 뮤지컬스타 출신 김다윤은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으로 첫 무대에 올랐고 3회 수상자 김도연은 ‘Toward’의 사빙심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서재형 연출의 말을 빌자면 ‘Toward’는 “배우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 중에도 데뷔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작품”이다. 공연계에서 까다롭고 철저하기로 정평이 난 서재형 연출도 “화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단다.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화를 내거나 지적을 할 게 아니라 꼼꼼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잖아요. 제가 좋았던 건 화를 내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구나, 젊을 친구들과도 일을 많이 할 수 있겠구나를 알았다는 거예요.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과 꼭 명작이 아니라도 어딘가를 향해 함께 가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고 자산이 되겠구나 싶었죠. 지금까지의 나, 구축해왔던 것들을 털고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여백을 통해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서재형 연출님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의 서재형 연출(사진제공=DIMF사무국)

 

함께 하는 신인배우들, 스태프들에게 꼼꼼하게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는 서재형 연출은 ‘보람 있고 행복했던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한아름 작가 역시 ”그들만이 가진 열정과 열의가 있다“며 ”저 역시 기성작가로서 오래 잊고 있던 부분을 보며 또 배우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처음 신인배우들로 주요 출연진을 꾸리자고 했을 때 (서재형) 연출님은 걱정이 많으셨지만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연출님이 가진 배우 티칭에 대한 믿음이 전 있었거든요. 동선에 번호까지 매기고 선을 그어서 가요. 베테랑인 황정민 배우를 만나도 마찬가지예요. 동선, 시선 등을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노래를 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세요. 숱한 배우들이 연출님한테 와서 첫 무대를 하고 스타가 됐어요. 걷지도 못하던 친구를 배우로 만들어내 내보는 사람이죠. 더불어 딤프 측이 신인배우들을 투입시키고 그냥 손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컸어요.”


이어 딤프가 운영하는 뮤지컬아카데미를 오래 함께 하며 신뢰를 키워온 한아름 작가는 대만과의 합작, 한국·대만 뿐 아니라 중국 투어까지 계획된 이 대형 프로젝트에 신인들을 캐스팅하겠다 결정내린 딤프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다윤 김도연
뮤지컬 ‘Toward’(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임휘인 역의 김다윤(왼쪽)과 사빙심 김도연(사진=허미선 기자)

“요즘 젊은 친구들이 책임감이 없다고들 하지만 기회가 없는 거예요. 책임질 기회가 없는데 어떻게 책임감이 있다, 없다를 평가할 수 있겠어요. 공연계도 마찬가지죠. 시장이 어려워지니 라이선스, 히트작, 캐스팅 등 안정을 추구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신인들이 들어갈 틈이 없거든요. 경험하고 책임질 그 기회를 딤프가 만들어준다는 게 너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딤프가 이 배우들을 너무 사랑해요. 현장에 커피차도 보내주시고 수시로 챙겨주시고…제가 오죽하면 그랬어요. 부럽다고. 나도 딤프 출신이고 싶다고. 친정이 있는 거잖아요.”

이어 한아름 작가는 “딤프에서 저희가 많이 배우고 있다”며 “15년 동안 뮤지컬아카데미를 통해 창작자를 키워내고 뮤지컬스타로 배우들을 발굴하고…그걸 딤프라는 조직이 책임지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속상하고 힘들었지만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첫무대를 주고 싶었어요. 배우인생에서 무엇이든 헤쳐 나갈 힘이 되는 그런 첫무대요. 그런 첫무대가 트라우마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두세배 노력해 스스로 만족할 만큼은 해야 했어요. 공연계 선배로서 이 길로 가겠다고 해준 것도 감사하고 그걸 앙해해준 그들의 부모님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어 “선생님도, 같이 무대 서는 선배들도, 동기들도 너무 좋고 멋졌다, 내 한몸 불사르고 해방감을 느끼며 ‘이런 게 공연이구나.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첫 무대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우리의, 창작뮤지컬의 미래니까요. 코로나19 때문에 회식을 못해준 게 제일 속상해요. 사실 아이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얼마나 힘들지 알아요. 매일 연습실 와서 그날 분량을 소화하고 다음날 다시 확인을 하고…감정적인 걸 다스려야 하는데 정서적 공백이 너무 큰 과정이었어요. 그 정서적 공백이 공연의 완성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하거든요. 그래서 연출님도, 저도 어떻게든 정서적으로 투쟁하고 나아가려는 배우들 옆에서 잘 다독이고 도와주려고 노력했죠. 그럼에도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투쟁이라 부둥켜 안을 수 없는 정서적 공백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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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장면. 양사성 역의 왕시명(왼쪽)과 사빙심 김도연(사진제공=DIMF사무국)

