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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홀로서는 보육원 청년에 금융교육, 돈보다 값지죠"

[스타트업] 청년 금융교육·맞춤형 상담 '위코노미'
자립 전에 지원금 다 써버리는 아동 수두룩…퇴소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
“청년들에게 가장 많은 건 ‘시간’…경험 통해 스스로 더 좋은 선택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

입력 2021-10-06 07:00 | 신문게재 2021-10-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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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 위코노미 대표. (사진제공=위코노미)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등 자산 가치 급등과 초저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경제·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자녀에게 투자나 재테크 공부를 일찍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생일 선물로 주식이나 펀드를 사주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금융교육학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월 중고등학생 149명을 대상으로 금융 지식을 얻는 주요 경로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모’라고 응답한 비율이 56%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금융 지식을 어디서 배울까. 현행법상 보호종료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자립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과 관리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영웅 위코노미 대표는 9년째 보호종료아동의 금융 교육과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자립 전에 지원금 다 써버리는 아동 수두룩…퇴소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

 

 

이영웅 위코노미 대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위코노미)

 

보호 기간 종료로 만 18세에 시설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2500여명. 일반 가정에서 자란 자녀의 경우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쳐 20대 중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보호종료아동은 7~8년을 더 먼저 홀로 살아가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손에 쥐는 돈은 자립정착금을 포함해 약 1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대다수 아동들은 갑자기 수중에 생긴 큰돈을 유흥·쇼핑 등 당장 쓰고 싶은 곳에 쉽게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자립을 하기도 전에 지원금을 다 써버리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자립 1년차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경우가 40%에 육박한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사회에 나오자마자 3가지 부족을 겪어요. 돈과 경험, 그리고 주변에 물어보거나 의지할 수 있는 인맥이 없는 것이죠.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매우 나쁜 상황이 발생하는데 사기를 당해 지원금을 전부 날려버리거나,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빈곤층으로 전락해 제대로 자립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됩니다. 퇴소한 지 5년이 지난 보호종료아동 중 여전히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비율이 16.9%인데, 평균적인 20대의 수급 비율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수치에요.”

 

위코노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교육 뿐만 아니라, 진로와 취업에 대한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 재단과 한국아동복지협회와 함께 청사진 1대1 경제멘토링을 매년 진행해서 보호종료아동이 컴퓨터·바리스타 등 각종 자격증 취득과 같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립한 선배가 돕도록 하는 것이다. 위코노미에는 현재 자립 선배 2명이 근무하며 멘토링 상담을 전담해서 맡고 있다.

 

이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보호종료아동이 매년 7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분의 1로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교육 위주였다면 이제는 멘토링으로 바뀌어서 맞춤형 상담을 통해 동기부여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보호시설아동에 대한 관심이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6·25 전쟁고아셨거든요. 당시 후원자가 미국인이었는데, 크리스마스 같은 때 편지와 선물을 받곤 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한테 들으면서 자랐죠. 직장 생활을 금융회사에서 개인재무관리 전문가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때 우연히 보호시설아동 교육기관에서 금융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전국 시설을 다니며 강의를 한 게 시작이 됐습니다.”

 

 

◇“청년들에게 가장 많은 건 ‘시간’…경험 통해 스스로 더 좋은 선택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

 

이영웅 위코노미 대표가 경기복지재단 청년노동자통장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위코노미)

 

이뿐만이 아니다. 위코노미는 저소득 청년들을 위한 금융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와 경기도의 규모가 가장 큰데, 위코노미는 두 지자체에서 하는 금융교육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과 경기도 청년노동자통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표의 금융교육은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의로 소문나 있다. 그가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반드시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다고. 돈에 대한 태도와 경험, 그리고 지식이다.

 

그는 “금융교육을 통해서 재테크나 투자의 기술 같은 것을 배우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설사 운이 좋아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더라도 태도와 경험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한두 번 반복하다가 결국은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에게 가장 많은 것은 다름 아닌 시간입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시장을 경험할 시간이 충분하죠. 올라가면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20년, 30년 동안 꾸준히 투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잘 알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20대부터 시작해서 10년 정도 시장을 경험해본다고 하면, 그래도 고작 30대인 거죠. 우리나라에서 금융교육이라고 하면 주로 지식적인 부문만을 얘기하지만, 사실 금융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경험을 통한 학습에 있습니다.”

 

이 대표는 단순히 현금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본인의 능력을 키우거나 혹은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안내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돈과 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 곧 금융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며 “미래세대가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본 시장을 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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