그럼에도 “미숙하더라도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어린 배우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했다. 특히 휘인 역을 맡은 배우(김다윤)는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을 텐데 그걸 이겨내는 걸 보면서 요즘 친구들 대단하다 생각했다”며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경험이 부족해서 생기는 공백은 제목 ‘Toward’처럼 비운 채로 남겨두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면 돼요. 한번 무대를 경험했으니 다음엔 더 잘할 거예요. 연습실과 무대는 다르고 관객을 직접 만나는 건 또 다르다는 걸 이제는 깨달았을 테니까요. 이 친구들이 가진 노하우가 쌓이고 저희도 그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고…다음 ‘Toward’에서는 동반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수많은 우여곡절 끝…기적 처럼 무대에 오르다

한아름 작가님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의 한아름 작가(사진제공=DIMF사무국)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복잡했어요. 우리 뿐 아니라 딤프의 명예, 타오위안 재단, 국가 간의 관계 등이 얽혀 있었으니까요. 무대를 올린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져요. 대만의 코로나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그에 따른 어려운 일들이 발생했어요. 오기로 했던 대만 배우들과 관계자들도 못오게 되고…코로나19 상황 변화로 계획이 틀어지고 수정되곤 했죠.”

한아름 작가의 말대로 애초 ‘Toward’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대만배우로 극을 꾸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 ‘Toward’를 두고 한아름 작가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적 색이 많은 작품을 주로 하다 보니 이 작품이 가진 어색함이 있었어요. 중국어로 된 아름다운 시를 어떻게 표현하고 우리 걸로 가져올까 고민하는 것을 비롯해 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화가 달라서 오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야 했죠.”

이어 한 작가는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투자해 주시는 딤프와 작곡가 장심자, 타오위안 재단을 비롯해 한국과 대만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말 한 마디, 의논 한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고 젓붙였다.

“어떻게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현명하게 풀어갈까를 고민하고 코로나19 방역도 철저히 해야했고…정말 예민하게 끝까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딤프 뿐 아니라 대만까지 연결돼 있으니 저 스스로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마련해둬야 했죠.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양국 조율을 해야 했으니까요.” 

 

장심자 작곡가와 한아름 작가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의 장심자 작곡가(왼쪽)와 한아름 작가(사진제공=DIMF 사무국)

 

그리곤 “만의 하나 연습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어떤 대안을 세우고 어떤 루트로 어떻게 설명해서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까 마지막까지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어야 했다” 예를 들며 “정말 마음을 졸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글쓰기보다 어떻게든 모두에게 상처 받지 않고 넘겨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장심자 작곡가에 대해서는 “친구를 넘어 예술가로서 닿아 있는 사람”이라며 “제가 언제까지 작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생의 작업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장심자 작곡가랑 둘이 힘들 때마다 항상 ‘너도 나도 복이 있어서’라고 얘기해요. 2019년 심자씨가 딤프에 왔을 때 만나 밥을 먹다가 ‘작가님 대본으로 공연하고 싶다’는 말에 ‘그러자’고 했던 게 일이 커졌거든요. 저희 극단(죽도록 달린다)과 심자씨 극단(C 뮤지컬)이 작게 해보려던 프로젝트인데 복이 많아서 딤프, 타오위안, 타이중국립극장까지 붙으면서 커져버렸거든요. 이렇게 일이 복잡해지고 힘든 건 잘 됐기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딛고 친구가 되듯 이 작품도 어려운 여정을 지나 탄탄해질 거라고 믿어요.”

한아름 작가의 설명에 서재형 연출은 “한국 관객만 100% 놓고 일할 때랑은 새로운 모드”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중화권에서 공연돼야할 작품에 가깝게 구성된 거라 처음엔 한국 사람에 맞춰야하나, 중국 사람에 맞춰야 하나 헷갈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유능한 번역자가 ‘써요’ ‘씁니다’ ‘군요’ 등 어투의 뉘앙스까지 살리는 번역을 하고 있어요. 중국어 넘버도 들었는데 ‘영웅본색’의 느낌이었어요. 리딩을 비롯해 대만 배우 오디션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하면서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죠.”


◇더 좋은 작품으로 ‘Toward’…“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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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장면(사진제공=DIMF사무국)

 

“언어문제로 배우들은 어렵겠지만 작가, 연출 등 창작진과 스태프는 해외 작업이 가능해요. 하나의 롤모델이 구축되면 좀더 쉬워지겠죠. 제가 ‘Toward’를 하는 이유기도 해요.”

한아름 작가는 ‘Toward’를 통해 한국 창작진, 스태프들의 해외 진출 발판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대만에서의 특강, 타이중 국립극장 온라인 수업 등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뮤지컬의 30%만이 창작뮤지컬이고 그나마도 재공연”이라 현실을 짚으며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신규작업이 거의 없어 신진작가들이 설 곳이 없다. 이미 한국 뮤지컬 시장은 포화상태인 현실에서 후배들이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새로운 형식의 합작 프로젝트를 하면서 또 많이 배웠어요. 결국 ‘Toward’는 중국에서 공연하고 싶어하는 작품이에요. 대만에서도 좀 다듬어 ‘임휘인’이라는 인물이 잘 알려진 중국시장으로 가고 싶어 하죠. 대만, 중국을 거친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지 궁금해요.”

이렇게 전한 서재형 연출은 “잘 돌아다니다가 모난 데 없이 잘 자라서 한국인들 눈과 귀에도 잘 차는, 전세계가 보는 작품으로 완성돼 우리나라 딤프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서재형 연출이 극을 꾸리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대만 프로덕션에 넘겨줄 것들을 완벽하게 챙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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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공연 중 휘인이 주도하는 문학살롱(사진제공=DIMF사무국)

“가급적 꼼꼼하게 챙겨서 보내고 싶어요. 극단과 딤프를 넘어 국가 대 국가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잖아요. 열어봤을 때 성의가 느껴지길 바랍니다. 배우들은 젊지만 완성된 배우들이 하면 메워질 만큼 기반을 만들었구나 싶게요. A클래스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B에서 시작해 엄청난 경험과 노력들로 오르는 자리라면 대만에 넘겨줄 프로덕션이 B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목표로 작업했죠.”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수출한다는 마음으로 대만에 넘겨줄 데이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서재형 연출은 “영상의 경우는 (영상디자이너) 김장연씨가 작업해주지 않으면 그쪽에서 구현할 수가 없다”며 “창밖으로 비가 오는 걸 구현하는 영상이 몇 개로 쪼개져 있다. 대여섯개의 레이어를 쓰고 있어서 원본을 줘도 어떻게 겹쳐서 했는지 모르면 구현이 어렵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렇게 보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면 쉬워질 작업들을 꼼꼼하게 수정해 보내고자 공연이 끝난 후에도 바쁜 서재형 연출은 12명의 스태프로 진행했어야 하는 무대 구현을 절반도 안되는 인원을 투입해 어느 장면에서 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까지를 꼼꼼하게 정리 중이다.

“기반을 다진 창작자로서 이후 행보에서도 저희가 기여가 돼 중국 12억, 우리나라 5000만, 대만 3000만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 돌아오는 것처럼요. 지금은 사람이 뭔가에 영감을 얻어 ‘일어나야지’하는 순간의 ‘쿵’이 ‘Toward’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필요한 시대 같아요. 주저앉아 있지 말고 ‘쿵’하고 일어나 무엇이든 할 마음을 가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Toward’ 뒤에 무엇을 붙일지는 관객 스스로가 찾으시기를, 그 무언가를 찾을 힘을 받아가셨기를 바라요.”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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